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SX테잎> 공포감이라 쓰고 역겨움이라 읽는다

새 날 2014. 6. 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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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주인공 자신이 1인칭 시점에서 직접 촬영한 것처럼 꾸민 이른바 페이크 다큐 류의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극도의 역겨움을 선사해 주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새다. 

 

다큐멘터리 기법을 빙자한 페이크에 덧불여 공포 영화라는 타이틀 자체도 애초부터 페이크였으리라 짐작될 만큼 어마어마한 짜증을 유발해 온다.  오싹함이 느껴지기보다는 못 볼 것을 본 느낌이라고 하면 좀 더 정확한 표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미술을 전공하는 질(케이틀린 폴리)과 아담(이안 던컨)은 연인 사이다.  질의 일상을 좇으며 카메라에 담는 게 취미인 아담, 카메라와 함께 하는 일상은 그날도 계속됐다.  



이들의 촬영은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만큼 과도한 측면이 슬쩍 엿보인다. 

 

 

질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에 좋은 장소를 물색 중 한적한 외곽에 위치한 폐쇄된 대형병원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그들, 호기심에 차에서 내려 그곳에 직접 들어가 자신들의 작품 전시 목적에 부합하는지 둘러보게 된다.

 

 

병원은 주로 미혼모 출산과 관련한 병동이었으며, 폐쇄된 지 오래된 듯 흡사 귀신이 출몰할 것처럼 분위기가 음산하기 짝이 없다.  두 사람이 머물고 있는 사이 건물 곳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급기야 질의 코에서 예기치 않은 코피마저 계속 흘러나와 쫓기듯 그곳으로부터 탈출하는데...

 

 

페이크 다큐를 표방한 만큼 카메라는 거칠게 흔들리며 연신 폐쇄 병동 곳곳의 기괴한 분위기를 담는다.  어둡고 폐쇄된 공간에 놓일 때 인간은 누구나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영화는 바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한 듯 건물 구석구석을 훑으며 억지 공포감을 유발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흔들리는 카메라와 페이크 다큐 그리고 폐쇄된 공간이란 아이템을 통해 공포감 유발을 작정했으면 이를 일관되게 유지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국의 귀신과 같은 유령이 중간 중간 출몰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으며, 마지막 1분까지 무섭다는 포스터의 글귀를 무색케 할 만한 마지막 장면은 차라리 넣지 않음만 못할 만큼 극악의 연출이었다.

 

 

오버액션하는 질의 연기는 아마도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라 여겨지며, 그를 통해 관객들이 짜증을 느꼈다면 감독의 의도한 바가 배우에게 잘 스며든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질의 어설프거나 때로는 과장된 몸짓 하나하나가 애초부터 감독의 의도된 장치였으리라.

 

마지막 장면이 없었더라면 그나마 평점 2점 정도는 더 줄 수 있었을 법한데, 이 때문에 역겨운 기분을 더 역겹게 만든 셈이 돼버렸다.  결론적으로 공포감은 온 데 간 데 없고 그 자리를 역겨움이 대신한 최악의 영화였다.  완전 비추다.   

 

 

감독  버나드 로즈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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