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북한 공포정치 확대재생산과 군사쿠데타 발언의 공통점

새 날 2013. 12. 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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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의 권력 투쟁에서 비롯된 듯 보여지는 장성택 숙청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온통 떠들썩하다.  미디어 매체의 뉴스 채널에선 며칠째 대부분의 시간과 공간을 북한 소식으로 할애하며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북한 권력의 제2인자였던 장성택의 급작스런 처형 소식은 뜨악할 만한 뉴스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의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양 보도하며 확대재생산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과도한 측면이 엿보인다.

 

북한 공포정치 확대재생산하는 언론

 

혐의를 씌운 지 불과 3일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할 정도로 이번 숙청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데엔 미처 밝히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겠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아울러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그 전모가 드러날 수밖에 없을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들이 앞다퉈 해당 사건을 주요뉴스로 다루고, 시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과도하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더군다나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추측성 내용과 루머를 총동원, 북한 내부의 살벌한 분위기를 자꾸만 노출시키려는 시도마저 읽히고 있다.  일례로 장성택이 처형될 당시의 도구를 구체적으로 언급, 최대한 잔인하고도 끔찍한 방법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극구 부각시키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심지어 화염방사기가 활용되었다는 출처 불분명의 내용까지 전파를 타며 급속히 퍼져 나간 바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와 장성택간의 확인되지 않은 추문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무수한 억측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우리 언론들이다.  그렇다면 왜 언론들은 이렇듯 경쟁적으로 호들갑을 떨며 북한의 공포정치를 기괴할 정도로 더욱 공포스럽게 띄워야만 하는 걸까? 

 

여전히 북한 내부의 비상식적인 움직임들을 통해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고, 상대적으로 우리가 북쪽에 비해 덜 공포스럽다는(?) 사실이라도 전하기 위해?  아니면 18대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다된 시점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발목이 잡힌 채 여전히 허송세월을 보내와야 했고, 또 작금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사회적 혼돈을 북한발 깜짝 뉴스로 물타기라도 해보려고?

 

실제 그러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 내부 사태를 이용해 진보진영에 대한 대대적인 색깔 공세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장성택 처형과 관련하여 진보진영 전체에게 입장을 표명하라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참으로 무지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우리 내부의 일도 아닌 북한 내정에 대해 왜 입장을 밝히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진보진영 전체를 교묘히 종북세력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야 한다는 발언

 

정치적으로 반대진영에 놓여 있는 세력에게 색깔론을 들이대며 윽박지르는 이러한 태도는 북한이 현재 반대진영에게 벌이고 있는 공포정치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광적으로 북한 소식을 전하며 이를 확대하고 있는 매체들의 비정상적인 태도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북한과의 닮은 꼴은 다른 영역에서 또 다른 형태로 발현되고 있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부산지역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했던 하봉규 부경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사 쿠데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반세기전 4.19로 출범한 장면 정부는 신구파의 당대 갈등으로 식물정부가 됐고, 언론과 대학 그리고 야당의 무책임은 극에 달해 군사 쿠데타를 불러왔었다.  정치 부패와 민생 파탄에 빠진 조국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선택하고 조국근대화의 위업을 달성했던 자랑스런 국군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민주주의가 아무리 높은 가치일지라도 조국 안위보다 높을 수 없다.  조국을 구하기 위해 군인의 본분도 접어야 했던 선배들의 고뇌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가치관이 전도된 미쳐버린 조국을 구할 애국군인들이 다시 한 번 나설 때다.

 

그는 지난달 21일 이러한 취지의 글을 올린 뒤 뒤늦게 논란이 일자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회와 국정원이 제 기능을 못하고 종북세력이 횡행하는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사회과학자로서 우국충정 차원의 대안을 제시한 것뿐인데 진보, 인터넷 언론이 지나치게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궤변을 늘어놓은 바 있다.

 

종북몰이에 이어 이젠 급기야 군사 쿠데타 발언마저 등장했다.  보수정권 단 6년만에 우리 사회는 3,40년 전의 시대상황으로 역주행하더니 결국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망언마저 튀어나오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발언이 심심찮게 등장할 수 있는 건 그 만큼 우리가 극우 보수 일변도의 사회로 급격히 기울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극과 극은 통하는 법

 

이런 상황에서 과연 북한의 공포정치를 손가락질하며 그들을 욕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을까?  자칭 보수세력들은 애국 보수, 애국 네티즌 운운하며 떠들더니 급기야 애국 군인마저 들먹이고 있다.  이들의 본색은 북한의 김정은보다 훨씬 잔혹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조국이란 이름을 걸고 탱크와 총칼을 앞세우며 동족에게 들이밀 기세다.

 

균형이 깨져 어느 한 쪽으로의 치우침은 사회의 안전성마저 해하는 위협 요소다.  지금 우리 사회가 딱 그짝이다.  북한의 내부 사태를 역이용해 이를 더욱 부풀려가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건 과거 냉전시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역사적 유물에 해당될 법한 일들이다.  군사 쿠데타 발언은 더더욱 말할 가치조차 없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어째 북한의 공포정치 모습과 우리의 상황이 결코 다르지 않은 듯하여 섬찟한 느낌마저 든다.

 

그나 저나 군사력을 동원, 국가 전복 발언을 공개적으로 서슴지 않은 그에게도 내란음모죄를 적용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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