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인텔 모바일 SoC 사업 철수, 윈도 태블릿 시장 위축되나

새 날 2016. 5. 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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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모바일 SoC 시장에서 철수할 예정이라는 외신보도가 잇따랐다. 현재 주력인 체리트레일을 기반으로 한 아톰 라인업은 물론이거니와 중국의 락칩사와 제휴를 통해 중국이나 인도 등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적절히 공략하기 위한 일종의 교두보로 삼아 나름 심혈을 기울여왔던 SoFIA 플랫폼 계획마저 즉각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텔이 적어도 모바일 시장에서만큼은 완패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는 소식이라 충격을 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짐은 사실상 진작부터 읽혀 오던 터다. 작금의 소식에 앞서 인텔은 최근 전 세계에 걸쳐 총 1만2,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하여 올해 7억5,0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인텔 전체 인력의 11%에 해당하는 큰 숫자다. 한 마디로 돈이 되지 않는 영역은 시장에서 철수시키거나 축소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만 집중 육성하겠노라는 전략이다.

 

 

아울러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톰 기반 x86 칩셋 장착 기기로 나름의 영역을 개척해 오던 대만의 ASUS마저 이의 비중을 줄이고, 퀄컴과 미디어텍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해 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 언론 매체에 따르면, 지난 해 선적된 ASUS 스마트폰 2천만 개 중 인텔 아톰 기반 스마트폰 비중이 적어도 3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올해는 20% 이하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인텔의 모바일 사업 철수 배경에는 스마트폰의 수요가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고, 그와는 반대로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가격 경쟁은 외려 더욱 심화되고 있는 암울한 시장 상황이 고려됐음직하다. 인텔은 그동안 모바일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물량 공세로 일관해 왔다. 매출액 이상의 과도한 프로모션으로 싸게 제품을 공급해 오면서 모바일 시장에서의 반전을 꾀해 왔으나 결국 돌아온 건 누적 적자 행진뿐이다. 베이트레일에서만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하였으며, 후속 모델인 체리트레일에서도 비슷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인텔이다.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만 셈이다. 인텔이 현재 처한 입장이라면 이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발을 빼는 게 어쩌면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로 인한 시장의 영향은 어떨까? 어차피 모바일 기기,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인텔의 점유율은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할 만큼 극히 미미한 터라 그다지 커다란 반향을 불러오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중국의 저가 윈도 태블릿 제조사들에는 직간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연합 진영인 윈텔의 파상적인 프로모션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중국 저가 태블릿 제조사들이 더 이상 값싼 제품을 내놓지 못하리라 전망되는 탓이다.

 

이는 가뜩이나 열악한 생태계로 최악의 사용 환경을 자랑해 마지 않던 윈도 태블릿 시장의 위축을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 물론 앞으로 윈도 태블릿은 아톰 칩셋을 심은 저가 제품보다 코어M 등의 좀 더 값비싼 칩셋을 넣은 제품에 의해 그나마 명맥이 간신히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듀얼OS가 탑재된 태블릿은 시장에서 영원히 그 모습을 감추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적어도 안드로이드OS의 환경에서는 아톰 칩셋이 성능에 비해 배터리 효율이 지나치게 비대칭적인 효율성을 드러내온 터라, 전혀 궁합이 맞지 않음을 시장에서 확인시켜 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와 두 개의 이질적인 OS를 동시에 활용 가능하다는 일종의 호기심 마케팅을 내세워 업체들이 시장에 마구 풀고 있으나, 이젠 그마저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데스크탑 기반 x86과 모바일 기반 ARM의 동거라는, 꽤나 획기적인 면모 때문에 듀얼OS 태블릿은 우리 시장에서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실은 앞서 든 이유로 인해 세상에 결코 등장해서는 안 될 제품임이 분명해졌다.

 

ⓒITcle

 

기존의 저가 윈도 태블릿 사용자나 이의 잠재적인 소비자들에게 있어 인텔의 모바일 사업 철수는 재앙으로 다가올 법하다. 사용자들의 다수가 노트북과 태블릿 사이에서 방황하다 가격 등의 이유를 내세워 적절한 타협점으로 태블릿을 선택했을 개연성이 높은데, 아톰 라인업의 철수가 그러한 결정적인 선택지 하나를 날려버린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이 갖는 장점 때문에 생태계가 형편이 없어도, 아울러 입력장치가 부실함에도 묵묵히 사용해 왔거늘, 이젠 그나마도 가격대가 껑충 뛰게 된다면 굳이 윈도 태블릿을 활용할 이유와 명분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PC와 모바일 기반의 시장 격차가 나날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인텔의 이번 전략과 선택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빚게 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불확실성이 점증되는 시장 환경에서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인텔이 비록 이번에는 모바일 SoC 사업에서 손을 뗀다지만, 모바일 시장의 성장을 그저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사업 부진이나 인텔의 모바일 사업 철수와 같은 잇따른 암울한 소식은 이들의 선전을 내심 바라왔던 나를 포함한 많은 사용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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