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태흠 의원의 막말이 더욱 불편한 까닭

새 날 2014. 8.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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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새누리당 사람들의 망언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마치 순번이라도 정해놓은 듯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돌아가면서 터뜨리고 있기에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그들의 막말을 그대로 흘려 버리자는 취지의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러기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상처받은 유족들과 국민들의 아픈 부위가 더욱 덧날 것 같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야만스러운 비협조 행태로 인해 세월호 특별법이 산으로 가고 있는 와중에 유족들을 향한 비난과 비하의 표현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며 도를 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있기까지 새누리당이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식을 잃은 아픔에 온갖 유언비어와 날조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몰상식함이 더해지며 세월호 유족들을 지속적으로 짓누르고 있었다.

 

ⓒ한겨레신문

 

새누리당의 김태흠 의원이 막말 퍼레이드에 합류했다.  국회에서 단식농성 중인 유족들을 향해 '노숙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물의를 일으킨 것이다.  과연 이러한 비유가 국회의원이란 사람의 입에서 나올 법한 표현일까?  이런 류의 막되먹은 비유는 왠지 인터넷의 음습한 곳에서 자극적인 글을 올려놓고 자기들끼리 돌려보며 킥킥대고 자위하는, 네티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벌레 레벨'과 대동소이해 보인다.

 

이쯤되면 새누리당 사람들의 인성을 의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자식을 잃은 아픔만 해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노릇일 텐데, 그 지친 몸을 이끌고 20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을 향해 '노숙자'란 험담을 늘어놓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만행인가?  집권 여당의 수준,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현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었던가? 

 

노숙자로 비유된 이들이 비단 세월호 유가족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누가 되었든 단식 농성을 하며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에게 '노숙자'란 표현은 자신들의 천박한 의식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란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전략은 치밀했던 걸로 비친다.  7.30 재보궐선거의 결과를 미리 예측이라도 했던 듯싶다.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그동안 끝까지 늦추며 시간을 벌어왔던 셈인데,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전략이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주효했던 것으로 보이며, 반대로 무능한 야당은 또 다시 그들의 모략에 그대로 당하고 만 모양새다. 



김태흠 의원의 막말이 선거 승리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흥분된 상태에서 나온 행동이라 여기고 싶지 않다.  설사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지 않았더라도 기본 바탕이 이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일 테다.  새누리당 사람들의 수준은 이제껏 그들의 입 밖으로 내뱉어져 온 단어들의 면면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새누리당이여, 선거 승리에 감격하며 기뻐하기 이전에, 아울러 정치를 펼치기 이전에 먼저 '인간에 대한 예의'부터 다시 배우라.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예의란 걸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까지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인성이란 게 하루 아침에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당신네들의 변화를 바란다는 건 어쩌면 과한 욕심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사람 됨됨이는 언제고 한 번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듯 본전이 드러나기 마련일 테니 스스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다.

 

새누리당의 막말 퍼레이드는 세월호 유족의 상처가 생겨 아픈 부위를 재차 후벼파고 또 국민들의 정서와 너무 달라 불편하게 만들고 있지만, 김태흠 의원의 막말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괘씸하게 와 닿는 이유는 따로 있다.  7.30 보궐선거에서의 압승 뒤에 나온 표현이란 점에 우린 주목한다.

 

그의 막말엔 그 어느 때보다 득의양양함이 묻어있다.  "국회 앞에서 빨래 널고 하는 게 노숙자 같다는 표현이 뭐가 잘못됐냐"며 이번 막말 파문에 오히려 반박하는 그의 모습 속에선 심지어 뻔뻔함마저 느껴진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뒤 모두가 참회하며 반성하는 듯한 자세는 어느새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세월호 참사 책임과 관련하여 새누리당 그대들 역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데도 말이다.

 

보궐선거의 승리에 도취한 채 안하무인 격의 행동을 일삼는 새누리당을 보노라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고사하고 이의 실체적 진실 규명과 반성 뒤 적절한 재발 방지 장치 마련마저 점차 요원해져가는 느낌이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속내를 김태흠 의원이 대변해 주고 있는 셈이기에 이 사람의 막말이 그 어느 때보다 불편하고 괘씸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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