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반려견을 둘러싼 갈등, 그의 원인은?

새 날 2017. 11. 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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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연예인 최시원 씨로부터 촉발된 반려견 사건은 결과적으로 볼 때 얕은 수준의 우리 반려동물 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 어느덧 천만 명을 헤아리면서 관련 시장의 규모 또한 눈에 띄게 급팽창했다. 그러나 양적으로만 성장했을 뿐 시민들의 의식이나 제도적 뒷받침 등 질적으로는 그에 훨씬 못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애견 인구와 비애견 인구 사이에 형성된 갈등 역시 지속적으로 증폭돼 왔다. 최시원 씨 사건은 그와 관련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켜켜이 쌓인 갈등이 최시원 씨 사건 이후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애견인들의 애견인을 향한 성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갈등이 곪아터져도 이를 해결할 만한 제도적 물리적 토대가 미약한 탓에 반려견으로 인해 유무형의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어느덧 반려견과 그 주인을 향해 일제히 혐오와 증오를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애견인들은 비애견인들의 불편하면서도 따가운 시선을 체감하며 산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급기야 경기도 안양에서는 산책 중인 반려견에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주인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 사건마저 불거졌다. 최시원 씨 사건 이후 애견인과 반려견을 향한 험악해진 분위기가 결국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단을 빚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간 문제에 불과할 뿐 여건상 결국 언젠가 한 번은 터질 수밖에 없었던 사안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시원 씨 사건 이후 반려견과 관련한 민원이 빗발치고 불만이 쇄도하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련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대목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려견의 몸무게가 15kg 이상일 경우 무조건 입마개를 하도록 하거나 한 가구에서 사육 가능한 반려동물의 숫자를 5마리 이내로 한정 짓는 등의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겨레


하지만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인터넷 공간은 네티즌들의 혹평과 비난 일색이다. 이를테면 반려견의 무는 특성은 단순히 몸무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일정 기준을 정해 무조건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정작 위험한 반려견은 사회화가 안 되고 행동 교육이 안 된 경우이지, 크기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체격이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하여 입마개를 강제로 씌우면 오히려 사회화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단다. 아울러 한 가구에서 사육 가능한 반려동물의 숫자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방안 역시 실효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주장 일색이다. 현실에서는 안락사의 위기에 내몰린 유기견들을 구조해 키우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듯 우리의 반려동물 시장은 단기간에 급팽창했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물리적 행정적 토대는 제대로 갖춰놓지 못했다. 반려견과 관련하여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대부분 유명무실하다. 애견 등록제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등록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탓이다. 이를 단속할 만한 능력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 까닭에 과태료 부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울러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배변 후 이를 방치할 경우에도 현행 법상으로는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으나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물도 태부족이다. 반려견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다. 반려동물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들을 관리하고 보호할 만한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그동안 애견인과 비애견인들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부추겨온 경향이 크다. 


반려견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졸속으로 반려동물 정책을 내놓는 등 빗발치는 여론에 등 떠밀려 우왕좌왕하는 정책 당국의 모습만으로도 작금의 갈등 인자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최시원 씨 사건은 우리의 미흡한 반려동물 정책에 대한 일종의 경고음이다. 반려동물 인구 수와 관련 시장의 규모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나, 관련 정책과 제도 그리고 문화는 허약한 시민의식만큼이나 여전히 크게 뒤떨어져 있다. 이를 바로잡아야 갈등 또한 사라진다는 사실을 결코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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