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엄숙주의자들에게 다시 한 번 빅엿을..

새 날 2012. 12. 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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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4일 밤, 대선주자들의 정책토론을 시청하던 난 - 물론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출연한다기에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있긴 했었지만 그거완 별개로 - 공중파TV를 타고 흘러나오는 영상과 소리에 나의 두 눈과 귀가 그만 번쩍 뜨이고 만다. 순간 무언가 알 듯 모를 듯한 어떤 영상 하나가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엄숙주의자들에 대한 경쾌하고도 신랄한 한 방의 퍼포먼스, 지난 8월에 관람했었던 영화 '스텝업4 레볼루션'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이정희 후보가 이날 속사포처럼 쏟아부었던 발언에 대한 내용 해석은 사람들마다 생각이 모두 다를 테니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이날 토론은 정책을 논하는 자리였을 테니 모두들, 후보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제법 폼 잡고 앉아 각자의 정책을 발표하고 서로 이의를 제기하며, 또 그에 대해 점잖게 맞받아치는 모습을 상상했었겠지?

 

그렇기에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정서를 갖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있어, 이정희 그녀의 돌발행동(?)은 무척이나 당돌하고 낯설게, 때로는 충격적으로 와 닿았으리라.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영화 스텝업4 레볼루션 속에서, 무언가 엄숙하면서 근엄하기까지 한 장소에 나타나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한 엄숙주의자들에게 처절하게 비웃기라도 하듯 놀라운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플래시몹 그룹 '더몹'이 연상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영화 스텝업4 레볼루션을 보지 않아 내용이 약간 궁금한 분들은 이 글을 먼저 구경하시라.

 

경쾌한 난장, 영화 스텝업4 레볼루션

 

이정희 후보의 발언 내용에 대해선 논외로 하기로 했으니, 그녀의 발언을 놓고 정치공학 내지 셈범 운운하지 않기 바란다. 순수하게 그녀의 토론 행위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자.

 

이정희 그녀가 옳았다. 토론회라 해서 반드시 근엄한 정자세로 앉아, 척할 필요는 없다. 사실 대선 후보들이 밖에 나가서는 입에 담지도 못할 온갖 비방으로 상대방을 헐뜯으며, 유독 카메라 앞에서만 안 그런 척 위선을 떤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주어진 토론 규칙과 룰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 그만이다.

 

아니 이정희 그녀가 카메라 앞에서 언제 욕이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몹쓸 비속어라도 사용했던가? 전혀 아니다. 그녀는 사실 그대로를 말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다만 우리에게는 직설적이며 솔직한 표현이 아직은 거북한 모양이다. 그만큼 거짓과 위선으로, 그리고 척하니즘이 우리 사회의 저변을 관통해 오고 있다는 방증이리라.

 

이정희 후보여,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엄숙주의자들에게 빅엿을 날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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