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광고판 사진 속 모델이 갑자기 움직인다면? 더구나 마치 자신이 피우던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기라도 한 양 얼굴을 한껏 찌푸린 채 기침을 해댄다면? 누가 됐든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될 경우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해당 광고는 실재한단다. 스웨덴의 사례다.
길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그 앞에 설치던 광고판 속 남자 모델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동시에 기침을 해댄다. 물론 담배를 피우던 사람은 깜짝 놀라고 만다. 분명히 사진이 부착된 광고에 불과했거늘, 어느 순간 자신의 흡연 행위와 동시에 동영상으로 변모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기발한 광고의 비밀은 다름아닌 광고판 아래에 숨어 있다. 이곳에 설치된 특수 센서가 담배 연기를 감지하는 즉시 기침하는 모습의 영상을 광고판에 재생하는 방식이다.
데일리메일 캡쳐
이는 혐오나 충격과 같은 자극적인 효과 없이 흡연자들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흡연으로 인한 폐해와 금연의 필요성을 알리는데 일조한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실질적인 금연 효과로 이어지게 될지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광고 기법 자체가 창의적인 데다가 누가 보아도, 심지어 흡연자가 보아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까닭에 왠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금연 효과와 타인을 향한 배려심이 더욱 잘 발휘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금연 광고는 어떨까? 갈수록 독해지고 있다.
지난해 공중파 TV를 통해 선보인 공익광고는 흡연실에 들어간 한 남성이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순간 폭발, 흡연실 유리창을 뚫고 튕겨져 나가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겨 있다. 해당 남성은 목숨이 경각에 달한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서조차 담배를 손에 놓지 못하는 중독성을 드러낸다. 교통사고보다 흡연이 더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기획한 광고다. 강렬한 시각 효과를 통해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고조시키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
YTN 방송화면 캡쳐
물론 왜 이러한 독한 형태의 광고가 등장하게 됐는지 그 배경과 관련하여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른바 충격과 공포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담뱃값 인상 및 금연구역 확대와 같은 금연 정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혐오와 충격 등 직접적인 자극을 가하는 이들 광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항생제를 거듭할수록 이를 더욱 강하게 투여시켜야 하는 경우처럼 내성이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 자극에 둔감해진다고 하여 더욱 혐오스럽고 충격적인 소재를 계속해서 도입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더구나 담뱃갑에 혐오 사진을 부착하면서 이를 가리는 용도의 케이스가 출시되어 그마저도 무력화시키고 있는 양상이니 더더욱 그렇다.
ⓒ서울신문
우리의 사례와 견주어 볼 때 스웨덴의 광고는 그 기법이 상당히 참신한 데다가 전혀 자극적이지 않아 이른바 착한 광고라 불릴 만하다.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등의 전방위적인 금연 압박 정책이 가해지면서 이 땅에 사는 흡연자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연유 때문인지 흡연율이 아주 조금씩 떨어지고 있단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남성 흡연율은 39.3%로 전년보다 3.8% 포인트 하락했고, 남녀 중고생 흡연율도 낮아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경우처럼 기발한 창의력이 가미된 착한 광고 기법을 내세울 경우 아주 조금씩 떨어지던 흡연율에 더욱 가속도를 붙일 수 있지 않을까? 누가 보아도 거부감이 들지 않으면서 흡연자 스스로 성찰하게 만드는 이러한 착한 광고가, 강한 바람을 일으켜 억지로 외투를 벗기려는 '충격과 공포' 형태의 자극적인 방식보다 더욱 괜찮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창의력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발휘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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