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아귀다툼된 서울 교육감선거, 선택은 유권자 몫

새 날 2014. 6. 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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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후보가 자신의 장녀가 올린 페이스북 폭로 글과 관련하여 1일 기자회견을 자청, 이에 대해 적극 해명하며 사실상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딸의 글이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아들과 문용린 후보의 야합에 기인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며 전처와의 봉합되지 않은 갈등을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우선 고 후보 장녀의 폭로에 의해 벌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 고승덕 후보가 자신의 부덕함을 인정하며 사죄하기보다 정치적 음모로 시선을 돌리려 시도했다는 측면에서 그의 자질을 더욱 의심스럽게 한다.  어쨌거나 아버지로써 천륜의 도리를 제대로 행하지 못한 것만은 분명할 테니,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자중했어야 함이 옳지 않을까? 

 

ⓒ한겨레신문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란 보도를 접하며, 그래도 딸에게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일말의 양심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했건만, 이는 너무도 순진한 발상이었음을 곧 자책해야만 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정면 돌파라는, 그것도 적수인 문용린 후보와의 연루설을 흘리는 진흙탕 싸움 형태의 최악의 묘수를 끄집어내고야 말았다.  바야흐로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이제 막장을 향해 치달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감이란 자리가 과연 권력에 야심을 지닌 채 이를 마중물 삼으려는 이들에게 어울릴 법 하기나 할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서울시 전체의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무를 통할하는 시울시 교육청의 장이 바로 서울시 교육감이다.  학식과 덕망은 물론이거니와 교육에 대한 신념이 뚜렷한 인물이어야 한다.  분명한 건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의 고승덕 후보의 행태는 그러한 점과 거리가 너무도 멀어 보인다.  물론 딸이 폭로했던 내용과는 별개로 하더라도 말이다. 


 

혹여 고 후보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딸의 낙선운동과 그후 빚어진 일련의 과정들이 과연 교육감이란 직책에 어울리는 인물의 행동이라 볼 수 있을까?  이제 고 후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다.  딸의 폭로에 대해 따뜻한 부성애를 보이며 진정 어린 사과를 하기보다 정치적인 정면 대결을 택했다.  말로는 교육감이라 외치고 있지만 그는 어느새 정치인 고승덕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뉴스1

 

고 후보는 자신의 경쟁자인 문용린 후보마저 지저분한 싸움판으로 끌어들이며 교육감 선거를 결국 희화화해 버렸다.  결정적인 패착이다.  당장 문용린 후보 측이 고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공작정치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노라 밝히고 나선 상황이다. 

 

그에 앞서 문용린 후보는 고 후보 딸이 올린 글에 대해 딸이 아버지를 흠집내고 아버지는 딸을 돌보지 않아 벌어진 일이기에 일종의 패륜적 모습이라며 고 후보와 그의 장녀 모두를 싸잡아 비난한 바 있다.  고 후보 부녀에 대한 양비론을 통해 어부지리 형태의 표를 쓸어가겠다는 문 후보의 심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때문에 문 후보는 문 후보대로 이번 사건을 교육감 선거의 승부처라 여기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이런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유권자들의 속내는 과연 어떨까?  알려진 각종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아이들의 교육 수장을 뽑아야 하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선 온통 아귀다툼으로 변질돼가는 교육감 선거판을 바라보며 절로 나오는 한숨을 어쩔 줄 몰라해 하고 있는 눈치들이다.

 

어쨌든 이들에 대한 심판은 서울시민의 몫이다.  과연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자못 흥미롭기까지 하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가려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교육감 선거에, 어찌보면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가 흥행 요소를 잔뜩 불어넣어 준 셈이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에서의 흥행몰이이긴 하지만 말이다. 

 

점차 진흙탕싸움으로 진화해 가고 있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 어느새 이틀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비로소 유권자들의 선택만이 남게 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교육 수장만은 참된 인물을 뽑아야 한다.  한 표 행사로 올바른 인물을 제대로 가려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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