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얼치기 '창조경제' 프로세스의 전모

새 날 2014. 9. 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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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 없는 어떤 한 분의 모독 행위를 막기 위한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분의 말 한 마디에 검찰이 허위 사실 유포 전담수사팀을 꾸려 포털과 커뮤니티 등 공개된 게시판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에 직접 나선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은 일시에 한 곳으로 쏠렸다. 

 

다름아닌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에 대한 검열 여부였다.  온라인 상에선 카톡에 대한 검열과 감시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번졌다.  역시나 SNS의 위력은 놀라웠다.  허위사실 유포를 막겠다는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이에 대한 검열을 논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듯도 싶다.  물론 국민의 권리 따위 철저히 무시됐다는 사실이 그의 전제이지만 말이다.

 

 

의외의 결과에 화들짝 놀란 검찰은 지난 25일 “카톡과 같은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검색하거나 수사할 계획은 없다.  마치 카톡의 모든 대화를 실시간으로 보는 것처럼 얘기가 나오는 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라며 공식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오히려 검찰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못 미더워하는 눈치다.  언제는 안 한다 해놓고 안 했느냐며 심드렁한 반응들이다.  아울러 늘 처음엔 이렇듯 사탕발림 같은 말로 얼버무려놓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 뒤통수를 때리는 게 바로 정부라며 하소연하기 바쁘다.  하긴 이제껏 정부의 행태를 돌이켜 보건대 네티즌들의 반응이 결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2010년 3월 첫선을 보인 카카오톡(카톡)은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로, 스마트폰의 성장세와 맞물리며 승승장구 끝에 국내 3,700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리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초창기 이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카톡을 위해 스마트폰을 장만하노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플리케이션 하나로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사업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가던 카카오는 지난 5월 26일 국내 2위 포털 서비스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선언하며 또 한 차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회사 공식 명칭은 '다음카카오'로 정해졌으며, 10월 1일 공식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메신저 앱 하나로 공룡 포털을 품에 안는 기적을 일궈냈다.  얼치기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조경제'의 사례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렇게 잘나가던 카카오톡에 난데 없는 복병이 생겼다.  다름아닌 독일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다.  그동안 줄곧 하위권에서 맴돌던 녀석이 어느날 갑자기 카톡을 밀어내더니 애플 앱스토어 무료 인기 앱 순위 1위에 오르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도 갑작스레 인기가 치솟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다.  이게 무슨 연유인가. 

 

정부 탓이다.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진 직후 네티즌들의 '사이버 망명'이 봇물을 이루는 상황에서 도드라지기 시작한 현상이다.  이렇듯 텔레그램이 국내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데엔 검찰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보안 기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한 몫 단단히 한다.  카톡과는 달리 모든 메시지가 암호화 처리될 뿐 아니라 지정된 기간 이후의 메시지는 자동삭제되어 절대 기록으로 남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내세워온 정책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창조경제'다.  카카오톡이란 앱을 만들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를 개발하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와 결국 포털과 합병, 시너지 효과를 일궈내며 비로소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려는 찰나 정부가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시류에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사이버 검열을 감행하시겠단다.  그것도 오롯이 누군가의 모독을 막기 위해서란다.  도대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기가 분명 21세기 정보화사회가 맞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가 없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기 싫은 국내 이용자들은 사이버 망명을 결정하고 대거 카톡으로부터 이탈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와중이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지만, 자칫 기업 생명에 치명타를 안겨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애써 일궈낸 기업을 하루아침에 망가뜨리는 이 뛰어난 프로세스가 다름아닌 이번 정부에서 주구장창 떠들어온 '창조경제'였는가 보다.  어이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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