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고승덕 딸 폭로, 교육감 후보로서의 신망을 잃다

새 날 2014. 6. 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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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국면에서 서울시 교육감 고승덕 후보 장녀의 낙선운동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누구보다 든든한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할 피붙이가, 그것도 자녀가, 그와는 정반대로 낙선운동에 팔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은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그만큼 고 후보 장녀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단순히 좋지 않은 상태로만 머무르지 않고 켜켜이 쌓인 채 분노의 감정으로까지 변질된 게 아닐까 싶다.  어찌됐든 참담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는 고승덕 후보 본인에게도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겠지만, 자녀된 도리로서 직접 아버지의 낙선운동을 벌인 딸의 심경 역시 편치만은 않은 상황임이 틀림없을 테다.

 

ⓒ고승덕 후보 장녀 페이스북 - 서 있는 아이가 고승덕 후보 장녀

 

부모 입장에서 볼 땐 아버지가 아무리 잘못했기로서니 어떻게 부모 앞길에 재를 뿌릴 수가 있느냐며 통탄해 했을 테고, 자녀된 입장에서는 부모의 양육 책임을 나 몰라라 등한시해 왔던 사람이 다른 직위도 아니라 어떻게 교육감이란 자리를 뻔뻔스레 넘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을 테다.

 

혹자들은 말한다.  사생활은 사생활일 뿐 공직자의 흠결 요건은 아니라고..  허나 고승덕 후보의 따님이 이미 밝혔듯 다른 직책도 아닌 교육감이란 자리는 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혹여 밝혀지지 않은 사생활이었다면 불행히도 모두를 속인 채 교육감에까지 이르렀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불행 중 다행히 뒤늦게라도 그의 부족한 측면들이 속속들이 밝혀진 상황이다. 

 

선생님에게는 그 무엇보다 도덕적인 자질이 가장 큰 덕목이듯 교육감에겐 더욱 까다로운 자격 요건이 필요하다.  자신의 자녀 교육을 나몰라라하며 책임을 방기해온 사람이 서울시 전체의 아이들 교육을 책임진다는 건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본인 스스로가 해당 자리를 넘봐서도 안 될 사안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알며 지척에서 봐왔을 자녀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객관적인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기본 인성에 큰 흠결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어렵다.  교육감이란 직책은 우리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과 제대로된 인성 교육을 위해서라도 일반 지자체장의 그것보다 더욱 까다로운 자격 기준을 들이대야 함이 맞겠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고 후보는 교육감으로서의 자질에 커다란 흠결 요건을 지닌 셈이다.

 

정몽준 막내아들의 막말 파문이 우리 사회에 가정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면, 고승덕 딸의 낙선운동 파문은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과 교육 그리고 그에 따른 자질 문제를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생각케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자신의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해 철저하게 외면해 왔던 사람이 과연 서울시 전체의 교육을 총괄하는 직책을 맞는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하겠는가? 

 

ⓒJTBC 방송화면 캡쳐

 

고승덕 후보 딸에 의한 파문이 이번 교육감 선거에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미쳐올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유권자의 1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이미 이와는 상관없이 한 표 행사를 마친 상태다.  다만 예측컨대, 큰 변수가 될 것이란 사실 하나만은 분명하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JTBC의 여론조사를 들여다보면, 고승덕 후보가 21.3%, 문용린 후보 16.3% 그리고 조희연 후보가 13.7%로서 여전히 부동층이 50% 가까이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어찌 보면 세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뚜껑을 열어보지 않는 이상 그 결과를 예단하기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고승덕 후보 딸 폭로의 여파가 과연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는 모두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녀의 바램대로 고승덕 후보를 낙선시키게 될지, 아니면 그 스스로 물러나게 될지, 그도 아니면 그가 이번 파문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승리를 거머쥐게 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고 후보 덕분에 지리멸렬했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불이 붙는 양상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고 후보로부터 이탈한 표심이 자칫 문용린 후보를 향해 몰표로 이어져 어부지리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러한 예측은 제발 기우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은 괜한 말이 아닐 테다.  자녀가 아버지를 낙선시키기 위해 직접 나선 이 안타까운 사연은 단순한 가십거리로 그칠 사안이 아닌 오직 성공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을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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