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그녀에게 드리워진 그림자

새 날 2012. 12.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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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이후, 아직까지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만사 귀찮고 즐거운 구석이라곤 전혀 찾을 수 없다. 솔로대첩? 이건 뭔 얘긴가 싶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시간이 지나면야 서서히 벗어날 수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입안을 헐게 할 정도의 씁쓸한 뒷맛만은 여전히 가셔지지 않는다.

 

  그녀의 성장 배경

 

박정희의 딸 박근혜, 그녀의 삶은 범상치 않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를 총탄에 잃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녀에겐 커다란 상처가 되었겠지만, 이후의 삶 또한 여전히 아물지 않은 아픔으로 남아있을 듯싶다. 홀로 남은 그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선 끝없이 주변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살아 왔을 터이니... 이런 그녀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며 대견해 하거나, 가엽게 여기는 어르신들이 분명 계신다. 심지어 그녀가 너무 불쌍하여 표를 주었다는 분들도 보인다.

 

박근혜 개인의 삶만을 놓고 보면 분명 측은지심이 맞다. 하지만 대통령이란 직위을 놓고 볼 땐 조금 우려스런 부분이 있다. 그녀가 겪은 비극이 트라우마가 되어 자칫 증오의 정치를 펴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슬플 땐 차라리 눈물을 보이는 게 더 인간적이다. 꾹꾹 담아 둔 눈물이 증오의 화살이 되어 누군가의 등 뒤에라도 꽂힐까 사실 두렵다. 그저 기우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서민 코스프레

 

요새 뉴스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비단 박땡뉴스 때문만은 아니다. 만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필경 문땡뉴스가 되어 있었을 테니... 그런데 어제 저녁 우연히 보게 된 뉴스, 박 당선자가 봉사활동을 하는 장면이 방송을 타고 있었다. 아울러 앞으로도 봉사활동은 계속될 거라는 예고도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 뉴스에도 또 비슷한 장면이 등장할 것이다.

 

정치인의 봉사활동 장면은 어제 오늘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편으론 나눔정신과 봉사활동 자체를 적극 장려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고인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의 살아 생전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그는 자신의 방문이 실제 효과는 없으면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하여 되도록 피했다 한다. 참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신 분이다.

 

그녀가 방문함으로써 그날의 진짜 봉사는 이미 물 건너간 거고, 이미 쇼로 전락하여 그곳에 계신 분들뿐 아니라 주변분들마저 힘들게 하는 결과란 얘기이다. 오죽하면 서민 코스프레란 비아냥이 생겼을까 싶다. 진정성 없는, 일회성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는 오히려 치유받고자 하는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수도 있다는 점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진정성 있는 대통합을 바란다면

 

박 당선자는 후보시절부터 지금까지 국민 대통합을 줄곧 강조해 오셨다. 이번 대선의 개표 결과가 말해 주듯, 대한민국은 이념적으로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있다. 비록 당선이란 영예를 안았지만, 반쪽짜리 승리란 말이 결코 과장된 것만은 아닌 거다. 때문에 박 당선자가 내세운 대통합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며, 매우 시의적절한 화두라 생각된다.

 

최근 근로자들의 잇단 죽음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많은 사연들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 중 하나는 이번 대선의 패배로 인해 그들의 설 자리를 잃은, 절망감에서 비롯된 비극일 것이다. 박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날 현충원과 선거운동 중 사망한 측근들의 장지를 위로차 방문하였다.

 

박 당선자 자신을 돕다 사망한 측근들, 물론 그녀 당선에 대한 일등공신이 맞고, 그 누구보다 그들의 죽음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위로는 지금처럼 마치 보여주기인 양 공개적으로 하기 보단 조용히 하는 것이 맞겠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대통합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주기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죽음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을 먼저 끌어 안고, 그들의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공약 실천엔 조바심 내지 말아야

 

박 당선자는 늘 신뢰의 정치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거 무척 중요하고 당연하다. 하지만 당장에라도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내지 조급증이 오히려 화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여 사실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지금도 여러 곳에서 보여주기식의 행보가 보여 우려스러운 마음에서 한 가지 조언한다. 아무리 보여주기식 약속이라 하더라도 제발 경중완급을 가려가며 실천에 옮겨주십사 하는 바램이다. 현 정권의 엉뚱한 삽질에 국민들은 5년간 고통스러워 했다는 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듯하다.

 

  그녀에게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

 

박 당선자의 후보시절 토론회 때 잠깐 보여 준, 뒤로 나앉기와 모르쇠 퍼포먼스, 그 똥고집처럼 느껴지는 태도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박 당선자의 실망스런 토론 실력을 보며, 많은 이들이 박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면 그녀는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주변 사람들에 의해 휘둘릴 것이라 우려했다. 하지만 이 또한 기우인 듯하다. 우린 어제 그녀만의 독단적인 인사 스타일을 똑똑히 목도했다. 이번에 임명된 수석대변인이란 분, 사실 난 잘 모른다. 하지만 항간에 들려오는 말들에 의하면 그녀가 주장하는 대통합과는 전면 배치되는 인물임엔 틀림 없어 보인다.

 

이번 인사는 그녀 혼자 이틀간의 숙고 끝에 내려진 결과라 한다. 이제 서서히 그녀만의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변인들에게 흔들릴 것이란 예측은 철저히 빗나갔다. 그녀의 고유 이미지인 불통과 고집, 우린 그간 슬쩍슬쩍 엿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제대로 감상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본인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그녀의 뒤엔 박정희란 인물이 늘 따라다니고 있으며, 이는 국가 발전과 유신 독재라는, 상반된 두 이미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즉 그녀의 행보가 말처럼 통합과는 먼, 독단과 불통에 치우치게 된다면, 언제든 그녀 뒤에 드리워져 있는 유신이란 존재가 불쑥 튀어나와 그녀의 발목을 잡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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