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별풍선'이 블로그 서비스에 던지는 메시지

새 날 2014. 10. 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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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리카 TV의 모 BJ가 방송을 통해 '별풍선' 35만개를 받는 진기록을 수립했단다.  여기서 '별풍선'이란 아프리카 TV 시청자가 BJ의 활동 지원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결제 개념으로써 개당 100원에 해당한다.  총 결제금액의 약 6-70% 정도가 해당 BJ의 몫인 것으로 전해진다. 

 

별풍선 35만개 폭발 당시 유튜브 화면 캡쳐


그렇다면 이 BJ는 35만개의 별풍선을 거둬들였으니, 금액으로 환산하면 모두 3천5백만원이 되는 셈이며, 그중 대략 2천만원 약간 넘는 금액이 BJ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가끔 먹방 류의 기상천외한 콘텐츠가 아프리카에서 인기를 끈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며, 정말 세상은 보기보다 참 넓은 데다 진정 요지경이 아닐까란 생각이 절로 들곤 했는데, 별풍선 35만개의 소식은 더욱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유쾌하게 만들거나 또는 유익함을 주는, 1인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이렇듯 콘텐츠 소비자들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하게 하는 시스템이 근래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동영상 커뮤니티 '유튜브' 역시 지난 9월부터 흡사 아프리카의 별풍선을 닮은, '팬 자금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여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제작자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멕시코, 미국 등에만 제공이 되고 있으며, 점차 확대될 예정이라니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이 서비스를 볼 날이 있겠지 싶다.

 

이러한 현상을 보고 있자니, 비록 비루한 변방의 일개 블로거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나름 1인 미디어라는 블로그 운영자랍시고 무언가 짚이는 대목이 있다.  다름 아닌 다음(Daum)에서 메타블로그 서비스 '다음뷰'를 중단하며 티스토리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밀어주기' 서비스가 언뜻 떠오르는 거다.  아래는 티스토리 공지글에 올라온 '밀어주기' 제도의 도입 취지다.  

 

"'밀어주기'는 티스토리와 티스토리 블로거를 밀어주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기능으로 방문자가 블로그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블로거 여러분은 더욱 즐거운 블로그 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아직은 티스토리 회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닌 걸로 안다.  현재 일부 블로거들을 통한 베타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체 이용자가 가능한 서비스로 자리매김될런지의 여부 역시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티스토리란 블로그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선 콘텐츠 소비자를 직접 생산자와 연결시켜주는 매개 역할만 할 뿐 전혀 비용적 부담이 없다는 장점만으로도 해당 서비스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리라 여겨진다. 

 

다만, 아프리카의 별풍선과 같은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할 수 있을런지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난 아프리카 TV를 단 한 차례조차 시청한 적이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정황상 화면을 보며 실시간으로 별풍선이 지원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군중 심리가 작동, 자신도 모르게 절로 결제창으로 손이 향하게 되는, 그러한 메카니즘이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35만개라는 놀라울 만큼의 많은 별풍선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기현상이 가능했을 테다.  동영상 콘텐츠만이 지니는 장점이자 능력 아닐까 싶다. 



반면, 블로그는 누가 뭐라 해도 지극히 정적인,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다.  물론 감동이란 건 영상을 통해서나 이미지 그리고 텍스트 등 그 어떠한 형태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그러한 개념이지만, 콘텐츠의 형태와 종류에 따라 오감을 자극하는 화려한 멀티미디어를 통한 찰나적인 감동이 될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으면 직접 찾아 읽어내려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른 뒤 조용히 얻게 되는 잔잔한 감동 따위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중들이 당장은 화려한 시각 청각 촉각 등 멀티미디어적인 요소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올 테다.  때문에 여전히 아프리카 별풍선 류의 서비스가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긴 여운과 묵직한 감동을 줄 수 있는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 역시 보다 긴 안목으로 바라본다면 전혀 승산이 없다고만 할 순 없다. 

 

그래서 난 1인 미디어로서의 블로그 서비스가 영상을 통해 주는 찰나적인 감흥 못지 않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밀어주기'와 같은 지원 체계가 조속히 자리잡아 많은 1인 미디어들이 좋은 콘텐츠를 양산해내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마디로 양질의 콘텐츠 생산 및 소비가 동시에 가능해지는, 선순환 구조의 블로그 생태계가 하루빨리 자리잡았으면 하는 마음 굴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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