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6월 민주항쟁 당시 청년들, 또 다른 변화 꿈꾼다

새 날 2014. 6. 1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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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 10일 전국 동시다발로 이뤄졌던 전두환 정권 규탄 대회는 날이 거듭될수록 점차 항쟁의 형태로 진화해가며 결국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 체제를 탄생시키는 시발점이 된다.  우리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물론 이의 근저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와 전두환 4.13 호헌조치 그리고 이한열 열사 희생이 뒷받침되고 있다. 

 

오늘은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그날로부터 정확히 27년째 되는 날이다.  도심의 아스팔트마저 녹여낼듯 내리쬐던 6월의 뙤약볕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없이 여전히 거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당시 시민을 향해 무한정 쏘아댔던 페퍼포그 차량의 최루탄은 거리 위를 마구 헤집고 다니며 사람들의 눈과 코를 연신 괴롭혔고, 80년대, 아니 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의 중심가엔 이러한 최루탄의 독한 향이 늘 배어 있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되기도 했다. 

 

어느 모로 볼 땐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또 다른 측면에선 자랑스럽기도 한,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느낌의 과거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날 대거 거리로 쏟아져나온 사람들의 다수는 넥타이 부대라 불리는 일반인들이었지만, 이는 당시 대중의 호응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자 덕분에 민주화란 달달한 성과를 가능케 한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체계적이며 조직적으로 이를 준비해 온 6월 항쟁의 주도 세력은 역시나 학생들이었을 테다.

 

 

당시 갓 입학한 새내기라면 87학번,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의 경우 82 내지 83학번쯤 됐지 싶다.  즉 민주항쟁을 주도한 학생들은 87학번 새내기로부터 많게는 82학번 예비역까지 두루두루 걸쳐 있었던 셈이다.  이들을 나이로 환산하면 만 46세에서 대략 50세 언저리에 해당될 듯싶다.  결국 그들은 40대이면서 80년대 학번, 그리고 60년대에 태어난 전형적인 486세대들이다.  지금 당신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호사 뒤엔 이렇듯 앞선 세대의 고난이 바탕이 되고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40대는 우리 사회와 경제의 근간을 움직이는 중추이자 중심축이다.  흔히들 낀 세대라 칭하기도 한다.  무심한 세월은 어느새 해맑았던 87년 당시의 청년들을 중년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민주화의 열망을 안은 채 치열하게 다퉈가며 사회 변혁을 일궈냈던 그들은 이제 또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다. 



온몸으로 민주화를 일궈낸 486세대는 이번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다수를 차지했던 단원고생 부모와 비슷한 연령대다.  아마도 그들과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덕분에 세월호 참사가 결코 남 일 같지 않게 와 닿았을 테다.  그 어떤 세대보다 이들에게 빠르면서도 깊숙한 감정 동화가 가능했으리라 짐작되는 대목이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들춰진 정부의 무능함과 사회의 온갖 부조리를 보며 깊은 슬픔에 빠져들기보다 오히려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치를 떨어야 했고, 87년 당시와는 다른 형태지만 또 다시 본능으로부터 비롯된 위기 의식을 절실히 느껴야만 했다.  이는 고스란히 지방선거에서의 표심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TV조선 캡쳐

 

세대간의 대결이라 평가받고 있는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이들 40대는 결정적인 캐스팅보트 행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30대와 5,60대로 양분된 세대 간의 표심 대결에서 40대가 야당에게 표몰이를 해 준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야당에게 60% 이상의 표를 던져 주었다.  이들 87년 민주화 세대는 중요 길목에서 87년 당시처럼 또 다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선택한 셈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현실 참여 방식은 무척 다양하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중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필살기는 역시 국민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부여된 선거권에 의한 한 표 행사임이 틀림없다.  현재의 40대는 87년 민주화를 일궈낸 세대라는 무한 자부심과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느꼈던 위기감을 한데 모아 간절한 변화를 갈망하며 이번 선거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했다.

 

27년전 6.10 민주항쟁을 통해 직접 피땀 흘려 일궈놓은 민주화의 체제가 유신 망령에 의해 자꾸 흔들리며 위태위태한 상황에 직면해 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도하며 이제 그들은 또 다른 변화를 꿈꾼다.  87년 민주화 바람을 일으켰던 당시 청년들, 즉 현재의 40대는 작금의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벗어나야 하는지 선험을 통한 학습효과 덕분에 익히 잘 알고 있을 테다.  이제 그들의 실천이 대한민국에 또 한 차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리라 기대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27년전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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