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 박근혜식 불통이 빚은 악수

새 날 2013. 12. 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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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일방 통행 소통 방식이 한가로운 일요일 서울 한복판을 온통 아수라장으로 바꿔 놓았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이닥쳐 철도노조 조합원과 시민 백여 명을 연행해 간 것이다.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이 투입된 건 민주노총 설립 이래 사상 초유의 일이란다.  이번 정부 들어 워낙 사상 초유의 사건들이 남발되다 보니 실은 새로운 감흥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민주노총 본진에 대규모 공권력 투입

 

이 과정에서 경찰은 무려 5,000명이 넘는 인력을 동원, 합법적인 시민들의 집회를 막아서며 방해하거나 비무장인 시민의 얼굴에 최루액을 직접 분사하는 등 과잉 진압 행동마저 서슴지 않았다.  덕분에 SNS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나서 민주노총 사무실 부근인 광화문과 서대문 일대에서 하루종일 경찰들과 대치하는, 21세기 시대적 상황과는 결코 어울릴 법 하지 않은 살풍경을 연출했다.

 

ⓒ한겨례신문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찰은 철도노조 집행부에게 농락당한 셈이 돼버렸다.  민주노총 사무실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경찰이 소방관까지 동원, 1층 현관문을 부수며 진압에 나섰지만, 이들은 이미 이곳을 빠져나간 뒤였다.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되어 체포영장만으로 무리하게 진압하여 민주노총 사무실을 쑥대밭으로 만든 경찰에게 되레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건물의 소유주가 경향신문사인데다가 이번 파업과 관련없는 일반 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연행해간 것으로 보아 경찰 행위의 적법성에 논란이 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의 이번 파업은 노사 간 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노조 내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를 거쳐 노조법 상의 구비 요건을 모두 갖춘, 절차상 흠결없는 합법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정부와 사측은 애초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간주,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얽힌 현안을 풀려고 하기 보단 오히려 강력한 탄압 행위만을 일삼아 왔다.  소통보다는 예의 그 '내 말을 듣지 않을 경우 가만 두지 않겠다'는 일방 통행의 대결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최루액의 등장은 자연스레 80년대의 시위 모습과 비견된다.  당시 시위대의 손엔 돌맹이 내지 화염병 그리고 쇠파이프 따위가 들려져 있었고, 경찰들 역시 그에 맞서 최루탄으로 응사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과의 충돌이 빚어진 곳에 모인 시민들은 비무장인 채였고, 신고를 마친 합법적인 집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시민들을 강제 해산하기 위해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였으며, 비무장인 시민들의 얼굴에 직접 최루액 분사를 가해왔다.  공권력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군사정권과 다른 부분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살벌함 그 자체였다.

 

불통과 공안통치 공포정치 선보인 대통령, 임계치에 다가선 시민들 인내심

 

이번 정부, 얼마전 종교계를 종북이라 몰며 맞장을 뜨더니 이젠 노동계와도 맞장을 뜰 기세다.  물론 이미 이석기 의원 사태를 빌미로 통합진보당을 들쑤셔 놓아 관련 하부 조직들이 와해된 상황이긴 하겠지만, 노동계 최대 조직인 민노총을 직접 겨냥하여 건드렸다는 부분은 이번 정부의 최대 무리수이자 악수 아닐까 싶다.  당장 민주노총이 28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단다.  민주노총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사무실 침탈과 철도노조 탄압은 전 노동자와 민주노조에 대한 선전포고다.  28일 총파업을 조직하고 모든 조직을 총결집해 100만 시민행동의 날을 실천해 정권의 심장부에 분노를 보여줄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정부와 대통령은 철도 민영화는 없을 것이라며 막연히 이를 믿으라고 국민들을 겁박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탄생 자체가 부정선거로 점철된 채 정통성을 부여받지 못한 데다가 대통령 후보 시절 수많은 공약을 남발해놓고선 정작 대통령이 된 이후 공약들을 하나 둘 파기한 당사자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미 양치기소년이 되어버린 대통령의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  민영화 하지 않겠노라는 의지를 입법을 통해 보여주어도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 것도 없이 양치기 소년의 말을 그저 믿으라고 한다면 과연 누가 이를 믿을 수 있을까.

 

ⓒtwitrp.jp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인권에 대한 얕은 인식은 우려스러울 정도다.  국정원녀 댓글 사건이 폭로되면서 촉발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대선 TV 토론회 당시 그 국정원녀 한 사람에 대해선 애틋할 정도로 인권을 걱정하더니, 어찌하여 철도노조원들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들의 인권은 내팽개치듯 무시하거나 짓밟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또한 박근혜식 소통의 전형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장성택이란 정적의 숙청으로 공포정치를 선보였다.  고작 수십명을 연행하고자 5,000명이란 대규모의 공권력을 투입하여 무시무시한 살풍경을 연출한 이번 정권, 국민들을 공권력으로 겁박하는 모습은 북한의 공포정치와 다를 바 없다.  안타깝지만 영화 '변호인'에서의 80년대 시대적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여 정권의 정통성을 공안통치로 보상 받으려는 심리는 과거의 군사정권과 매 한 가지인 듯싶다.

 

그러나 정권의 무리수가 더해질수록 국민들의 인내심 또한 점차 임계치에 다가서게 한다.  때마침 조사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월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콘크리트도 자꾸 치근덕 대다보면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다.  견고했던 큰크리트 지지율이 폭싹 내려앉고 국민들의 인내가 임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때이른 레임덕 현상은 물론이거니와 정권의 안위마저 보장 받지 못할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음을 대통령께선 명심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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