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장훈을 향한 비난, 경계해야 하는 이유

새 날 2017. 5. 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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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 행사의 일환으로 예술인들의 공연무대가 펼쳐졌다.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그 어느 때보다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였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 역시 어느덧 슬픔과 분노를 넘어 미래를 향한 기대감에 한껏 고무된 표정임이 역력했다. 행사는 축제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로 점차 무르익어갔다. 


이날 초대된 예술인 가운데 한 사람인 가수 김장훈 씨가 무대 위에 올라섰다. 그런데 그는 다짜고짜 주차 문제로 경찰과 시비가 붙었으며. 이와 관련한 불쾌한 그의 감정을 여과 없이 풀어놓기 시작했다. 심지어 욕설까지 내뱉고 만다. 노무현 대통령 추모 행사장이 아닌 흡사 김장훈 씨 개인의 한풀이 무대였던 듯, 순간 우리의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의 분위기가 일순간에 싸해진 건 두 말 하면 잔소리일 테다. 


ⓒ엑스포츠뉴스


그는 과거 경찰과의 악연으로 인해 공권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노라고 스스로 밝힌 바다. 짐작컨대 이번에 불거진 파문 역시 경찰과 주차 문제로 갈등을 빚던 와중에 그만의 깊은 상처가 덧나면서 예측을 뛰어넘는 급작스런 형태로 발현된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위로를 건네고 싶을 만큼 그의 처지가 딱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한 관객이나 그렇지 않은 일반 대중들은 그만의 특별한 사정을 쿨하게 모두 받아들일 만큼의 아량이나 배려심을 갖추고 있지는 못했다. 아니 이들에게 그러한 바람을 갖는다는 자체가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른다.


이날 행사는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진정 그를 좋아하고 오롯이 그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모인 뜻깊은 자리였다. 이런 사람들이 왜 귀한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어렵사리 참석한 자리에서 김장훈 씨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과 거친 욕설을 듣고 있어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김장훈 씨의 팬들만을 모아놓은, 즉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진행된 행사라면 다소 껄끄럽거나 불만스러울 수는 있어도 이 또한 강력한 팬심으로 어찌어찌 극복해볼 수 있는 사안이었겠으나, 알다시피 유독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았던 이번 행사는 그와는 성격이 완전히 판이함을 알 수 있다. 상식을 크게 벗어난 행위로 다가오는 건 다름아닌 이러한 연유 탓이 크다. 


김장훈 씨는 파문이 불거지자 그의 SNS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잘못했습니다. 좋은마음으로 오셨던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시는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저 또한 그런 마음으로 추모무대에 올랐는데 저도 전혀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생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그런 저의 언행은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그러나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냉랭하기 짝이없다. 사과만으로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그 역시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힌 바다. 우리가 아쉬운 건 바로 이 대목이다. 그가 진정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처럼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모인 자리였다면, 자신이 지닌 아픔과 상처가 비록 크게 다가오더라도, 아울러 선뜻 분노를 잠재우기 쉽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일지라도, 더욱 조심하고 또 조심했어야 했다.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가 깊고, 스스로가 밝힌 것처럼 이를 속으로 감내할 만한 성격이 못된다 해도, 적어도 공식 추모행사에 초대된 예술인이라면 그와 같은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것쯤은 그 역시 잘 알고 있었을 줄로 안다. 한 사람의 일탈이 자칫 특정 사안 전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몰아가게 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가 혹시 간과한 건 아닐까? 실제로 공화당 총재인 신동욱 씨가 트위터를 통해 이번 파문과 관련하여 "노무현 욕설대회 꼴이고 노란 완장 술 취한 꼴이다. 촛불잔치가 아니라 욕설잔치이다"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김장훈 씨는 평소 '기부천사'로 불릴 만큼 개념 연예인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나 같은 범인은 감히 흉내낼 수조차 없는 높은 수준의 선행을 베풀어오는 등 늘 번듯하고 선한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선보여왔던 그다. 때문에 이번 욕설 파문은 더욱 충격적이다. 무대 위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발현되어야 할 프로 의식의 부재를 탓할 수밖에 없다. 곱씹어볼수록 진중하지 못한 그의 태도가 못내 아쉽다. 


다만, 누군가가 비난하고 있듯 김장훈 씨의 일탈 하나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추모 의식 자체가 완전히 폄훼되어선 안 되는 것처럼 그동안 김장훈 씨가 행해온 무수한 선행이 이번 욕설 파문이라는 단 하나의 실수로 인해 몽땅 부정되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져서도 결코 안 될 노릇이다. 김장훈 씨를 향한 대중들의 무차별적인 비난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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