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소통 부재가 낳은 파문 '비거 스플래쉬'

새 날 2018. 4. 2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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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록 뮤지션 마리안(틸다 스윈튼)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폴(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은 이탈리아의 한 섬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던 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 프로듀서인 해리(랄프 파인즈)가 그의 딸 페넬로페(다코타 존슨)와 함께 로마로부터 그들을 다짜고짜 찾아온다. 마리안과 해리는 과거 한때 연인이었던 사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어느 누구보다 잘 알던 폴의 입장에서는 해리의 방문이 영 마뜩지가 않은데..



마리안은 성대가 망가져 얼마 전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상태였다. 덕분에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가 없는 처지다. 해리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멋대로 행동하는 자유분방한 성향의 인물이다. 그가 폴과 마리안의 휴식처를 찾아온 건 오로지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마리안과의 관계를 과거의 상태로 복원하고 싶어서다. 폴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으나 해리로 인해 마리안과 자신과의 관계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을까 내심 불안해 하는 눈치다. 



이렇듯 세 사람 사이는 해리의 등장과 동시에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었다. 여기에 해리의 딸까지 개입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더욱 복잡미묘한 양상을 띠어간다. 이들의 관계는 과연 어디로 향하게 되는 걸까?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광은 바쁜 일상에 찌들어 사는 이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기에 꼭 알맞다. 이렇듯 아름다운 공간적 배경 위로 펼쳐지는 네 사람의 사랑과 욕망, 질투 그리고 갈등은 그래서 더욱 아슬아슬하며 치명적이다. 



해리의 마리안을 향한 회유는 집요했다. 지역 축제에 함께 참여하면서까지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려 무던히 애를 쓴다. 마리안 역시 그런 그가 영 싫지 만은 않은 기색이다. 이를 곁에서 멀뚱히 지켜 봐야 하는 폴의 불안감과 불만은 갈수록 증폭되어 간다. 이런 가운데 해리의 딸 페넬로페의 폴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딘가 예사롭지가 않다. 호기심 그 이상이다. 천천히 그리고 비록 조심스럽지만, 그녀의 발칙한 도발은 폴이라는 인물을 목표로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해리의 성격은 천방지축에 가까웠고, 반면 폴은 상당히 진중한 편이다. 해리와 그의 딸이 이 곳에 온 뒤로 연적 비슷한 관계가 된 폴과 해리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점차 정점을 향해 치달아간다. 



마리안은 말을 온전하게 하지 못해 발짓 손짓 등을 사용하여 의사표현을 해야 했으며, 페넬로프는 시종일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로 그려져 있다. 한 마디로 소통 부재다. 네 사람의 관계에 갈수록 긴장감이 더해졌던 건 바로 이러한 소통 부재가 한 몫 단단히 거든다. 서로를 의심하고 질투하며 욕망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이들은 결국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든 셈이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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