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우는 남자> 그는 외강내유의 상남자였다

새 날 2014. 6. 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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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엄마 손 잡고 여탕에 간 기억은 내게도 있다.  욕실 문화의 발달로 인해 근래 대중 목욕탕이 점차 자취를 감춰가는 추세라 다소 아쉬운 감이 있지만, 덕분에 이는 더욱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듯싶다. 

 

얼마전 여탕에 데리고 들어올 수 있는 남아의 연령을 5세 아래로 낮춰야 한다며 여성들이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기사를 언뜻 본 적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과 달리 발육 속도가 빨라 5세만 돼도 성 정체성에 눈을 뜨는 경우가 많아 여성들에겐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곤'이라 불리는 소년이 있다.  유년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온 곤에게도 한국에서의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가 바로 엄마 손 잡고 따라간 대중 목욕탕이다.  때문에 그에게 한국 하면 으레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가 다름아닌 대중 목욕탕의 그 특유한 향이다.

 

 

미국에서 잔혹한 킬러의 삶을 살고 있는 곤(장동건), '미스티'라는 미국의 한 바에서 그에게 하달된 건을 처리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아 대기중이던 그, 유독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국 소녀 하나가 눈에 밟히는데.. 



이윽고 그는 자리를 옮겨 그의 목표물을 날렵하게 모두 해치운다.  그 와중에 바에서 눈이 마주쳤던 조금 전의 그 예쁜 소녀가 그의 총탄에 맞아 즉사하는 일이 발생한다.  아차, 실수다.

 

 

얼마후 곤에게 또 다른 상부의 명령이 하달된다.  이번엔 죽은 소녀의 엄마인 최모경(김민희)을 살해하란다.  어찌 이런 운명이..  남편의 배후엔 범죄 행위를 통해 은닉한 막대한 자금이 얽혀있어 그녀에게까지 파장이 미친 셈이다.  겉으론 내색 않고 있지만, 소녀의 죽음 때문에 심리적 갈등과 자신의 일에 대해 회의를 느껴오던 곤, 하달된 명령 실행을 위해 이번엔 어릴적 엄마와의 아련한 추억이 깃든 한국으로 향한다.

 

 

모경을 살해하기 위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감시에 들어간 채 그녀 뒤를 쫓기 시작하는 곤, 드디어 살해 기회를 포착하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잃은 딸의 과거 동영상을 보며 통곡하는 모경, 덕분에 주춤하게 되는데...

 

 

스토리가 다소 식상하다.  빤히 예측 가능한 결말에 특별한 반전 요소도 없다.  액션 장면은 성능 뛰어난 총격 씬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한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마저 계속해서 겉도는 느낌이라 몰입하는 데에 방해 요소가 된다. 

 

물론 배역이 원래 그렇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겠지만, 특히 모경 역할의 김민희 연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나마 명품 조연들이 그러한 측면을 일정 부분 상쇄시켜 주어 다행이랄까.

 

 

이정범 감독의 전작 <아저씨>에서도 그랬듯 이 영화 역시 주연 배우 장동건의 원맨쇼가 주를 이룬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특이한 형태의 화려한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아저씨에 비해 이번 영화는 사방으로 피가 튀는 잔인한 요소는 엇비슷했으나 전반적인 밋밋함을 감출 수가 없다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는데 실패한 느낌이다.

 

겉은 유독 강해보이는 냉혈한이자 상남자였으나 속으론 눈물 많은 곤처럼 영화의 겉포장은 화려함 일색이지만 속 내용은 한 마디로 '글쎄'다.  우는 남자의 모습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오직 무한 총질과 피칠갑만이 그득해 보였던 건 비단 나 뿐이었을까? 

 

 

감독  이정범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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