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국민행복 외치던 정부의 복지는 어디로 갔나

새 날 2015. 11. 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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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3년 발표한 'OECD 국가의 장년 고용촉진을 위한 정책사례 연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장년층(55-64세)의 고용률은 63.1%에 이른다. OECD 평균인 55.6%를 웃도는 수치다. 아울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간한 'OECD 국가의 중고령자 고용정책 동향'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고용률 역시 39.6%로, OECD 국가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청년들의 취업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노인들의 재취업 기회가 보장된다는 측면으로 보자면 이러한 수치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11년 기준 48.6%로 OECD 회원국 중 단연 으뜸이다. OECD 평균인 12.4%와 비교하면 무려 4배 가량 차이가 난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공적 연금 보장 수준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노인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공적 이전 소득의 비중은, OECD 국가 평균이 58.6%이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16.3%에 불과하다. 공적 노후 보장 제도가 노인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기에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결국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고용률은 노후 소득 보장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머니투데이

 

씁쓸한 현실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노인들이 편안한 노후생활을 누리기 보다 여전히 열심히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한 마디로 말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노후 생활을 보장해주는 공적 연금의 보장 수준이 지극히 낮아 노년에도 일을 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활조차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의미이다. 노인들의 전체 소득 중 공적이전소득 비중이 고작 16.3%에 불과하니, 근로소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다. 근로소득 비중은 무려 63%에 달한다. 이는 노후에도 일을 하여 생계를 잇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고단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자 노인들의 재취업률이 높다고 하여 마냥 반겨할 만한 일이 아님을 여실히 입증한다.

 

이렇듯 암울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반가운 소식 하나가 전해져 온다. 정부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음에도 신청을 하지 않아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해 이를 받을 수 있도록 매년 이력조사를 시행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기초연금을 신청했다가 선정기준에 맞지 않아 탈락한 수급희망 노인을 대상으로 5년간 매년 이력조사를 실시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취지의 제도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를 통해 약 7만명에 이르는 노인들이 혜택을 받게 돼 기초연금의 사각지대가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이 떨어진다. 기초연금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보다 더 큰 사각지대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게다가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 일각의 목소리가 비등함에도 불구하고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현행법상 기초연금을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적이전소득으로 간주하고 있는 까닭에 일부 극빈층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시 토해내는 말도 되지 않는 현상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노인이 기초연금을 신청해서 이를 받게 될 경우, 기초연금의 해당 금액만큼 실제 소득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게 될 경우 기초생활 수급노인이 생계급여를 받는 기준인 소득인정액이 덩달아 올라가게 돼 기초연금액만큼 생계급여액에서 고스란히 깎이게 되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결과가 빚어지고 만다. 줬다 빼앗는다는 표현은 괜한 게 아니다. 누군가에겐 기초연금 해당액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할는지는 몰라도,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들에겐 '삶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그렇지 못하느냐' 라는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다가온다.

 

ⓒ연합뉴스

 

이러한 폐단을 해소하고자, 즉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받은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이 합산되지 않도록 이를 차단하여 줬다 빼앗는다는 논란을 잠재우고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정부가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기초연금을 신청해서 받았다가 빼앗기는 기초생활 수급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해 7월 현재 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원한다면서 생색을 내고 있는 이른바 기초연금 이력조사와 관련한 7만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이들은 노인에게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복지를 증진하도록 한 기초연금법의 애초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거나 적용되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에 처해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지원되느냐 하면 모두가 알다시피 절대로 그렇지가 못하다. 노인일자리 지원 사업은 전체 복지 사업 규모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미미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생색내기 매우 좋은 사업에만 관심을 둔 채 정작 소외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절대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영역에 대한 지원에 대해선 인색하기 짝이 없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논하면서도 그로 인해 진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외면하는 이유는 과연 무언가? 재정난? 물론 일부 추가 예산이 필요한 건 피해갈 수 없는 현실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비단 돈 때문만은 아니지 않은가. 혹여 돈이 들더라도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국민 전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복지에 대한 근본 취지를 살리기 위함이라면, 오히려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에 힘을 쏟아야 함이 맞지 않을까? 그런 게 바로 진정한 복지이자, 국민행복을 외쳤던 박근혜 정부가 바라던 바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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