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안철수, 지리멸렬 야권의 메시아가 될 수 있을까

새 날 2014. 3. 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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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국민들을 지치게 한다? 

 

정치가 국민들의 삶을 나은 방향으로 개선시키기보다 외려 피로감으로 찌들게 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으로 촉발된 국정원 사태가 1년 내내 정국을 뒤흔들더니 어느새 간첩 의혹 사건이 그 자리를 대신 꿰찬 채 여전히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가, 검찰은 이의 수사와 관련하여 증거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수개월째 진흙탕 정국을 이끌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국민들은 정작 작금의 사태에 대해 진위 여부 따위 별로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눈치다.  오히려 연일 언론을 통해 오르내리는, 이런 말도 되지 않는 후진국형 상황에 대해 피로감만을 호소할 뿐이다.  때문에 혹시 이조차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국민들을 정치적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그저 먹고 사는 일에만 신경 쓰게 만드려는 고도의 전술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독주와 야권의 지리멸렬한 행보로 인해 가뜩이나 재미없던 정치판이 아이러니하게도 안철수와 민주당의 물리적 결합이란 이벤트 탓에 흥미가 더욱 반감돼 버렸다.  이게 무슨 연유인 걸까?  일종의 정치쇼라 불릴 수밖에 없는 이들의 결합은 흥행요소가 될 법한 필요충분조건을 제법 갖추고 있지만, 적어도 내겐 그런 형태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식 '새정치'의 희화화

 

안철수, 그는 두 가지의 결정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첫 번째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확실한 지지 의사 표명 및 지원 없이 선거 당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는 부분이다.  물론 이미 지나간 과오이지만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민주당과의 명분 없는 결합이다.

 

ⓒ노컷뉴스

 

다년간 이어져온 안철수식 새정치 피로 증후군이 누적된 상황에서 벌어진 민주당과의 어이없는 결합은 그의 지지 여부를 떠나 기대했던 이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단일화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야권 전체의 입장을 놓고 볼 때 당장의 정치공학적 셈법상 이로운 결과라 여겨질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적 발전이란 보다 큰 틀 앞에선 분명 독이 될 듯싶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 한 번만을 위함이 아니란 전제조건을 내건 결합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이번 신당의 정체성은 당명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의 분신과도 같은 '새정치'를 떼어낼 순 없었을 테고, 나름 역사가 깊다는 '민주당'의 흔적 지우는 일 역시나 마뜩찮은 일일 터, 결국 그 둘의 명분을 모두 살린, 교묘한 조합이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참 단순하기도 하거니와 재미도 없다.

 

신당의 명칭은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의 물리적 결합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보여지기도 하며, 한 편으로는 각자의 지지층 이탈 없이 모두를 끌어 안으려는 고육지책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급조된 영향 탓이 크겠지만, 이는 반대로 그들의 탄생 배경 만큼이나 기존 정치와 선을 그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없다는 것을 인증함으로써 결국 화학적 변화를 이끌어낼 내재된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윤여준, 그의 이탈은 사실 그리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철새 행보에 마침표를 찍는 듯한 모양새라 그의 정치적 입지만 스스로 더욱 좁힌 셈이 돼버렸다. 

 

안철수의 패착은 바로 자신의 아바타와 같은 존재, '새정치'에 대해 스스로가 부정한 행위에서 비롯됐다.  결과적으로 그가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새정치'는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입버릇인 '신뢰와 원칙'을 연상케 한다.  때문에 안철수와 민주당과의 물리적 결합은 그의 화두 '새정치'에 대한 희화화의 일등공신이 돼버렸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입에서조차 새정치에 대한 훈수가 나올 정도이니 이쯤되면 말 다한 셈 아니겠는가.  새누리당이야 언급해 봐야 입만 아플 지경일 테다.  이젠 '새정치'란 말을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상황이 됐으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가장 뼈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의 정치 실험, 과연 성공할까?

 

이번 신당 창당이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를 다분히 의식한 행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만한 일이다.  때문에 안철수 스스로에겐 이번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결과에 따라서는 안철수의 정치 생명에 있어 명운이 갈릴 뿐 아니라, 연속적인 선거 패배와 지리멸렬하기만 했던 현 야권에게 있어서도 이번 선거마저 패할 시 궤멸 내지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충격파가 전달될 것이며, 이는 결국 야권 지형 재편이란 초대형 이벤트로 진화하게 될 개연성마저 존재한다.  물론 그리 될 바에야 난 차라리 야권 전체의 자폭을 권유하는 바다.

 

안철수가 바라던 새정치는 이미 민주당과의 물리적 결합을 통해 한 차례 희석됐다.  만약 선거 패배란 참담한 결과 앞에서 또 한 차례 희석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비록 희화화되긴 했어도 대중들에게 회자돼오던 '새정치'란 단어마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그러했듯 엉뚱한 의미로 활용되거나 정치판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안철수의 정치적 실험 또한 '새정치'의 몰락과 함께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며, 수많았던 과거의 반짝 정치인들처럼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처진다.  그의 정치적 실험은 6.4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도전에 직면하게 될 테다.  과연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정치권의 지리멸렬함으로 인해 별로 흥미롭진 않지만, 그래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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