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이랜드 축구단, '강남-강북 더비' 추진 신중해야

새 날 2014. 4. 1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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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이 프로축구단을 창단키로 한 모양이다.  지난 14일 이랜드가 프로축구단 창단 의향서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공식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을 연고로 할 계획이란다.  이랜드는 올해 창단 작업을 마무리짓고, 2015시즌 K리그 2부리그에 참가하여 빠른 시일 내 1부 리그로의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새로운 구단의 창단은, 그것도 서울을 연고로 함은, 흥행 몰이와 함께 힌국 축구의 저변 확장과 K리그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터이기에 축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FC서울과 함께 라이벌을 형성하며, 서울 더비가 예상돼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한편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FC서울과는 달리 이랜드는 잠실종합운동장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는 특히 강남(이랜드)과 강북(FC서울) 구단의 더비 실현을 통해 이를 흥행의 핵으로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들 역시 강남과 강북 대결 구도를 무척 반겨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강남-강북 더비' 실현을 기정사실화 하며 이를 대서특필하기에 바쁘다.  아마도 월드컵 경기장이 상암에, 또 종합운동장의 경우 잠실에 위치해 있는 입지적 여건 탓에 연고를 각각 강북과 강남 양쪽으로 갈라놓은듯싶다.  이랜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넘버원 인기 프로축구단'이란다. 

 

그런데 이랜드의 입장에서는 축구 갈증에 목말라하는 강남 지역을 등에 업은 채 '강남-강북 더비'를 성사시킬 경우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애초 목표로 삼은 인기 프로축구단의 조기 달성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여기엔 몇 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남한과 북한의 격차만큼 서울의 강남과 강북간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각종 미디어 매체들은 강남은 여유있고 세련됐지만, 강북은 가난하고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부지불식간에 확산시켜 나가고 있고, 많은 이들이 이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와중이기도 하다.  이른바 '강북비하'현상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이와 관련한 얼마 전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 하나가 떠오른다.  케이블 채널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가 2012년 9월에 내보낸 '미스구리 강남빠녀'편에서 출연 여성이 강남과 강북을 비교하며, "강남 사람은 냄새도 다르고, 강북 음식은 조미료맛이 난다"고 말하거나 청량리 등 강북지역을 방문해선 "강북 스멜"이란 표현마저 서슴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러한 역할은 비단 케이블 방송 뿐만이 아니다.  공중파 역시 강북과 강남의 차이를 구분짓고,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조소하는 등 강남과 강북을 각각 특정 형태로 유형화하여 그에 대한 의식을 대중들에게 공공연하게 심어주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강남은 우월한 곳이며, 강북은 그렇지 못한 곳으로 비하하려는 의도가 만연돼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개의 서울 축구단을 공식적으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누어 운영하게 된다면, 비록 이제껏 강남북 상호간 차별이나 비하 등의 표현이 공공연하게 있어 왔지만, 그렇다고 하여 서울의 남과 북을 가르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경계선 내지 가름의 매개가 없었기에, 두 축구팀이 공식적으로 둘을 가르는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하며 강남과 강북의 수면아래 잠재돼 있던 갈등을 수면 밖으로 끄집어내게 되는 건 아닐까 하여 우려스럽다.  



우리 사회가 과연 스포츠 정신에만 기댄 채 이러한 잠재적이거나 혹은 구체적으로 드러난 모든 여건들을 서로 받아들이며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랜드야 애초 그럴 의도가 없었겠지만, '강남-강북 더비'가 자칫 서울 강남북간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서울을 굳이 강남과 강북으로 갈라놓아 이로부터 파생되는 지역감정을 흥행몰이에 이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이랜드의 강남-강북 더비는 재고돼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강남-강북 더비'는 양날의 검이다.  축구라는 인기 스포츠를 통해 강남과 강북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새로운 축구 열풍과 함께 화합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반면,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강북 비하 바람의 촉매제가 되어 본격적인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악수가 될런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남과 북으로 갈린 한반도가 망국적인 영호남 지역감정에 이어 이번엔 서울마저도 강남과 강북 양 갈래로 나뉘어지는 절망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K리그와 한국 축구 부흥에는 일조할 수 있을지언정, 그의 반대급부로 새로운 지역 차별 바람을 일으키며 사회 안정을 해치는 셈이 될 수도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이랜드가 강남-강북 더비 추진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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