생각의 편린들

얕은 시민의식 드러낸 G2 풍선이벤트

새 날 2013. 8. 1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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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2 출시 기념 이벤트 현장이 주최측의 진행 미숙과 실종된 시민의식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수라장된 G2 풍선이벤트

 

LG전자는 9일 오전 11시 서울 난지공원에서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패러디 격인 "하늘에서 G2가 내린다면"이란 명칭의 이벤트를 개최하였습니다.  새 스마트폰 G2 교환권을 매단 풍선을 하늘로 날리고 터진 풍선이 땅으로 떨어지게 되면 풍선에 달려있던 교환권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G2 제품을 무상으로 증정하는 행사입니다.

 

이벤트 동영상 캡처

 

그런데 이벤트 소식을 듣고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이 풍선을 하늘로 띄우는 과정에서 서로 먼저 풍선을 잡겠다며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20여 명이 넘어져 찰과상을 입게된 것입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풍선을 잡으려고 BB탄총을 소지하거나 잠자리채를 가져오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엉성한 이벤트 진행 그리고 얕은 시민의식

 

이런 사건이 터질 때면 언제나 탓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한없이 얕고 저열한 시민의식 말입니다.  물론 이벤트를 주최한 회사측의 미숙하고 엉성한 진행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익히 잘 알려진 우리의 높다란(?) 시민의식이 조금이라도 고려되었더라면 이처럼 어리숙한 이벤트 진행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번 사고는 우선 이벤트를 주최한 LG전자에게 일차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일개 회사의 작은 이벤트를 이토록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한없이 확대 재생산해낸 시민들의 책임 또한 무시 못할 것입니다.  예전부터 회자되어오던 그저 웃어넘기기엔 뜨끔한 말이 하나 있습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벌컥벌컥 들이킨다"  우리의 공짜 근성과 시민의식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말입니다.  갑자기 낯이 뜨거워지려 합니다.

 

이날 풍선이 채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전에 달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이번 이벤트가 영화 "월드워Z"를 패러디한 것에 빗대어 좀비라는 표현이 서슴없이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의 낮은 시민의식은 도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예로는 길거리 시민의식을 찾을 수 있겠고, 최근에 개방한 서울 시청의 도서관에서는 이용객들의 무질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119구급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도 우리 운전자들 피할 줄을 모릅니다.  얌체 주차와 도로에서의 무질서한 행위는 일상다반사입니다.  이렇듯 그 예를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도 없을 만큼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낮기만 합니다.

 

상호 존중 및 배려 문화 아쉬워

 

여담입니다만, LG전자 입장에서 볼 땐 비록 이벤트 중 불상사가 발생하긴 하였지만,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이나 삼성에 매번 밀리며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이던 차에 이번 이벤트 사고로 인해 간접홍보와 인기몰이 두 가지를 확실히 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G2가 무엇이고 어떻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돌변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이렇듯 호기심과 궁금증 유발에 성공하였으니 LG의 마케팅 효과는 톡톡히 재미를 본 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늘 자랑거리였습니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한반도가 불과 반 세기만에 세계 10위권 안팎의 볼륨으로 커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우리의 의식은 경제 볼륨에 한참이나 못 미치고 있습니다.  마치 몸은 성인과 같이 비대한데 정신연령은 여전히 어린아이인 것처럼 말입니다.  과거 배를 곯던 시절, 단순히 먹고 사는 일이 지상과제였을 터, 이로 인한 경쟁에서 비롯되었을 법한 의식들, 하지만 여전히 바뀔 줄을 모릅니다.

 

땅덩어리는 비좁고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의 수준, 어쩌면 타인과의 경쟁은 생존 본능에서 오는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우리의 성숙하지 못한 낮은 시민의식은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듯싶기도 합니다. 

 

결국 이번 G2 풍선이벤트 사고는 우리의 얕은 시민의식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입니다.  각박한 삶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듯하여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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