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그 이름만으로도

산울림 동요2집 - 산할아버지

새 날 2012. 9.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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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파란 맑은 하늘이 연상되는 앨범이다. 이 앨범에 대한 글을 쓰며, 진짜 간만에 - 적어도 십수년? -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록된 노래들을 듣게 된다. 원래 이 앨범의 노래들을 좋아했던 터라 들으면서도 뭐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솔직히 말 그대로, 간만에 소름 돋을 정도의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이 동요집은 산울림 그들의 음악적 에너지가 가장 정점에 달한 시기에 만들어진 앨범임이 틀림없구나.

 

산울림 시즌2의 시작을 알린 정규앨범 7집이 발매되고, 이후 아마도 8집 발매 전후 - 그러니까 시기적으로는 8집과 거의 동시? - 에 발표된 앨범이다. 이제껏 산울림 정규앨범에 대한 글들을 적어오며 8집에 대해서는 유독, 다른 앨범에 비해 무척 후한 평을 한 기억이 있다. 산울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낸 앨범이었기에 그리 평을 했으리라. 때문에 같은 시기에 나온 이 동요2집도 그와 맥락을 같이한다. 아니 오히려 동요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완성도 측면에서 산울림을 대표할 만큼, 자신들의 색채를 가장 짙게 드러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창완은 이제 드라마 또는 광고 속에서나 볼 수 있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 산울림의 활동을 보지 못하고 자라왔던 세대들은, 어쩌면 김창완 하면, 그냥 동네 아저씨 같은 연기자 쯤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크지 싶다. 하지만 그의 젊은 시절 발표된 이 앨범 속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음악성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형제들이 군에서 제대하고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던 시절, 산울림 시즌2, 아마도 이때가 김창완, 아니 산울림 세 형제들에게는 가장 전성기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형제들과 함께하지 않는 김창완 혼자의 모습은 사실 너무도 초라해 보인다. 아마도 그들의 음악은 세 형제가 합쳐져 시너지를 발휘할 때에만이 가장 빛을 발해왔던 것 같다.



어쩌면 산울림은 동요를 부르기 위해 그룹을 결성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에게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아마도 세 형제는 일반인들에겐 없는 순수한 동심을 간직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마음이 노래로 승화되어 표현되는 모양이다. 산울림의 동요 사랑은 이렇듯 그들 순수성의 발로인 듯...

 

 

아마 산울림과 김창완은 몰라도, '산할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동요1집의 '개구장이'에 이은 또 하나의 국민 동요 탄생을 알린 곡이다. 개구지게 느껴지는 노랫말과 음정은, 순수하고 톡톡 튀는 엉뚱발랄한 산울림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었다. 이 앨범에선 김창완과 김창훈의 화음이 많다는 점이 다른 앨범과의 차이라 할까...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지니, 확실히 청량감마저 느껴지는 묘한 매력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 동요뿐 아니라 일반 정규앨범에서도 자주 화음을 넣었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B면의 타이틀곡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산울림 4집에 수록된, 어린이 드라마 주제곡 '거인의 숲'과 같은 노래이다. 하지만 4집 발매 시점엔 형제들이 군 복무하던 시기라 김창완 혼자 고군분투, 따라서 그들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할 수 없었다. 두 노래를 비교해 보면, 산울림 형제들의 제대로된 활동시기와 그렇지 않을 때의 음악적 완성도 측면에서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자유분방하고 톡톡 튀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렇듯 멋지게 표현한 어른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자신들이, 아이들과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갖추거나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일 것이다. 내게 산울림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 앨범을 꼽으라 하면, 주저없이 이 앨범을 선택할 것 같다. 소홀히할 만한 곡이 단 한 곡도 없으며, 그만큼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산울림이란 그룹의 특성을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다.

A면
1. 산할아버지
2. 등산
3. 집에 갈래
4. 큰나무
5. 행복의 나라로
6. 백합

B면
1. 봄 여름 가을 겨울
2. 별밭
3. 무지개
4. 매미
5. 종소리
6. 숲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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