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윈도 태블릿 구입을 적극 만류하는 이유

새 날 2014. 6. 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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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태블릿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희귀 아이템이었을 뿐 아니라 가격 또한 만만찮았다.  마이크로소프트(마소)의 콧대 높은 OS 가격정책 탓이다.  하지만 최근 마소가 태블릿 제조업체에 대해 윈도8.1의 라이센스 가격을 70% 낮추거나 9인치 이하의 제품엔 아예 무상 제공하는, 공격적인 정책을 내세움으로써 윈도가 탑재된 태블릿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물론 하드웨어적으로는 인텔의 베이트레일 기반 아톰 CPU의 등장으로 윈도 태블릿 부흥에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제품의 라인업 또한 보다 다양해졌다.  국내에 출시되지도 않은 델의 8인치 태블릿 베뉴 8 프로가 해외직구족으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오며 윈도 태블릿의 인기가 상종가를 칠 기세다.  하지만 8인치의 작은 액정의 한계 탓에 사용자들의 관심은 어느덧 10인치 내지 11인치 제품군으로 옮겨가고 있다.  델 베뉴 11 시리즈가 덩달아 인기를 끌게 된 이유이다.

 

모 쇼핑몰 사이트 이벤트 화면 캡쳐

 

해외에선 이렇듯 다양한 기기들이 선을 보이고 있는데, 국내에선 여전히 이렇다 할 제품이 없어 가뭄에 콩나듯 드문드문 출시되는 상황인 데다가 가격 또한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싸 윈도 태블릿의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도 새제품들이 대거 출시되기 시작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아수스, 에이서 등 대만의 글로벌 PC제조사와 한성, 주연테크, 늑대와 여우, 대우루컴스와 같은 국내 중소 PC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10인치 크기의 윈도 태블릿이 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넷북이 처음 시장에 발을 내딛을 당시 이들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의 볼륨을 키웠던 상황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윈도 태블릿에게도 과연 넷북과 같은 부흥기가 도래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다'라고 말해 주고 싶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 보겠다.

 

아래로 써내려가게 될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관점에서 비롯된 생각을 담았다는 점 먼저 밝혀 둔다.  때문에 다소 편향되거나 편협한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으니 거북하게 느끼시는 분들, 특히 물아일체 증세를 보이시는 분께서는 과감히 뒤로가기 버튼을 쿡 누르실 것을 추천드리는 바다. 

 

ⓒ뉴시스

 

내게 필요한 기기는 아주 단순 명료하다.  이동 중이거나 가지고 놀 땐 태블릿의 모드가, 그리고 일반적인 용도로 활용할 땐 노트북의 모드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윈도가 탑재된 윈도 태블릿이 이 모두를 충족시켜 줄 것이란 매우 순진한 발상이 가능했다.  그리고 솔직히 이의 탄생을 많이 기다려 왔다.  그런데 8인치와 10인치의 기기 모두를 사용해 본 결과 태블릿으로서의 활용 가치는 뭐 그렇다손쳐도 이를 노트북처럼 잠깐이라도 활용할 요량이라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즉 전체 10할 중 9할에 해당하는 비중을 태블릿 형태로 제아무리 잘 활용하더라도 나머지 1할에 해당하는 일반 업무의 활용에 있어 생산성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모든 게 부질없어 보인다.

 

결국 윈도 태블릿만이 지닌 유일한 고유 기능을 주로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더욱이 일반 노트북과 같은 업무 활용도를 꿈꾸시는 분께는, 안타깝지만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라도 이의 구입을 적극 만류하고 싶은 심정이다.  알다시피 태블릿PC는 기기의 특성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용도에 더욱 가깝다.  때문에 주로 보며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태블릿을 사용하려 한다면 차라리 안드로이드나 iOS가 탑재된 태블릿으로 가시라 말씀드리고 싶은 거다.  PC는 그저 PC일 뿐이다.

 

윈도8.1의 메트로UI를 보고 있노라면 그 미려한 멋진 인터페이스에 빠져 절로 손이 액정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메트로에서 쓸 만한 앱이 다른 종류의 OS 환경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에 특별히 할 만한 게 없다.  또 하나의 사용 환경인 테스크탑 모드로 들어가게 되면 본격 PC에서 보이던 화면이 떡하니 등장하고 손가락으로 할 만한 일이 없어 괜시리 쨍한 액정만 뚫어져라 쳐다보게 될 게 틀림없다.

 

게다가 윈도라는 특성 때문에 액정 크기도 참 애매하기 짝이 없다.  8인치의 기기는 휴대성에서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10인치 제품군에 비하면 깃털처럼 가벼워 한 손으로 들며 활용하기에 전혀 부담없는 무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장점이 오피스와 같은 PC용 작업에선 고스란히 쥐약으로 작용하게 된다.  아무리 눈이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그 작은 액정으로 작업하다 보면 눈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한 마디로 테스크탑 모드로의 활용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저 장난감의 용도밖에 더 되겠는가?  그마저도 안드로이드와 iOS군에 비하면 앱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데?  PC용 게임 머신 용도라면 어울리려나?



그렇다면 10인치 내지 11인치 기기라면 또 어떨까?  이 제품은 8인치와 정 반대의 처지에 놓여 있다.  즉 데스크탑 모드에서의 활용성은 단순히 액정 크기만 놓고 봤을 때 상대적으로 넓직한 화면 덕분에 큰 어려움이 없을 듯싶지만, 문제는 무게가 너무 무거운 탓에 한 손으로 장시간 들고 있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태블릿의 정체성이자 주특기라 할 수 있는 휴대성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노트북은 번잡스런 움직임이나 별도의 연결 작업 없이 액정만 열면 바로 키보드가 눈앞에 등장한다.  키보드엔 터치패드가 있으니 게임 등의 특정 기능 외 일반적인 작업시 마우스 연결 없이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시야각이 맞지 않을 경우 액정 각도를 손쉽게 조절하여 얼마든 맞출 수가 있다. 

 

그렇다면 태블릿을 노트북처럼 활용해 보는 건 또 어떤 모양새가 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커버 일체형 키보드가 달린 제품이라면 그를 거치대로 바꾼 뒤 태블릿에 연결해야 한다.  노트북처럼 각도 조절을 생각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무릎 위에 얹어놓고 쓴다는 건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 돼버린다. 

 

그나마도 이러한 전용 커버형 키보드가 출시된 제품이 아니라면?  천상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를 별도로 들고 다니며 쓸 때마다 꺼내 연결하는 작업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태블릿의 거치도 마땅치가 않다.  아울러 블루투스 키보드의 그 헛삽질과도 같은 느낌은 물리적인 키보드가 달린 노트북을 한없이 그리워하도록 만들 게 틀림없다. 

 

태블릿과 노트북 없이 이 모두를 윈도 태블릿 한 대로 해결하려 한다면 참 힘든일이 될 수밖에 없다.  사서 고생한다는 표현이 딱이다.  많은 인내심을 요구받게 될 테니 말이다.  물론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엄청난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태블릿과 노트북이 모두 있는 사람에겐 또 어떨까?  처음엔 호기심에 끌려 몇 번 들고 다니다가 이도 저도 아닌 특성 덕분에 손에서 멀어지게 되고 결국 장롱행이 되거나 장터로 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쩌면 애초 생산성을 염두에 둔 윈도의 특성 때문에라도 이는 태블릿의 형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키보드와 마우스 없이 손가락으로 온전히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윈도 상에서의 일이 과연 몇 가지나 될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듯한 윈도 태블릿, 때문에 기기를 모으는 게 취미가 아닌 이상 난 이의 구입을 적극 만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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