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은 공군 원주기지에서 개최된 한국형 전투기 FA50 전력화 기념식에 참석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FA50은 창조경제의 성공모델이다. 전투기는 첨단과학기술의 집약체로서 산업 전 분야에 걸쳐 큰 파급 효과를 유발하는 중요한 촉매제인 만큼 정부는 방위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 분야로 키우면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청와대
우리 공군이 실전 배치한 FA50 전투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해 2005년부터 운용하던 국산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에 무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경공격기다. 1997년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에 착수, 8년만에 선보인 T-50은 해외 수출을 성사시키며 우리나라를 일약 세계 6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에 이름을 올리도록 기여했던 기종이다.
위 언급처럼 T-50의 등장 당시 우리의 눈과 귀가 따가울 정도로 언론을 수놓았던 표현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 자체 기술'이었다. 때문에 FA50 역시 이러한 우수한 T-50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순수 국산 전투기란 사실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달 중순 T-50을 이끌고 중국 주하이에서 개최되는 국제에어쇼에 참가하기로 했던 계획이 미국의 반발로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T-50을 둘러싼 이면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 에어쇼에 참가하기로 했던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운용 기종인 고등 훈련기 T-50은 실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독자 개발이 아닌 미국 록히드마틴의 공동 개발과 참여로 이뤄졌단다. T-50의 국산화율은 71% 수준에 이르며 일견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듯싶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핵심 성능과 관련한 기술 대부분이 미국 록히드마틴의 것인지라 사실상 미국산이란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때문에 자국의 핵심기술이 적용돼있어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며 미국이 우리 공군의 이번 중국 에어쇼 참가에 난색을 표명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T-50 계열의 수출시 반드시 미국의 승인을 득해야 하고, 중국 등 미국이 적성국으로 규정한 국가를 비행하려면 미국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란다. 에어쇼 역시 수출 활동의 일환으로 규정된 만큼 적성국인 중국에 머무는 동안 상세한 외관과 제원이 노출돼 기술 유출 우려가 클 것으로 관측되기에 미국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일보
우리 공군 블랙이글의 중국 에어쇼 참가는 이미 오래 전, 그리고 수 차례에 걸쳐 이뤄진 약속이다. 지난해 8월 아시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서 양국 간 국방 교류협력 확대 차원으로 처음 논의된 바 있으며, 이후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국방정책실무회의,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국방전략대화를 통해서도 이를 재차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뒤늦게 이를 취소한 셈이라 적잖은 논란거리다. 마치 부모 모르게 아이 멋대로 중요한 약속을 했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부모가 부리나케 취소하고 나선 꼴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FA50 기종이 창조경제의 성공모델이라는 자화자찬식 표현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FA50 뿐 아니라 그의 기반인 T-50 계열 모두가 우리 자체 기술력이라 칭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번 중국 에어쇼 행사 참가 무산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출, 심지어 에어쇼 참가 권한마저 우리에게 없다는 사실은 주권 국가로서 꽤나 창피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얼마전 전작권 연기를 통해 우리의 주권을 포기한 것과 진배없던 행위와 더불어 늘상 표현해오던 자주국방이란 미사여구가 얼마나 허구였던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아울러 중국과 수 차례에 걸쳐 이뤄진 약속이었거늘 이를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뒤늦게 뒤집은 사안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셈이기도 하거니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한반도 주변으로부터 서서히 영향력을 행사해가는 상황으로 읽혀 적잖이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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