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낙하산에 짓눌린 공공개혁, 파티는 안 끝났다

새 날 2014. 3. 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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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파티는 끝났다"

 

지난해 11월 공공기관장 조찬간담회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발언이다.  무슨 의미였을까?  

 

공공기관의 본격적인 개혁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공공개혁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며 박 대통령이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현 부총리의 발언이 있자마자 기획재정부가 발빠르게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 대목만으로도 그러한 분위기는 충분히 읽힌다.

 

박 대통령 역시 공개석상에서 틈만 나면 공공개혁을 부르짖어 왔다. 

 

"공기업의 부채가 해소되지 않으면 경제성장 성과에 대한 국민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부문의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근절은 물론이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상화와 재정·세제개혁, 원칙이 바로 선 경제를 추진할 것이다. 먼저 공공부문 개혁부터 시작해 나갈 것이다"

 

"경영이 부실한데도, 성과급과 과도한 복리후생비를 지급하고,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과 투자 등 외형 확대에 치중하고, 유사·중복사업을 불필요하게 추진한다든지, 자회사를 세워 자기식구를 챙기는 잘못된 관행들을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

 

"코레일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많은 공공기관에서 효율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만 경영과 고용세습까지 오랜 기간 이루어져왔다"

 

"공공기관 노조가 연대해 정상화 개혁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은 심히 우려되고 국민께서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노컷뉴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앞에서의 행동과 뒤에서의 그것이 전혀 다른, 대통령이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어 기회가 닿을 때마다 공언해왔던 것처럼 과연 제대로 된 공공개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민과 공공기관 노조 앞에서는 열심히 개혁을 부르짖으며 총대를 매고 전면에 나섰지만, 정작 뒤로는 고공 낙하산을 이용, 측근 인사들을 대거 투하시키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개혁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제일 강조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가장 먼저 언급한 것 역시 '낙하산 차단'이다.  그만큼 오늘날 공공기관들을 크게 병들게 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낙하산 인사'를 꼽고 있는 것이며, 때문에 이를 혁파 대상 1호로 지목하고 있기도 한 셈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 본인 스스로도 당선인 시절부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정부에선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누누이 강조해온 바 있다. 



국민들 다수 역시 평소 올곧은(?) 듯한 그녀의 이러한 성향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내며 잘 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을 테다.  이전 정부에서도 관행처럼 반복되어온 악습이자 모든 공공기관 문제의 시발점이라 판단되고 있던 찰나, 이를 모두 끊어내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데다가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가 더해지니 그야말로 달리던 말이 날개를 얻은 셈이 된 듯싶다.

 

ⓒ한국일보

 

그러나 과연 그럴까?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11일 공개한 이른바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공언해 왔던 공공개혁이 모두 공염불이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에 포진한 친박 인사가 무려 84개 기관에 걸쳐 114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금과옥조로 여겨왔던 공정한 인사가 모두 도루묵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발표가 있기 전부터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잡음은 박 대통령의 취임 시점부터 쭉 이어져오며 지속적으로 우려를 낳아왔던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대통령의 개혁 취지는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이고, 결정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과연 어디쯤인지조차 모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에게 보냈던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는 또 어찌할 것인지..

 

이후로 대통령이 아무리 좋고 근사한 계획들을 나열한다 해도 인사가 만사라 했듯 공공기관의 임원 자리에 고공 낙하산을 지속적으로 투하시킨 현 상황에서 개혁적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용어 자체를 입밖으로 꺼내기조차 무척 낯부끄러워지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법과 신뢰 그리고 원칙을 유난히 강조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공약 파기 언급은 우리의 입만 아프게 할 뿐이다.  입으로는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할 것처럼 외치더니 정작 공공기관의 주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모두 채워넣는, 국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몰염치한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최근 박 대통령의 발언이 새삼 화제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비교적 강도 높은 수위와 정제되지 않은 용어로 지적하며 이를 모두 혁파의 대상이라고 한껏 목청을 드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있었던 대한의사협회 집단 휴진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인 집단적 이익 추구에 반드시 책임을 묻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런데 이런 발언들, 왜 들으면 들을수록 이리도 공허하게 들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 본인은 혹시 알까?

 

대통령 자신은 입으로만 개혁을 부르짖고 있고, 정작 국민들과의 약속 따위는 헌신짝처럼 차버리면서 어찌하여 국민과 공공기관 노조에게만 원칙을 지키라고 강권하고 있는 것인지,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이며, 과연 제대로된 개혁이란 게 애시당초 가당키나 했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박 대통령의 공언처럼 과연 파티를 잘 끝낼 수는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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