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청년 일자리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새 날 2015. 7. 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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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일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오는 2017년까지 20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추가 창출키로 한 것이다.  청년 일자리의 심각성은 자꾸만 말해 봐야 입만 아플 지경이다.  듣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갑갑함을 느끼게 하는, '취업절벽', '오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이러한 청년들의 아픈 세태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경제정책 수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 역시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다.  요즘 청년들 일자리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어 앞으로 3-4년이 고비라고 말해 우리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제대로 짚고 있다.  

 

안팎으로 들려오는 소식은 암울함 일색이다.  올해 상반기 20대 청년 실업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단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20-29세 실업자는 41만명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지난해 고용 호조의 후폭풍으로 꼽는 전문가의 주장도 있지만, 비단 그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탓에 그로부터 발현되고 있는 원인이 더욱 클 것이라 판단된다. 

 

ⓒ세계일보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청년 고용대책은, 일단 그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아울러 정부가 하반기에 추진할 주요 국정과제로 꼽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과 맞물린, 피해가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사실을 굳이 고려하더라도, 시기적으로 상당히 적절했다고 본다.  청년 고용대책만을 별도로 내놓은 것만으로도 그만큼 정부가 현실에 대한 급박함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다만, 내용이 문제라면 문제다.  정부는 2017년까지 20만명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양적으로 볼 때엔 현재 실업자 41만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라 그럴듯해 보이지만, 질적으로 보자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부는 3년간 공공부문에서 총 4만개, 민간 부문에서 총 3만5000개, 도합 7만5천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단다.  그럼 나머지 12만5천개의 일자리는 어떻게 해결한다는 의미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일자리가 아닌 '일자리 기회'라는 모호함으로 모두 메워져 있는 형국이다.  즉 청년인턴과 직업훈련 기회 제공 등의 '일자리 기회', 아니 엄밀히 말해 '희망 고문'으로 채워진 것이다.

 

12만5천개에 해당하는 이른바 '일자리 기회'는 당장의 실업률 수치를 낮추는 데엔 탁월한 효험을 발휘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 기회'는 현실적으로 볼 때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저임금의 좋지 않은 일자리만 양산할 뿐, 실제 좋은 일자리를 보장해 주지는 못 한다.  어찌 보면 청년 실업률이 높지 않다는 착시 효과를 불러와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일등공신(?)의 역할만을 한 채 그 이면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을 청년들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주지 못 하는 결과가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일자리 기회'라는 이름의 희망고문으로 청년들을 또 다른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결과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이번 대책을 빌미로 현재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노동개혁을 지나치게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밀어붙이지 않을까 하는 대목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 청년층에 더 많은 구직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 정부 노동개혁안의 핵심인데, 노사정이 머리를 맞댄 채 앞서 이와 관련하여 논의를 거쳤으나 이미 결렬된 바 있고, 이후 당정은 독자적인 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양상이며, 안타깝게도 노동계는 정부를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는 눈치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된 단기 청년 고용대책이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고용 문제의 구조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그리고 정부 역시 한 목소리로 노동시장 개혁을 부르짖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정부가 오는 8월이나 9월에 내놓을 2차 개혁안에는 이른바 ‘쉬운 해고’로 통칭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기준 명확화와 근로계약 해지 가이드라인, 기간제 파견 등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 등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안에 대해 노동계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있어 노사정 대타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개혁은 개악에 불과하다.  우린 과거 비슷한 사례들을 수도 없이 겪어 왔다.  노동개혁과 맞물려 있는 청년 고용절벽 대책 역시 이러한 것들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청년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이번 대책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의 양산과 '일자리 기회'라는 희망 고문만을 떠안긴 채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땜질식 처방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앞서의 조건들이 반드시 전제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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