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연예인 성형 고백, 과연 누구를 위함인가

새 날 2014. 3. 26. 13:47
반응형

인기와 외모로 먹고 사는 직업인, 그들은 연예인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는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미디어의 발달은 연예인들의 가공할 만한 폭발적인 인기를 만들어냈고, 거꾸로 그들의 인기는 다시 미디어의 발전을 이끌며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는 과연 무얼까.  근래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위세에 많이 눌린 듯싶지만, 그래도 여전히 TV가 압도적이다. 

 

 

실제 한 통계조사에서도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2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이 3시간 가량을 기록하며 주요 매체 중 가장 높은 사용량을 나타냈고,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가장 필수적인 매체로 국민 절반 이상이 TV를 꼽고 있었다.

 

물론 연예인과 관련한 소식이나 가십거리들은 굳이 TV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얼마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외려 지나칠 정도로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이기에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매체가 현재와 같이 전체의 97% 이상을 차지한다 해도 결코 놀라운 현상만은 아닐 듯싶다.  때문에 이러한 물리적 토대로부터 대중들에게 가공되고 전파돼왔을 연예인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며, 그 영향력이란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일 테다.

 

폭증하는 연예인들의 성형 고백

 

그런데 얼마전부터 연예인들의 성형 고백이 부쩍 늘었다.  처음엔 다소 놀라운 반응이었지만, 의외로 너도 나도 고백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지라 이젠 별 감흥도 없다.  그런데 이 부분이 오히려 두렵게 와 닿는다.  부지불식간 성형미인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때로는 긍정적인 현상이란 인식을 심게 만드는 효과 때문이다. 

 

물론 외모가 자신들의 유일한 자산일지도 모를 연예인이란 직업 특수성을 놓고 볼 때 쉬쉬하며 숨기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연예인들에 비해 무척이나 솔직담백해졌다는 부분에 대해선 높은 점수를 주고 싶긴 하다.  일종의 금기라 여겨졌던 성형 사실을 고백하는 이러한 관행은 자유분방해진 사회 분위기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탓이기도 하겠거니와, 다른 한편으로는 그 만큼 성형이 연예인들에게 있어 보편화를 넘어 일반화의 경지에까지 올랐다는 방증이기도 할 테다.  우리가 성형공화국과 세계 1위의 성형 대국이란 표현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저엔 바로 이러한 연예인들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할 듯싶다.



때문에 초기엔 그 가상한 용기와 떳떳한 태도에 박수를 보내며 격려해주던 팬층이 제법 두터웠지만, 이마저도 흔한 광경이 되자 이젠 식상해하거나 못마땅해하는 대중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신선했던 최초의 반응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뎌지고 궁극엔 이로 인한 피로감마저 느껴지게 되는 건 어쩌면 인지상정일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엠넷닷컴을 통해 실시한 ‘당당한 연예인들의 성형고백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요지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굳이 고백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47.5%는 '당당해 보여 보기 좋다'고 답했다.  서로 상반된 답변의 팽팽한 비율로 인해 우열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청소년들에게 자칫 삐뚤어진 가치관 심어줄 개연성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엔 누구든 대중매체를 통해 흔히 접하게 되는 연예인을 우상으로 꼽을 수 있으며, 그들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때문에 가뜩이나 특출나거나 비상한, 잘 빠진 외모를 갖춘 이들만이 브라운관을 독식하고 있는 방송연예계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그들이 그러했듯 자신의 우상처럼 되기 위해선 반드시 성형을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알게 모르게 아이들 뇌리에 심어주는 결과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 가치관이 채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기에 자신들의 우상을 그대로 빼닮으려는 속성이 그와 결합하여 외모지상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이 연예인에 대해 얼마나 많은 환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 하나를 거들떠 보자.  알바천국이 지난 2012년 전국 청소년 1027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장래희망 직업’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직업 2위가 다름아닌 바로 연예인이었다.  평소 연예인 흠모 정도에 비해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게 의외인가?  하지만, 1위 3위는 각각 교사와 공무원으로서 최근의 불경기 탓에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어른들의 경향이 아이들에게까지 투영된 결과이기에 충분히 납득 가능해지며, 때문에 씁쓸하기까지 하다.

 

연예인의 성형 고백이 미치는 파장

 

그렇다면 연예인들의 성형 고백으로 인한 영향이 비단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걸까?  TV에선 연신 성형미인들이 등장하여 떳떳하게 성형 사실을 고백하고 있고,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차량 안에 설치된 광고판에선 성형을 하면 자신처럼 예뻐지며 단번에 인생 역전까지 가능하다고 유혹하고 있다. 

 

무의식 중에 우린 특정 외모는 좋지 않은 것이며, 그들이 제시하는 외모만이 진리라는 인식과 함께 성형수술은 매우 보편적이며, 누구나 가능한 것처럼, 어떠한 부작용도 없이 모든 사람들을 미인으로 탈바꿈시켜줄 것처럼 세뇌시키고 있다.  외모가 최고라는 인식과 동시에 그를 위해서라면 성형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란 사고를 암암리에 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연예인들의 성형 고백이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가끔 자신들의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을 토로하며, 그동안 얼마나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낱낱이 까발려 성형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리곤 한다.  외모가 밥줄인 그들에게 있어 어쩌면 성형이란 존재, 필요악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의 성형 고백은 대체로 성형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강하기에 그들을 통한 사회적 파급 효과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성형 폐해 줄이기.. 연예인, 방송사, 방통위 모두 나서야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러하지만, 우리의 과도한 성형문화 또한 온갖 부작용이 수면 밖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서야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최근엔 서울시가 대부업광고에 이어 대중교통에서의 성형광고 비중 축소를 선언한 바 있다.(대중교통 대부업광고 금지.. 성형광고는? 포스팅 참조)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발하기 위해선 각 분야의 개별적인 각개 전투 방식보다는 가능한 모든 영역과 전 구성원들의 힘을 한데 모아 전방위적인 노력을 펼칠 때에만이 제대로된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성형 문화는 이제 단순한 일회성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멀리 온 경향이 짙다.  방송사들은 시청률 상승을 노린, 지나친 선정성 경쟁보다는 공공성을 염두에 둔 방송에 주력해야 하나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  이는 마치 인터넷 언론 매체들이 페이지뷰 늘리기의 일환으로 어뷰징 기사들을 양산해내고 있으나 여전히 이러한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행태와 유사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연예인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 파장을 고려, 작금의 성형 고백 릴레이에 대해 자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성형 고백을 하든 하지 않든 언제까지나 자유 의지에 따른 행동이기에 이를 두고 뭐라 할 순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성형 고백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월등하기에 결국 연예인들 스스로의 자정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아울러 연예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우선하여 방송사들이 성형과 관련한 방송 가이드 라인을 책정해 놓고, 그에 따른 수위 조절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올바른 정책과 규제도 뒤따라야 할 테다.  방송사들은 사회적 공기라는 사실을 절대 망각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성형 문화를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 할 막중한 책무가 그대들에게 주어져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