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CCTV 사생활 침해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새 날 2016. 1. 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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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공간 곳곳까지 침투해 들어온 CCTV, 주로 범죄 예방 목적으로 공공장소 등에 설치돼왔는데, 근래엔 민간 상업시설에도 흔히 설치되곤 한다. 이 뿐이랴. 자동차 저마다에 장착된 블랙박스까지, 우리가 사는 공간은 온통 카메라에 의해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로 인한 범죄 예방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들 카메라를 통해 시민들은 일정 정도의 심리적인 안정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방팔방 그 어느 곳을 지나다녀도 감시의 눈초리가 번뜩이는 카메라 렌즈에 의해 우리 일상의 일거수일투족이 24시간 관찰 당하는 느낌 때문에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CCTV란 존재는 그 태생 단계부터 이미 양날의 칼이 됨직한 요소를 안고 태어난 셈이다. 문제는 카메라가 애초 설치 목적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JTBC 방송화면 캡쳐

 

우리에겐 남에게 구속되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있다. 이른바 '자유권'이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이러한 자유권에 따르면 개인은 국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 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무제한의 자유가 부여된 건 아니다. 헌법 제37조 2항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CCTV는 바로 이러한 헌법 내지 법률에 부합된 결과로 읽힌다. 즉,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메라의 설치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 당하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유권이 일정 부분 손상될 소지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범죄 예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의 효과가 더욱 큰 가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경우다. 개인의 자유 침해로 인한 손실보다 범죄 예방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보다 크다는 판단이 가능했기에 모두가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근래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개인이 자신의 영업장에 설치하는 CCTV는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한 매체가 이와 관련하여 단독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모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시설물 보호와 화재 도난 방지를 목적으로 직원 근무 공간 천장에 CCTV를 설치했단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음직한 사안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를 통해 매장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감시해 왔노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한 직원이 매장에서 잠깐 책을 읽었는데, 본사가 이를 지적하고 나섰단다. 물론 또 다시 적발될 경우 이번처럼 구두경고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엄포도 잊지 않았단다. 



커피숍이라는 영업장은 실시간으로 고객 응대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직원들에겐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무를 처리하는 일반 사무실과는 확연히 다른 환경이다. 하지만 이들 직원들도 회사원이기에 앞서 한 개체의 사람이다. 일하는 짬짬이 급한 용무를 볼 수 있는 데다, 때로는 지극히 사적인 일도 처리해야 할 경우가 왕왕 있다. 제아무리 서비스 매장이라고 해도 근무시간 내내 일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령 매장 내 손님이 없는 틈을 이용해 책을 잠깐 펼쳐 볼 수도 있다.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러한 행위를 했다면 문제가 될 법하지만, 짬짬이 이뤄진 지극히 사적인 용무였다면 그다지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회사는 CCTV를 이용해 마치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온 듯 'CCTV를 확인해보니, 적절치 못한 행동들이 확인됐다'며 직원들을 무턱대고 몰아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번 상상해 보라. 내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한 일이 아닌가.

 

최악의 경우 해당 직원이 실제로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혹여 그렇다고 해도 회사 측이 애초 설치 목적과는 전혀 다른 용도로 카메라를 활용했노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읽히는 상황이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하물며 회사에는 더더욱, 없다. 회사는 CCTV를 설치할 때 시설물 보호와 화재 및 도난 방지라는 뚜렷한 목적을 내세웠던 바다. 직원을 감시하겠노라는 사항은 일절 없으며, 직원들에게 그러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시킨 적도 없다.

 

JTBC 방송화면 캡쳐

 

공공장소에 설치된 공익 목적의 CCTV는 개인의 자유 침해 요소보다 공공의 이익에 대한 가치가 훨씬 크게 다가오기에 모두가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설치한 카메라는 어떨까? 개인이 자신의 영업장에 대한 시설물 보호와 화재 및 도난 방지 목적으로 설치, 운영하는 상황에 더해 직원을 감시하는 용도로도 활용해 왔노라는 서로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게 될 경우 이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공공 영역과 마찬가지로 사적인 영역에서도 원래의 카메라 설치 목적에 부합하는 가치가 직원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보다 더 크다고 판단될 경우 무조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게 옳을까? 과연 그럴까? 하지만 공공의 이익이 아닌 이상, 단 한 사람의 직원이라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은 그 누구에게조차 주어진 적이 없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갑과 을로서, 언제나 직원 측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을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 당해도 갑에게 항의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이렇듯 일방적으로 한쪽의 권리가 침해를 당해도 딱히 호소할 방법이 없는 갈등 하에서는 이를 과연 누가 해소해주어야 할까?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게 아닐까? 너무도 쉽게 설치되면서도 인권 사각지대를 부풀리고 있는 사적 영역에서의 CCTV 설치와 관련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거나 필요한 경우 적절하게 정비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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