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철도노조 체포에 총동원된 경찰, 민생치안은 언제?

새 날 2013. 12. 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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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철도노조 지도부 10명을 체포하기 위해 5,000명이란 어마어마한 경력을 이끌고 민주노총 사무실을 급습했던 경찰, 하지만 경향신문사 건물을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정작 철도노조원 체포엔 실패하고 만다.  예상했던 대로 그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찮다. 

 

철도노조원들을 쥐 잡듯 몰아가는 경찰

 

애초 압수수색 영장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이뤄진 진압이었기에 무리한 법 집행이라는 비난과 함께 경찰의 무능함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고, 이번 작전을 지휘한 경찰 수뇌부의 책임론마저 대두된 상황이지만, 이성한 경찰청장은 실패한 작전이 아니었노라며 정공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JTBC뉴스 캡처

 

그렇다면 이와 관련하여 지난 23일 JTBC가 전국의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살짝 들여다 보자.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이 적절했는가란 물음에 적절하다라는 응답 39.3%, 과도하다라는 응답 44.6%,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6.1%로 조사됐다.  경찰의 강제진입과 진압이 무리한 조치였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는 의견이 조금 더 우세했다.

 

ⓒJTBC뉴스 캡처

 

이는 앞서 지난 16일 검찰의 철도노조 지도부 10명에 대해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조치가 적절한 것이었는가란 물음에 적절하다라는 의견 31.3%, 과도하다라는 의견 50.4%, 잘 모르겠다라는 의견이 18.3%였던 집계와는 조금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철도 파업 문제를 대화로 해결해야 하고, 노조의 파업엔 그 만한 이유가 있기에 정당하며 공권력 투입이 현재의 문제를 오히려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묘한 변화를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과연 무얼까?  물론 오래된 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의 실질적인 불편이 증가했고, 심리적인 피로도가 누적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5,000명이란 엄청난 숫자의 경찰력이 투입되어 시민들에게 최루액을 난사하는 등 무리한 진압이 자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음직하다. 

 

보수 언론들의 여론전

 

 

이번 철도노조 파업의 원인이 된 철도 민영화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대선 1주년을 맞아 지난 18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철도 민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애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61%가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었으며, 찬성하는 의견은 32.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사측은 여전히 대화에 나서기보다는 협박과 꼼수를 통해 철도노조에 백기 투항할 것을 종용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보수  언론들 역시 이를 돕기 위한 본격적인 여론 몰이에 두 팔 걷어 부친 채 나섰다. 

 

ⓒTV조선 뉴스 캡처

 

모 언론사는 구체적인 기관사의 연봉을 제시해 가며 철도노조를 '귀족노조'라 칭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전략은 한 마디로 배 부르고 등 따실 정도의 복리후생을 향유하고 있는 이들이 회사의 적자는 내팽개친 채 그저 자신들의 배만 더 불리기 위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철도를 볼모로 기득권 싸움을 벌이고 있노라며 이번 파업의 본질은 외면한 채 여론을 호도해 가고 있었다. 

 

ⓒ데일리저널

 

보수 언론들이 총동원되어 민영화 저지라는 대의명분이 아닌, 그저 단순히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지극히 사익에 치중한 행위로 철도노조 파업을 여론몰이해 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철도 민영화 자체를 괴담이라 치부하며 이의 근원이 북한으로부터 비롯됐노라는 섬뜩한 주장을 펼치는 언론사도 있었다.

 

ⓒTV조선 캡처

 

철도 민영화마저 종북몰이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현재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철도 민영화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니, 이들 모두가 종북세력이 되는 셈이다.  이젠 철도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또 이에 색깔을 덧씌워 종북놀음에 이용하려는 세력이 등장할 만큼 우리 사회에서의 종북몰이는 일상화가 돼버렸다.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 다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귀족노조에 종북몰이까지, 이들의 여론 호도전은 오늘도 쉴 틈이 없다.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 위해 총동원된 경찰력, 민생치안은 언제?

 

경찰은 민주노총 본진 진압 작전에서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에 실패한 이후 '1계급 특진'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전국적으로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경찰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행적이 묘연했던 철도노조 지도부, 결국 조계사 경내에 피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계종은 철도노조원들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으며, 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25일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계종을 비롯한 종교계가 나서서 중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에 화답하듯 조계사 주변에 경찰병력을 대폭 증원하고 삼엄한 경계에 돌입한 상태다.

 

한편 경찰이 22일의 진압작전 실패에 따른 무능함과 책임론에서 벗어나고자 또 다시 무리한 검거 작전을 펼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언론사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22일 작전 실패 이후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에 걸어놓은 '1계급 특진' 타이틀도 모자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철도노조 지도부 10명을 무조건 잡아들이라는 특명을 하달했단다. 

 

이후 경찰의 모든 역량은 이곳에 집중되다시피 하고 있어 여타 사건에 대한 첩보 보고 등은 묵살되기 일쑤이고, 때문에 연말 연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에 대비한 민생 치안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해야 할 상황이다.  무리수를 빼냈다가 실패하고, 결국 자신들의 실수로 인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경찰이 또 다른 무리수를 꺼내든 것이라 찜찜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조계사로 피신한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해 정부는 어떤 해법을 내놓게 될런지, 물론 귀를 모두 닫은 채 국민의 말은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누구 때문에 일말의 기대도 않고 있지만, 그래서 이 또한 걱정 반 우려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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