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팔레스타인-북한 무기거래 보도의 속내

새 날 2014. 7. 2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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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사망자가 이미 1,000명을 넘어섰다.  현재의 비극은 지난달 서안지구에서 납치된 유대인 청소년 3명의 죽음으로부터 기인한다.  애초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조직적인 살해로 단정짓고 이들을 보복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를 삼아왔던 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스라엘의 명분이 거짓된 주장이란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걸프뉴스와 데일리스타 등 중동언론과 미국 공영라디오(NPR) 출신 특파원은 이스라엘 경찰 내부의 언급을 인용하며 유대인 청소년 납치 살해는 하마스와 직접 관련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결국 당시 이들의 죽음에 대한 명확한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습을 강행한 격이니, 청소년의 죽음은 단순히 공습을 위한 가짜 명분일 뿐 진짜 속셈은 따로 있던 셈이다.  한 마디로 이번 전쟁은 명분 없는 더러운 전쟁이자 잔혹한 학살극일 뿐이다.

 

ⓒJTBC 방송화면 캡쳐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지난 26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북한으로부터 대량의 무기를 사들이려 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가자지구 내에 건설한 땅굴 역시 북한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이뤄진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 한반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참고로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는 영국 및 세계 각국에서 발간되는 일간 신문으로서 영국의 일간 신문 중 9번째로 많은 발행부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보수 우파적 성향을 띠고 있는 매체다.

 

 

당장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에게 있어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사안은 여타의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민감하게 와 닿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언론들 역시 해당 내용에 대해 앞다퉈 대서특필에 나섰다.  실제로 북한과 하마스와의 거래가 성사됐든 그렇지 않든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바라는 세력들에겐 더 없이 좋은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혹여 위의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보도한 목적은 분명 이스라엘의 학살 행위가 도를 넘어서며 국제적인 지탄을 받게 되자 이로부터 시선을 회피해 보고자 꺼내든 아이템 중 하나 아닐까 추측된다.  북한은 이미 미국으로부터 악의 축으로 지목되어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 아닌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촘촘한 감시 속에서 이들 국가간 무기거래가 이뤄진다는 게 실상 쉽지만은 않은 일일 테다.



때문에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둔 포석 같다.  하마스와의 무기거래라는 귀에 솔깃할 만한 기사를 흘려 팔레스타인과 북한을 등치시키고, 팔레스타인마저 북한과 싸잡아 함께 악의 축으로 묶어 놓아 이스라엘의 침공과 민간인 학살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명분으로 삼으려는 시도 따위 말이다. 

 

아울러 한반도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 하에 놓인 우리에겐 더욱 걱정스러운 측면 하나가 읽힌다.  가뜩이나 넘쳐나는 북한 혐오 현상에 자칫 증오심마저 더해져 어느새 북한과 등치된 팔레스타인으로 그 현상이 옮겨붙으며, 이스라엘의 대량학살 행위를 마치 북한에 대한 보복인 양 대리만족하며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거다.

 

 

 

왜 아니겠는가?  4대 종단 고위 성직자들의 재판부 선처 호소 탄원에도 불구하고 이석기 통진당 의원에게 1심과 같은 20년형을 구형한 융통성 없는 검찰이 존재하는 한, 물론 내달 11일 열리는 선고 결과를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우리에게 '북한'이란 이름은 영원한 족쇄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의 본질은 북한의 무기거래 정황이나 땅굴 기술의 전수가 아니다.  무고한 팔레스타인의 민간인이 대량 학살되고 있는 참상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전쟁 이전에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본질을 흐리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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