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그 이름만으로도

산울림 동요3집

새 날 2012. 10.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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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발표된 두 장의 동요 앨범과는 달리 재킷 디자인에 변화를 꾀하였으며, 산울림 정규 앨범의 것을 그대로 채용하였다.  동요3집이란 타이틀을 전면에 내건 것 또한 이번 앨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개인적으로는 동요집 재킷 디자인의 경우 1집과 2집에서처럼 김창완 자신의 그림으로 가득 채우고, 앨범 타이틀도 그냥 '운동회'로 하여 과거의 것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였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앨범이 산울림 정규 8집 발매 직후인 1982년 어린이날 즈음 출시되었음을 짐작케 할 수 있는 건, 재킷 오른쪽 상단에 붙어있는 '어린이날 기념 음반'스티커 때문이다.  불과 몇 개월 사이 몰아치기로 음반을 출시하곤 했던 그들의 왕성한 음악 활동은 군 제대 후에도 여전했다.  7집과 동요2집, 8집, 동요3집, 9집까지 불과 1년 반 사이에 5개의 앨범을 연이어 발표하는, 엄청난 괴력의 창작 능력을 과시한다.  정말이지 이렇듯 초단기에 많은 앨범을 발표할 수 있었던 건, 미리 만들어진 노래들로 작업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일 듯싶다.  산울림, 그들은 데뷔 전 이미 150여 곡을  만들어 놓았고, 시간이 허락하는 내에서 그 곡들을 추려 앨범으로 발표한다는 신문기사 내용을 언뜻 읽은 기억이 있는데 사실이었는가 보다.

 

 

어릴적 누구나 한 번쯤 가슴 설레했을 법한 초등학교 운동회를 소재로 만들어진 음반이다.  운동회 노래는 A면의 타이틀곡을 비롯하여 모두 네 곡이 수록되어 있다.  줄다리기의 밀고 당겨지는 줄 모양을 마치 동물의 꼬리에 비유한 '이게 웬 긴 꼬리냐', 재밌는 노랫말과 톡 튀어오르는 듯한 김창완의 목소리에선 무척이나 개구진 느낌이...



운동회가 시작되기 전 가슴 두근거리며 운동장으로 열 맞춰 입장하던 모습이 연상되는 '산울림 행진곡', 둘째 김창훈이 작사 작곡하였으며 본인이 직접 부른다.  100미터 달리기 주로 앞에 서게 되면 누구나 약해지는 법, 출발 호루라기 소리를 기다리는 떨리는 순간, 1등으로 들어오기 위해 차라리 달리기 보단 굴러갔음 하는 절실함을 표현한 '뱅뱅 굴러'...

 

요즘 도심에 위치한 학교들은 운동장이 좁아 예전처럼 큰 운동회 개최는 엄두도 못낸다.  덕분에 대부분의 학교들이 약식 운동회로 대체하고 있는데, 예전 대 운동회를 접해 보았던 우리들은 운동회날이 마을 잔칫날이란 걸 기억하고 있다.  온 식구들이 김밥 등의 음식물을 싸와 함께 먹고 즐기는 일종의 동네 축제의 장이었던 것이다.  둘째 김창훈이 부르는 '운동회날'엔 그러한 정겨운 예전 풍경이 담겨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전통가락을 접목한 노래들이 몇 곡 눈에 띈다.  맏형 김창완이 부르는 '먼길'과 '새봄'이 그러한 유형의 곡들이다.  B면엔 자연과 엄마를 그리워하는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고, 대체로 조용하고 애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앨범의 대표곡 두 곡을 꼽으라 하면 '이게 웬 긴 꼬리냐'와 '새봄'을 추천해 주고 싶다.

 

A면
1. 이게 웬 긴 꼬리냐
2. 산울림 행진곡
3. 뱅뱅 굴러
4. 운동회날
5. 먼길
6. 거울

B면
1. 엄마품
2. 꽃과 소년
3. 뭉게구름
4. 민들레
5. 새봄
6. 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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