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그들이 촛불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

새 날 2013. 8. 1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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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촛불

 

민주당은 10일 오후 5시30분부터 서울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촉구 제2차 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열흘째 계속된 장외투쟁을 이어갔습니다. 

 

시민들의 촛불과 민주당 장외 집회와의 만남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요구는 분명하다.  국정원 대선개입 등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성역없는 엄중한 처벌,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울러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는 동안 침묵하는 박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민주당 당원과 당직자들은 보고대회를 마치고 이어서 개최된 시민 사회 단체 주도의 촛불집회에도 자리를 함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편 참여연대 등 총 284개 시민 사회 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는 10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국가정보원 정치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제6차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집회엔 약 3만 명의 시민들이 참석하였으며, "검찰 수사로 국정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것이 많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계속된 촛불집회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시민운동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러한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날 촛불집회는 부산, 대전, 대구, 울산 등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습니다.

 

그들이 촛불을 더욱 두려워하게 된 이유

 

이제껏 촛불집회에 대해 애써 담담한 척 외면하며 이를 대선 불복 투쟁으로 규정짓고, 그 배경엔 민주당내 계파간 선명성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며 폄하하기 바빴던 새누리당, 하지만 이번 집회에 대해서는 평소와 달리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박근혜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지난 8일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법개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며 수그러들 줄을 모르고 오히려 확산일로에 이르자 노심초사해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의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세금이 오르는 직장인의 수가 정부 추산만으로도 무려 434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서민이자 중산층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설상가상 직장인들의 연말정산을 통한 세테크도 힘들어졌습니다.  개정 법에 따라 의료비가 세액공제로 바뀌고 신용카드 공제율도 10%로 축소되면 현재 과표기준 소득 4600만원이 넘는 근로자는 관련 환급액이 30% 정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교육비로 돌려받는 세금의 액수도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대학생 자녀는 900만원까지 한도 없는 소득공제 대상인데 무조건 15%의 세액공제로 적용받게 되는 것입니다.  보험과 연금저축도 12% 세액공제로 전환돼 중산층에게는 절세효과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집권 여당은 정부의 증세가 선거 참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 노무현정부 때 종합부동산세 도입 이후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이어진 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고 결국 정권마저 내줬던 사실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뿐이 아닙니다.  다른 국가의 경우에도 여지 없이 들어맞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2012년 소비세를 인상하자 집권당인 민주당은 총선에서 참패하며 물러난 바 있고, 호주 또한 자원세 도입 발표 이후 집권당의 총선 단독 과반에 실패하게 됩니다.  캐나다는 연방소비세 도입 이후 집권당의 의석이 무려 169석에서 2석으로 확 쪼그라들었습니다.

 

집권세력이 그동안 촛불집회에 대해 태연자약한 척하다 급작스레 걱정 모드로 돌변하게 된 연유, 바로 이러한 점 때문입니다.  표심과 인기를 먹고 사는 이들에게 있어 세금 만큼 현실적이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 또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이제사 촛불이 그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민주주의 파괴와 서민 중산층 증세 분노가 모여 촛불로

 

반면 장외투쟁 이후에도 여전히 지리멸렬하기만 했던 민주당에겐 호재가 생긴 셈입니다.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과 세법개정안을 한데 묶으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리란 걸 누구보다 잘알고 있을 민주당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세법개정안을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봐주는 대신 중산층의 고혈을 쥐어짜는 반민주적 작태"라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당장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세법개정안을 여론몰이에 적극 이용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합니다.  이 문제가 자칫 중산층의 반감을 부추겨 장외투쟁의 추진 동력이 돼 기존 촛불과 합쳐지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그보다는 코앞으로 닥친 각종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까 전전긍긍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도 비판 여론에 대한 진화에 나섰습니다.  "참 죄송스러운 부분이고 입이 열 개라도 다른 설명은 못드리겠다.  아무래도 봉급생활자들은 다른 분들보다 여건이 낫지 않나.  마음을 열고 받아주기를 읍소드린다"라며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궤변과도 같은 그들의 대응에 민심의 반응은 오히려 싸늘하기만 합니다.

 

 

이제 촛불은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에 의해 또 다른 양상을 띄며 진화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국정원 국기문란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증세 부담으로 인한 중산층의 분노가 하나로 모여 거대한 촛불 물결을 이뤄내고 있는 형국이 바로 그것입니다.  매주 대통령의 지지율을 발표해가며 인기 유지에 힘써왔던 청와대에도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며, 오로지 표심의 향배로만 먹고 사는 새누리당에도 비상이 걸린 셈입니다. 

 

이제 촛불의 물결은 가뜩이나 붕괴되어가고 있는 중산층을 막다른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는 현 집권세력에게 강력한 경고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아울러 외국 순방과 같은 달콤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사안에만 움직이고, 정치적 현안이나 민감한 사안 그리고 서민을 위한 정책 따위엔 전혀 관심 내지 의사 표명도 없는 불통 대통령에게도 이제 촛불은 민심의 강력한 경고 신호로 읽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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