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윈도폰만의 매력은 무얼까

새 날 2016. 4. 10. 17:43
반응형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폰에 탑재된 OS를 최근 윈도폰10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런데 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기와 그렇지 못한 기기가 판이하게 갈리면서 기존 이용자들의 희비마저도 그와 함께 엇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미 예측하던 바와 같이 윈도폰 이용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폰 시장의 파이를 지금보다 더욱 키우거나 활성화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내가 윈도폰을 사용하게 된 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을 향한 식어버린 애정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지만 말이다. 실은 조금이라도 윈도의 흔적을 엿볼 수 있게 하던 휴대폰을 내가 사용하기 시작한 건 제법 오래 전의 일이다. 현재 보편화된 스마트폰의 형태 이전에 모바일 유행을 선도하던 기기인 PDA가 휴대폰과 결합하면서 시장에 첫선을 보일 무렵, 윈도 모바일이 탑재된, 보다 PC 친화적인 PDA폰들도 그 즈음 대거 등장하게 된다. 

 

 

아직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출시 이전이었으니, 사실상 현재 휴대폰 형태의 대세로 자리잡은 스마트폰의 개념은 당시 PDA OS 및 기기 제조사들이 만들어냈다고 봐도 결코 무리는 아닌 것으로 읽힌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그들의 한 축에 불과했으나, 전 세계 컴퓨터에 깔린 윈도 OS와의 호환성이 결정적인 무기로 작용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팜이나 셀빅 등 여타의 기기들은 그 명맥을 잊지 못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채 자취를 감추게 된다. PDA폰 진영은 어느덧 윈도 모바일 한 곳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스마트폰을 대중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에 주어진 셈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를 살리지 못하고 만 MS다. 이 과정에서 셀빅XG로부터 시작하여 윈도CE가 탑재된 폰, 그리고 윈도 모바일 버전이 탑재된 기기까지 다양한 녀석들이 나의 손을 거쳐간다.

 

하지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기기의 잇따른 등장은 그 이전까지만 해도 꽤나 혁신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법한 윈도 모바일 PDA폰을 단번에 오징어로 전락시키기에 충분했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터치 방식이 아닐까 싶다. 감압식이 대세이던 당시에 iOS와 안드로이드는 본격 정전식 터치 방식을 채용한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라고 하여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그동안 스타일러스펜에 의지하던 터치 방식에서 벗어나 뒤늦게 손가락 터치에 친화적인 윈도폰 OS를 새로이 출시하여 시장에 내놓게 된다. 윈도폰7이 탑재된 루미아710은 그렇게 국내 시장에 상륙한다. 이때가 아마도 2012년 즈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과거 PDA폰을 사용하며 나름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다고 생각한 난 주저없이 루미아710으로 휴대폰을 갈아타게 된다. 루미아710은 과거 PDA폰에 비하면 그야말로 일대 혁신에 가까웠다. 하지만 정확히 거기까지였다. 사용자들에게 범용적으로 사용될 정도의 혁신이란 화두는 이미 아이폰이 선점한 뒤였기 때문이다. 윈도폰의 앱스토어에서는 쓸 만한 앱을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썰렁함 그 자체였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이라고 하여 별반 다르지는 않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폰의 생태계 조성에 실패하며 이후 한국 시장에서는 공식적인 윈도폰을 접할 수 없게 된다.



한동안 잊고 지내오던 윈도폰에 대해 내가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휴대폰을 바꾸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물론 국내에서는 통신사에서 공식 지원하는 윈도폰을 여전히 만날 수가 없다. 굳이 이를 활용하려면 해외에서 판매 중인 외산폰을 들여와 유심칩을 꽂아 사용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윈도폰은 다른 여타의 기기들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기본료가 싼 알뜰폰 통신사가 등장하게 되면서 이제 윈도폰 하면 합리적인 소비의 대명사격으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윈도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아니 많은 걸 포기해야만 한다. 우선 앱이 턱없이 부족하다. 쓸 만한 앱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덕분에 윈도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폰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논하기보다 차라리 윈도폰으로 가능한 일을 찾는 게 훨씬 빠를지도 모른다. 인터넷과 SNS의 활용에는 문제의 소지가 없다. 다만, 금융 등 생활밀착형 앱은 애초부터 없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 본연의 기능인 전화와 문자서비스를 제외하고선 특별히 이를 매만질 일이 없게 된다.

 

그렇다면 난 왜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서자 취급을 받고 있는 데다, 온통 단점 투성이인 윈도폰을 사용하고 있는 걸까? 우선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휴대폰 본연의 기능 말고는 그다지 활용할 일이 많지 않다. 이북 등 웬만한 앱은 화면이 훨씬 큰 태블릿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거니와 편하게 와닿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충성 팬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과거 윈도 모바일 시절 당시 닿은 인연 때문에 여전히 알듯 모를듯한 미련 따위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울러 현재 윈도 모바일의 완성도는 여느 OS 못지 않다. 터치감도 좋고, 기기의 표면적인 스펙상 안드로이드 등에 비해 월등히 부족한 경우에도 오히려 실행 속도가 충분하게 느껴지곤 한다. 적당한 비유가 될지 모르나, 가볍고 실용적인 캐주얼 의상이 안드로이드폰이라고 한다면, 핏이 잘 맞는 정갈한 슈트는 왠지 윈도폰에 가깝다.

 

데스크탑과의 연결, 직관적이다

 

윈도폰7 버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메트로UI는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다. 그 네모 반듯한 타일이 도대체 뭐라고, 순전히 디자인만으로도 여타의 OS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만족감 따위를 얻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이 비단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윈도폰 관련 커뮤니티나 카페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순전히 네모난 타일로 대변되는 메트로UI가 마음에 들어 윈도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보안 문제 또한 여타의 OS보다는 멀찍이 떨어져있는 편이다. 윈도 자체의 보안 기능이 탁월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다소 웃픈 상황이긴 하나 사용자가 적어 해킹 수요자들의 관심 밖 영역일 가능성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데스크탑과의 연결은 매우 깔끔하며 직관적이기에 활용이 상대적으로 더 쉽다. 윈도와 또 다른 윈도와의 결합이니 어쩌면 이는 당연한 귀결일 듯싶다. 흔치 않다는 점도 매력이다. 남과는 다른 무언가를 찾는 이들에게 있어 이처럼 유니크한 아이템도 실은 드물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윈도폰 브랜드명인 '루미아'를 버리고 그 대신 자사의 태블릿 브랜드인 '서피스'를 활용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윈도폰은 이렇듯 마이크로소프트가 비록 버린 자식에 불과하나, 아울러 이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별다른 미래가 보이지는 않으나, 그래도 나로 하여금 윈도폰을 사용케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폰 본연의 기능은 오히려 덤이고 여타의 활용도에 방점이 찍힌 다른 OS의 폰들처럼 휴대폰을 하루종일 손에 쥔 채 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하거나,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의 눈을 폰 화면으로부터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일 따위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윈도폰은 폰으로부터 이용자를 자연스레 멀어지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게 이 폰만의 결정적인 매력이자 장점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