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SNS면 다 같은 SNS냐? 빙글(Vingle) 너흰 글렀어

새 날 2014. 11. 2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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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이란 서비스가 있다.  기존의 트위터나 페이스북과는 전혀 다른 형태라며 선전하고 있는 자칭 '관심 기반형' SNS인데, 지인의 소개로 대략 두 달 전부터 이용해 오던 터다.  빙글 측에선 자신들을 새로운 SNS 플랫폼이라며 입이 닳도록 자랑해 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실상 새로운 구석이라곤 전혀 없다.  결론적으로 볼 때 이도 저도 아닌, 뚜렷한 자아를 찾기도 힘들 만큼 어정쩡한 위치의 서비스라 할 만하다.

 

ⓒ이데일리

 

왜일까?  트위터는 단문 위주의 소통 서비스 대표주자로, 페이스북 역시 비슷한 관심 기반의 인맥형 서비스로 벌써부터 자리를 굳힌 상태다.  좀 더 전문적이며 장문 기반의 서비스엔 블로그가 있다.  아울러 커뮤니티 쪽을 보자면 정작 제대로 된 커뮤니티들은 그 특성상 대부분 텍스트 기반의 게시판 형태로 이뤄져 있으며, 상당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각자 콘텐츠의 특성에 맞게 자신의 서비스 위치가 확고하게 자리매김돼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빙글은?  일종의 메타블로그 서비스의 성격을 갖춘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고, 페이스북처럼 관심을 기반으로 하면서 무언가 커뮤니티적 성향을 보이려 하지만, 결국 뚜렷한 색깔이 없어 어정쩡하기만 하다.  물론 그게 '창조경제'라며 굳이 우긴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아울러 메타블로그 서비스는 얼마전 '다음뷰'와 '믹스'의 서비스 종료로 이미 사망 선고가 내려진 뒤다.

 

빙글이 내세우고 있는 '카드' 형태의 콘텐츠 운영 구조는 블로그처럼 전문적이거나 장문의 콘텐츠 제공을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기껏해야 전체 내용을 몇 줄로 축약하여 링크 형태로 제공하는 게 대다수 이용자들의 활용 방식이다.  그도 아니면 남의 콘텐츠를 베껴오는 게 일상다반사다.  빙글 플랫폼 구조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도 굳이 새로운 콘텐츠를 그곳에서 생산하고 싶다면, 그저 간단한 글이나 우스갯소리, 아울러 몇 개의 이미지 따위의 찰나적인 콘텐츠나 어울릴 법하다.  한 카드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구조는 무수한 엉터리 페이지뷰만 양산해낼 뿐 실제 원문의 링크로 연결되는 경우는 1%에도 못 미친다.  블로그로의 보다 많은 유입을 바라며 이를 이용할 경우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이다.

 

카테고리별로 관심사를 나누어놓은 건 블로그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인데, 블로그처럼 전문적인 콘텐츠엔 취약한 구조인 데다, 잠깐동안만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플랫폼 탓에 결국 가벼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형성을 노린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글에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용자들보다는 대부분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의 링크된 콘텐츠 위주의 서비스 형태 내지 펌질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빙글의 기반을 취약하게 하거니와 앞날을 어둡게 한다.  즉 기껏해야 자신의 블로그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원하는 이들의 간이역 내지 허브쯤의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데 한계로 작용할 테다.  메타블로그의 사례를 보면 답은 명확하다.

 

어쨌든 각설하고, 나 또한 블로그 글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욕심에 이곳에 포스팅을 링크해 왔으나 최근 내 콘텐츠들이 빙글 메인으로부터 차단 당하는 이상 징후를 발견하게 된다.  차단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 카드당 수 천의 페이지뷰가 있었지만, 메인에서 차단 당한 뒤로는 수백 건도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로 시사성 글을 써 온 난 뭔가 찜찜한 느낌에 빙글 측에 이메일로 문의해야 했다.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빙글 사이트엔 사용자와의 소통을 위한 그 어떠한 게시판조차 없을 만큼 폐쇄적인 구조였다.  때문에 문의 등은 오로지 이메일로만 가능했다.  빙글의 환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메일을 보내자마자 신속하게 수신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난 빠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증상은 여전했으며, 문의에 대한 답변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재차 문의했다.  역시 수신은 빠른 시간에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의 경우처럼 묵묵부답에 그 어떠한 조치도 없다.

 

정황상 여러가지를 의심케 한다.  결국 그동안 빙글에서 생산한 콘텐츠를 모두 삭제하고 계정을 폐지해야 했다.  왜인지는 모른다.  분명한 건 빙글이 이러한 결과를 노린 게 틀림없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그렇지만 빙글에서의 콘텐츠 삭제는 사실 삭제라고 볼 수도 없다.  원 콘텐츠는 블로그에 잘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SNS 제공업체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끔 콘텐츠의 생산 토대만 제공해주면 그만일 테다.  콘텐츠를 특정 방향이나 이념으로 직접 제어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아울러 고객과의 소통 및 응대를 지금처럼 등한시하는 등 고객 뭉개기 마인드로 서비스 유지를 바란다면 그건 지나친 욕심일 테다. 

 

"빙글, 넌 내게 모멸감을 주었어, 하는 꼴을 보니 글러 먹었네.  과연 언제까지 그 따위의 어쭙잖은 서비스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 난 지켜 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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