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세월의 흔적이 전하는 잔잔한 감동

새 날 2016. 11. 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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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도시 지역에서 살다 보면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모하여 10년 전후가 확연하게 차이 나는 경우를 흔히 접하게 됩니다. 사물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사람인들 안 그럴까 싶습니다. 10년을 주기로 우리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연령대를 관통하며 속앓이를 하곤 합니다. 나이에 해당하는 숫자의 일의 자리가 0으로 변모할 때마다 아무리 외면하고 그로부터 뿌리치려 해도 몸과 마음은 해당 연령대에 맞춰지며 저절로 최적화되어가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다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10년 세월의 네 곱절인 40년이란 시간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요? 물론 우주적 관점으로 본다면 찰나에도 못미치는 아주 미미한 수치이겠지만, 우리 인간들에겐 길다면 매우 긴 시간입니다. 희노애락을 유발하는 무수한 사건들이 있었을 법하니까요. 사실 저조차도 그러합니다.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40년을 무탈하게 지내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삶이란 워낙 가변적이라 무수한 풍파를 헤치고 이를 이겨내야 하는 과정입니다. 우린 간혹 과거에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 사람이 친구였다면 더없이 좋을 테고요,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듯싶습니다. 각기 살아오는 방식과 지향점은 다르더라도 긴 시간을 이겨내고, 아직까지 이 지구촌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숨을 쉬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동으로 다가올 테니까요.


언론에 소개된 영국의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시간과 관련한 아련한 감성을 되살려 주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40년 전인 1978년부터 인물을 위주로 사진을 찍어 왔는데, 어느날 긴 세월이 지난 후, 그러니까 40년 가량의 시간이 지난 뒤 문득 예전에 촬영했던 사진을 되살리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는 40년 전에 촬영했던 사진들을 지역 신문과 인터넷, SNS 등에 공유하여 사진 속 주인공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옛 사람들을 무작정 찾기란 참 쉽지 않은 노릇입니다.



다행히 과거의 자신을 알아본 사진 속 주인공들이 그에게 연락을 취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그는 그들의 과거 사진과 똑같은 상황을 재현하여 다시 촬영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일일이 수소문하여 총 134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이 작업을 마치는 데 무려 7년여의 세월이 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소개된 몇 장의 이미지를 보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절친이었을 것 같은 청년들은 어느덧 초로의 노신사로 변모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젊었을 당시 노안이었던 사람은 40년이라는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그다지 변화가 없어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앳돼 보이던 동안인 이들은 노화가 더욱 빠르게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젊었을 때의 우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그들의 밝디 밝은 표정으로부터는 40년의 세월이 참 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이미지는 더욱 놀랍습니다. 역시 절친으로 추측되는 5명의 청년(?) 혹은 소년(?)들이 거리를 달리던 순간을 포착한 것인데, 40년 뒤 이들은 같은 거리 위를 똑같은 포즈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몸집은 커지고 어딘가 둔해 보이는 움직임이지만, 왠지 예전의 우정이 40년이 지나도 여전할 것 같은 느낌과 그 긴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건물을 비롯한 주변의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긴 세월을 훌쩍 건너왔음에도 과거에 있던 건물이나 사람 모두가 건재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언가 알 듯 모를 듯한 잔잔한 감동이 전해지는 순간입니다.


물론 어떤 이들이 볼 땐 단순한 이미지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사소한 일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며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단순해 보이는 이미지 하나를 위해 작가는 무려 7년이란 긴 시간을 해당 작업에 할애해야 했으며, 사진 속 주인공들을 일일이 수소문하기 위해 수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이 전달될 수 있었던 배경엔 바로 이렇듯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땀방울 및 에너지가 숨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사진이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해 줄 수 있는 건 누구나 간직할 법한 과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 놓은 점은 물론이거니와, 제아무리 긴 시간의 흐름이라 해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것들, 변해선 안 되는 것들, 이러한 것들을 우리로 하여금 재차 상기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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