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남경필 경기도지사 잠룡 지위 잃다

새 날 2014. 8. 17. 17:05
반응형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해 경기도지사의 자리에 오른 남경필 지사는 대선주자 후보군에 어김없이 이름을 올릴 정도로 여권내 확실한 잠룡 중 한 명이다.  최근 '혁신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를 화두로 꺼내들고 스스로가 '혁신 도지사'가 되겠다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오던 터다.

 

이러한 변화는 어쨌든 좋은 시도로 읽히기에 조용히 그의 행보를 눈여겨 오던 참이다.  솔직히 난 그가 새누리당 소속이란 사실이 영 마뜩잖지만, 어쨌든 그와 관계없이 최근 그의 행보를 응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향한 편협한 시선을 거두라 포스팅 참조) 

 

ⓒ뉴시스

 

그랬던 그에게 악재가 터졌다.  공교롭게도 자녀 문제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자녀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정몽준, 고승덕 등 몇몇 정치인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런데 남 지사 자녀의 경우 하필이면 군부대 폭행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  강원도 철원군 육군 제6사단에서 복무 중인 그의 아들이 군부대내 폭행사건의 가해자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근래 윤일병 사태로 인해 우리의 병영문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이에 대한 질타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시점인지라 군부대 내에서의 사건 사고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국제신문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인 남 지사의 아들 남모 상병은 후임병에 대한 가혹행위뿐 아니라 성추행 혐의도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에 앞서 지난 15일 남 지사가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군대에 보낸 아들 둘이 선임병에게 매를 맞지는 않는지,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가해자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치 이번 사건을 예견이라도 하듯 한껏 걱정을 토로한 바 있어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된다. ( [나를 흔든 시 한 줄] 남경필 경기도지사  2014.8.15 중앙일보)

 

ⓒ남경필 페이스북

 

남 지사는 이에 대해 1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우선 구차하게 핑계를 대거나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자녀가 물의를 일으킨 사실에 대해 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바로 사과문을 올린 부분에 대해선 역시 평소 남 지사다운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과문에서 스스로를 '사회지도층'이라 표현한 부분은 많이 억지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다만, 군 수사당국이 남 지사의 아들이란 사실을 인지한 후 입단속에 나서며 언론의 보도시기와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노라는 기사 대목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실제로 해당 사건에 대한 대다수의 언론 보도는 일절 찾아볼 수 없었고, 일부 인터넷 신문사의 보도만을 통해 인터넷과 SNS망을 타고 해당 사건이 일파만파 퍼진 뒤 남 지사의 페이스북 사과가 올라간 후에야 여타 언론 매체에서의 보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나 여전히 변화라는 걸 모르는 우리의 병영문화다.  윤 일병 사태가 밀알이 되고 이번 사건이 거름이 되어 확실히 변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그 전제 조건으로 이번 남 지사 아들 사건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선행되어야 한다.  혹여 남 지사 스스로의 표현처럼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제라고 하여 진실을 덮으려 하거나 축소 왜곡이 시도된다면 부조리한 병영문화를 향해 들끓고 있는 민심이 가만히 놔두려 하지 않을 테다.  군대에 자식을 보내놓은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한결 같을 테니 말이다.

 

남 지사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 아울러 군에 자식을 보낸 모든 부모들의 동병상련을 감안하다면, 또한 최근의 커다란 사회적 이슈인 점을 고려한다면, 실은 자진 사퇴감이다.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탓이니 스스로가 달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경기도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게다가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 사람으로서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권내 유력한 대선주자이자 잠룡인 남경필 도지사, 이제 잠룡이란 지위를 조용히 내려놓아야 할 때인가 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비단 남 지사뿐 아니라 모든 공직자들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언행과 그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덧, 지금 남 지사 관련 기사들을 훑어보니 중앙일보 기고 올리기 전에 이미 아들의 가혹행위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군요.  만일 그렇다면 남 지사의 중앙일보 해당 글도 우스운 꼴이지만,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조차 결코 빠른 대응이 아닌 셈이로군요.  결국 언론과 여론에 등 떠밀려 억지 행해진 결과라는 의미네요.  어이없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