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장성택 처형마저 사상 검증의 도구로 활용할 셈인가

새 날 2013. 12. 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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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부터 연일 들려오는 소식은 놀랍다 못해 자못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북한 권력의 제2인자이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한 장성택의 실각 소식이 전해지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북한 소식에 우린 숨을 죽여야만 했다. 

 

북한 장성택 사형 집행

 

그러던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돌연 그의 처형 소식을 보도하고 나섰다.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 혐의로 체포된 지 불과 나흘만인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그에게 국가 전복 음모 행위 혐의로 사형을 선고하고 이를 즉각 집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의 고모부이기도 한 장성택의 처형은 김정은 1인 지배체제 강화를 위한 포석이자 공포 정치의 신호탄으로 관측된다.  비단 장성택 한 사람의 처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와 관련지어진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피의 숙청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북한발 당혹스런 소식은 가뜩이나 어수선한 연말 국내 정국과 얽혀 우리를 더욱 혼돈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우리네 입장에서 그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왈가왈부하기란 사실 많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 이 시각에도 그와 관련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가미된 무수한 억측과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숙청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득달 같이 실행에 옮겨진 장성택의 처형 소식은 극단으로 통제된 북한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한편 장성택의 처형은 권력이란 녀석의 근본 속성과 내밀한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그것이 통제된 사회이냐 아니면 개방된 사회이냐에 따라 발현 방식만이 다를 뿐, 실상 모든 권력의 지향점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이 어린 김정은을 흔드려는 세력이 북한 내부에 엄연히 존재해 왔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로부터 자신의 권좌를 굳건히 지켜내기 위해 부러 잔인함과 공포 분위기 조성을 선택, 대내외에 과시한 듯싶다.  권력 유지를 위함이라지만 그 방식이 과거 왕조시대를 떠올릴 만큼 많이 거칠고 미개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장성택의 처형마저 종북몰이로 활용?

 

그런데 이렇듯 급박하게 돌아가는 북한의 내부 속사정을 정략적으로 역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북한의 권력 다툼으로부터 비화된 북한 체제의 내부 사안을 국내 진보세력에 대한 종북몰이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기사 제목이 무척이나 적나라하여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일 정도다.  장성택의 처형 소식에 대해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는다며 진보단체들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북한 내부에서 일어난 사안과 진보단체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고 이들에게 입장을 강요하는가.  혹여 진보진영 전체가 북한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라도 표현하고 싶어서?

 

반대진영을 어떡하든 종북세력으로 몰고 싶어 안달이 난 그들에게는 심지어 북한 내부의 지극히 은밀한 사건마저 종북몰이의 도구로 보이는가 보다.  이쯤되면 그들의 머릿속엔 온통 종북만이 자리하고 있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들에겐 모두 종북으로 덧씌우고 싶다는 생각만이 그득한 게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사안마저 종북으로 엮을 생각이 가능한 걸까?

 

 

하지만 가뜩이나 종북몰이를 일삼는 이들에 의해 이념적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북한 체제의 내부 변화에 대해 모종의 반응이나 입장을 밝히라며 일종의 사상 검증을 요구하는 듯한 압박은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해하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번 해프닝은 현 집권세력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시국성명이 있은 후 본격 종북몰이에 나서며 야권 전체를 싸잡아 사제단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으름장을 놓았던 행위의 연장선이자 북한버전이다. 

 

지금은 북한 내부의 동요가 어떤 파장을 불러오게 될지 예의주시하며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상황이지, 가뜩이나 돌출행동 때문에 예측 불허인 북한의 내부 사태를 역이용하여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할 때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종북몰이에 혈안이 되어있는 세력의 자중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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