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용인 캣맘 사건 결말이 남긴 씁쓸함

새 날 2015. 10. 16. 12:29
반응형

용인시의 모 아파트에서 고양이 집을 지어주던 한 여성이 날아온 벽돌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진 사건, 이른바 '용인 캣맘 사건'의 용의자가 드디어 드러났다. 놀랍게도 초등 4년생이다. 학교 숙제인 중력 테스트를 위해 친구 서너명과 함께 18층 옥상에 올라 1.8킬로그램인 벽돌을 자유낙하시켜 몇 초만에 바닥으로 떨어지는지 실험을 하던 와중에 사고가 일어난 것이란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터라 해결하기까지 비록 일주일이란 시간이 꼬박 소요되긴 했으나 그나마 용의자가 확보되어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 이후 '주민 피해 해결 vs 동물 보호'라는 내재돼 있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채 광풍처럼 몰아치며 우리 사회를 일주일동안 들끓게 만들었던 현상은 결과적으로 해당 사건과는 거의 무관한 셈이 돼버렸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캣맘의 행위에 대한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진 바 있다. 캣맘에 찬성하는 이들은 생명은 소중한 것이기에 사람이든 동물이든 귀한 건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반대로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불쌍하다고 하여 밥을 주고 보호해 주면 개체 수만 더욱 늘어나 결국 사람과 동물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을 편다.

 

양측의 논리는 나름대로 모두 타당하다. 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녹록지 않은 것도 다름아닌 그러한 이유 때문일 테다. 물론 제아무리 길고양이가 싫고, 이들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캣맘의 행동이 싫다고 하더라도 그를 표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혐오 범죄의 양태로 발현시켜선 안 된다는 의견엔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해당 사건이 초등학생의 헹위로 일단락지어진 덕분에 그간 무수하게 오고 갔던 캣맘 관련 이야기들은 어쩌면 핀트를 잘못 맞춘 셈이 돼버렸다.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이 전혀 없었노라고 말할 수도 없다. 잠재돼 있던 길고양이와 캣맘 갈등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이의 해결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봇물을 이루었고, 생각과 의견이 자신과 다르다고 하여 관련 문제를 폭력적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절실히 깨닫게 됐으니 말이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주제에 대한 갈등을 안고 있으며, 사회 구성원 저마다의 다양한 견해들이 뒤섞여 있는 양상이다. 근래 단어 말미에 '벌레충'자를 붙여 혐오 대상을 특정하고 혐오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사례가 빈번한 처지라 이와 관련한 범죄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결과적으로 혐오와는 관련없는 사건이 돼버렸지만, 어쨌든 혐오범죄에 대한 경각심 그리고 갈등 및 이해 당사자 간 관용과 배려가 절실하다는 점을 일깨웠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나름의 소득이라 할 만하다. 

 

 

벽돌을 던진 아이들은 형사 미성년자라 처벌이 불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초등 4년생 정도면 18층이나 되는 옥상 높이에서 물건을 떨어뜨렸을 때 아래에 사람이나 동물이 있을 경우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 가능한 나이이다. 실제로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날벼락처럼 물건이 떨어져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왕왕 보도된다. 혹여 아이가 그러한 점을 이해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아파트에 거주하는 부모라면 자신의 자녀에게 위에서 물건을 던져선 안 된다는 교육을 평소에 할 법도 하다. 물론 옥상에 함부로 올라가선 안 된다는 교육도 병행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부모가 이러한 교육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일어난 결과라면 부모가 관리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엿보인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용의자로 특정되기까지 그 과정은 영 석연치 않다. 경찰은 벽돌을 던진 아이의 부모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벽돌을 던진 아이들 중 당시 아래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노라고 진술한 아이가 있는 반면, 전혀 몰랐다고 하는 또 다른 아이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아이와 부모의 진술이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는 솔직히 의심스럽기만 하다. 사건이 불거지고 커다란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동안 아이의 행동은 평상시와 비교해 분명 다르게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이 던진 돌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경우 이를 숨기려는 의도 때문에 이상 행동 따위가 드러났을 법도 한데 부모가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할까.

 

게다가 사건 이후 경찰은 용의자 수배 전단을 전국에 배포하고 벽돌에 대한 DNA 추출을 진행하거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벽돌이 떨어진 위치를 찾아내는 등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던 상황이다. 특히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거짓말 탐지 조사로 압박을 가할 정도의 극한 상황이라면 아이의 심리가 정상 범주를 벗어났을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부모가 이를 알아채지 못했 리 없을 테고, 한 아이도 아닌 여럿이 함께 한 행위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쨌든 아이의 부모가 알았든 몰랐든 이는 수사가 더 진행돼 봐야 정확한 전모가 드러날 노릇이지만, 이번 사건이 씁쓸하게 와닿는 이유만큼은 분명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건이 벌어진 뒤 일주일동안 우리 사회는 캣맘 혐오와 관련한 갈등이 불거지며 사회 전체가 후폭풍에 휩싸이고 말았다. 어디 그뿐이랴. 아파트 주민들은 경찰의 조사를 받는 동안 서로를 의심하며 원치 않은 반목이 횡행했을 테고, 아파트 주민으로 이뤄진 공동체가 이 때문에 무너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울러 어느 아파트건 간에 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라면 애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의 집에 들어서거나 밖으로 나설 때마다 위에서 어떤 물건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에 괜시리 몸을 사리게 되고 위쪽 방향을 평소보다 한번 쯤은 더 바라보게 되는 현상을 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인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또 다른 사람은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일주일동안 난 데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으며, 보다 넓게는 대한민국 모든 아파트 주민들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 하나를 안겨준 셈이 돼버렸다. 아울러 우리 사회 전체에 의도치 않은 갈등을 부추기며 일주일동안 극심한 혼란을 겪도록 했다. 어찌 씁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