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저품질 블로그'의 저주에 대처하는 자세

새 날 2014. 6. 21. 08:14
반응형

블로거들 사이에 흔히 통용되는 용어 하나가 있다.  다름 아닌 '저품질 블로그'다.  인터넷 검색의 시장 지배적 지위(전체 검색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에 있는 공룡 포털 네이버의 검색 로직 로봇에 의해 품질이 불량한 블로그로 판정받게 되면 그때부터 검색의 주류에서 멀어져 저 아래 변방으로 밀려나게 된다는 속설 아닌 속설이다.  흔히들 '저품질 블로그의 저주에 걸렸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물론 네이버에 실제로 저품질 블로그가 있느냐고 문의하면 절대 그런 게 존재할 리 없다며 손사래치기 일쑤다.  그렇다면 아래 보도 기사 따위는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한국경제TV 관련기사 캡쳐

 

저품질 블로그란 절대 없다며 호언장담하던 네이버가 이렇듯 떡하니 저품질 블로그를 잡아내겠다고 검색 알고리즘까지 바꿔가며 공언을 했는데도 시치미를 떼고 있는 상황이다.(알려진 대로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은 이미 여러 차례 변화를 거듭해 왔다.  2012년엔 '리브라', 그리고 2013년엔 '소나'가 투입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네이버 고객센터의 기계음과 같이 뻔하면서 형식적인 답변 따위 절대로 믿지 않는다.  즉 실제로 저품질 블로그가 존재한다고들 믿고 있다.

 

난 블로그를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는 그저 그런 블로거이기에 이런 부분에 대해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아 왔던 터다.  그런데 이 썩을 놈의 저품질 블로그 저주가 어느날 소리소문 없이 내게도 찾아오더니 물귀신처럼 착 달라붙어 떠날 줄을 모른다.  요즘엔 'openapi.naver.com....'으로 시작되는 봇의 활동도 거의 없다.  한 마디로 네이버에게 있어 내 블로그는 관심 밖의 대상이 돼버린 셈이다.  예전엔 새 포스팅을 작성하자마자 이 봇이 다녀간 흔적이 여럿 남았고, - 어쩔 땐 수 십번 다녀가기도 함 - 봇이 다녀간 뒤엔 여지없이 네이버 첫 페이지 상단에서 나의 포스팅이 검색되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지난 4월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올블릿 악성코드 사태로 인해 블로그 서비스 업계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던 때다.  어느날 갑자기 네이버로부터의 유입량이 눈에 띨 정도로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이의 파장이 어느 정도냐면 평소 전체 방문자수의 3분의 2 정도가 감소하게 된 것이다.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70% 이상 된다고 하니 이와 비교해 볼 때 얼추 비슷한 것도 같다.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이쯤되면 나처럼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 해도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티스토리 유입로그 - 네이버 유입이 극적으로 줄었다

 

그랬다.  주로 시사성 포스팅이 많은 내 블로그의 글들, 평소 같았으면 키워드 검색시 네이버 첫 페이지 상단에 검색 결과가 뿌려졌어야 할 텐데, 그 시점 이후로는 무조건 3페이지 이후로 밀려난 상태다.  더군다나 포스팅 작성 후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검색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전엔 없던 일이다.  때문에 난 네이버에선 절대로 없다고 끝끝내 우기고 있는 저품질 블로그의 존재를 믿게 됐으며, 현재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저품질 블로그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원인은 과연 무얼까?  포스팅 작성 방식이나 형태, 혹은 1일 1포스팅 원칙과 같은 기존에 해오던 패턴에서 전혀 바뀐 게 없는 나의 블로그다.  결국 네이버가 변했다는 얘기?  혹자는 새로운 검색 알고리즘의 도입 때문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련 기사를 아무리 꼼꼼히 찾아봐도 지난해 하반기 '소나' 알고리즘 투입 이후 변한 건 없다.



거의 매일 스스로 직접 꼼꼼히 작성해 나간 포스팅이 저품질이라고?  물론 생각에 따라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저주를 받기 전과 그 후를 비교해 볼 때 내게 바뀐 요소는 전혀 없는데도?  오히려 포털 검색 결과 상단엔 같은 키워드를 반복하는 방식의 어뷰징성 블로그들이 여전히 상위에 위치해 있는데?

 

인터넷 상엔 저품질 블로그 저주의 원인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이로부터 탈출하는 방법 그리고 경험담 등 무수한 콘텐츠들이 널려 있다.  이들의 주장이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닐 수도 있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정답도 아니다.  흘려들어도 그만일 만큼 엉터리 같은 내용들 천지다.  심지어 장삿속으로 접근하는 치들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굳이 귀에 담을 만한 내용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이런 내용 아닐까 싶다.  즉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 남의 글이나 생각을 베끼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생각을 정성들여 쓰라는..  너무 뻔한 얘기 아닌가?

 

글이 제법 길어진 것 같은데, 이제 결론으로 넘어가보자.  지난 4월 즈음부터 검색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네이버, 겉으로 드러난 건 아무 것도 없다.  네이버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 봐도 뽀족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자신들에겐 그저 아무런 변화 따위 없다고만 한다.  실제로 물리적인 검색 알고리즘이 바뀐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월스트리트저널

 

혹시 네이버가 다음과 카카오톡의 합병에 따른 본격 대응 채비에 나선 결과물 아닐까?  다음의 움직임도 예사롭지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를 비롯한 모든 블로거들의 활동 공간이었던 '다음뷰' 서비스를 6월말로 종료하며, 다음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체 블로그와 티스토리 서비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 마디로 각자도생의 길을 택한 셈이다.  때문에 네이버 역시 그에 맞서기 위해 검색 로직을 바꿔 다음과 티스토리 유저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  그에 따른 유탄이 내게까지 날아든 셈?

 

그러나 그럴 듯한 가설이긴 한데, 현실은 또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일부 티스토리 사용자들이 나처럼 4월 이후 저품질 블로그 저주의 늪에 빠졌지만, 여전히 다수의 블로거들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진짜 이유는 무얼까?  그리고 이에 대해 우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물론 답은 한 가지밖에 없다.  외부 환경이 바뀌었다 한들 글쓰는 작업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설사 네이버가 나를 내차버려 검색 유입이 과거에 비해 30%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한들 난 포스팅 쓰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예전과 같이 묵묵히 포스팅을 쓸 뿐이다.  아울러 다음과 카카오톡의 합병 모체인 다음카카오가 빠른 시간 내에 크게 성장하여 오만한 네이버의 콧대를 콱 눌러주기만 바랄 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