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미국의 '안보몰이'가 위태롭게 다가오는 이유

새 날 2015. 2. 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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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보수주의 성향이라 일컬어지는 대표적 학술연구재단 '해리티지'가 24일 발표한 '2015년 미국 군사력 지수' 보고서 내용 중 한국과 북한의 군사력 현황 비교가 화제를 불러모았습니다.  한국의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엄청난 열세에 놓여있다며, 구체적으로는 2:11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북한 핵 문제 전문가들(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산하 조엘 위트 및 안선영 연구원 및 미 국방대 대량살상무기연구센터 그리고 북핵전문가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장 등)이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북한이 2020년까지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이러한 연구 결과물들이 지금 이 때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나오고 있는 걸까요?  이에 대한 분석은 잠시후에 알아보기로 하겠고요.  우선 연구 결과 내용에 대해 잠시 언급해 볼까 합니다.  물론 해리티지 재단의 정치적 성향상 발표된 연구 결과를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구석이 제법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북한의 군사력에 비해 우리의 그것이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우리 국방부는 그동안 무얼 해온 것일까요?  남북한 군사비에 있어 지난 수십 년 간 우리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남북한의 경제력은 2014년 한국은행 명목상 통계 기준으로 볼 때 약 80:1의 비율로 남한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남한은 GDP의 2.5% 정도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 터라 결과적으로 북한 GDP의 2배 정도를 국방 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군사력이 2:11로 북한에 뒤지고 있다면 국방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렇듯 미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안보몰이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최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우리를 비롯한 주변국까지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지난해 10월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이 사드 배치 문제를 한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발화되었는데요.  물론 우리 국방부는 당시 미 국방부 부장관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에 나서며 해당 문제가 잠시 수면 아래로 잠기는 듯했으나 최근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입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한국과 지속적 협의가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만, 다음날 방한 중이던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한미 양국 간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며 전면 부인하고 나서자 13일 국방부 대변인 역시 "한국과 공식 협의나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번복하였습니다.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합니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 움직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경고하고 나서자 미국은 22일 자국이 추진중인 미사일방어(MD) 체계는 중국 견제용이 아니라고 공개 해명에 나선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중국의 강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사드의 탐지거리를 북한까지만으로 제한해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잇따랐습니다.  물론 우리 국방부는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 내에서도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한미 정부는 어떤 논의도 한 적도 없고 현재 진행 중인 사항도 없다."라며 앵무새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우리 국방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미국의 움직임과 중국의 반발을 보건대 한반도 사드 배치는 이미 기정 사실화된 듯한 느낌입니다.  중국을 다분히 의식한, 북한 견제만을 위함이라는 구체적인 명분도 최근 드러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왜 사드 배치가 절실한지 보다 명확한 표적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겠지요.  즉 우리가 북한에 비해 군사적으로 한참이나 열위에 놓여야 사드 배치에 대한 명분이 확실해질 테고 약발이 먹힐 수 있을 테니, 앞서의 연구 결과 따위를 한꺼번에 노출시키고 있는 상황으로 읽힙니다.

 

사드 배치는 우리에겐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민족의 명운과 한반도의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재무장시키며 군사대국으로 발돋움시키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의 만행을 고려한다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닙니다.  더구나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여 대한민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한 축으로 포함될 경우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차대한 결정을 우리 스스로가 하지 못한 채 또 다시 주변 열강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열강들에 의해 갈갈이 찢긴 한반도가 또 다시 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모진 테스트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의 안보몰이 행태가 위태롭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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