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 대통령과 이정희 대표가 나눈 악수의 의미

새 날 2013. 6. 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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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선 정국 때 대통령 후보로 각각 나서 날 선 공방을 펼치며, 서로를 거세게 몰아붙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5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만나 서로 악수를 나눴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희 통진당 대표의 악수

 

물론 두 사람은 지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때에도 나란히 참석한 바 있으며, 기타 공식석상에서 서로 마주할 기회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잦았을 것이란 추측 가능해진다.  그런데 수 많은 악수 기회 중 왜 하필 이번 악수에 더 주목해야 하는 걸까?

 

ⓒ연합뉴스

 

지난 3월부터 전쟁 위협의 강도를 고조시켜 온 북한에 맞서 박근혜정부 또한 강 대 강의 전략으로 일관하며 한반도에서의 전쟁 기운이 한껏 무르익어 가고 있을 시기, 이정희 대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며 긴급 성명을 발표,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전쟁위기 상황을 맞아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아울러 대화만이 한반도의 전쟁을 막을 수 있고, 박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자신 또한 이를 적극 도울 의사가 있다고 피력한 바 있다.  물론 그녀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박근혜정부의 대북 강경 일변도는 변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로 치달으며 결국 개성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수순을 밟게 된다.
 

두 사람의 악수가 의미하는 것

 

박 대통령과 이정희 대표가 이렇듯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오며 지난 대선 때 첨예하게 맞붙었던 모습은 마치 이명박 정권 이후 남과 북이 서로 소원해져, 각자 다른 길을 걷다가 3차 핵실험 이후 불거졌던 한반도 전쟁 발발 위험의 정점을 연상케 한다.

 

그러던 차에 현충일인 6일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해 왔다.  지난 2월 북한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한의 상황에까지 내몰리며,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었던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너무나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희 대표의 현충일에 이뤄진 극적인 악수, 이는 마치 같은 날 북한의 대화 제의와 함께 찾아온 경색된 남북관계의 해빙 무드를 암시라도 하는 양 절묘한 타이밍에 이뤄져 일상적인 악수와 달리 보다 큰 의미로 와 닿는 것이다.

 

남북대화 국면, 아전인수 말아야

 

한편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대해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대체로 환영 일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적 색깔을 달리하는 집단마다 조금씩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응을 살펴 보자.

 

"이는 그간 정부의 일관되고 단호한 대북정책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대북정책의 방향은 이러한 원칙에 입각하여 추진돼야 할 것이다."  유일호 대변인


"명분보다는 실질적인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져와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작동한 것이다."   원유철 의원

 

다음은 민주당의 반응이다.

 

"우리 정부의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승리라고 본다면 그건 오판이다.  북한이 북미회담을 앞두고 미국으로부터 국면전환에 관한 메시지와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 워싱턴에서 환경 조성을 위한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7~8월 북중 정상회담설이 나오고 있는데 중국도 국면전환을 원할 것이다."   홍익표 의원

 

이명박 정권 이후 이제껏 경색되어 가기만 했던 남북관계로 비쳐볼 때 이번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리에게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 온 것만은 분명하다.  공은 다시 우리에게로 넘어 왔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에 호들갑 떨며 아전인수 격으로 받아들여 정치적 잇속 챙기기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북한의 이번 회담 제의가 주는 의미 너무도 크며 엄중하게 와 닿는다. 

 

아직 회담 자체가 성사된 것이 아니고, 그에 따른 성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자신들에 의한 공과라며, 잔칫집 분위기 마냥 들떠 있기엔 너무 성급하다는 판단이 앞선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

 

정부는 6일 저녁 남북간 현안 해결을 위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오는 12일 서울에서 개최하자고 북한이 먼저 제의해 온 남북 당국간 회담에 맞제의하며 화답했다.  아울러 남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판문점 연락사무소 등 남북간 연락채널을 7일부터 재개할 것을 북측에 요구했다.

 

 

한반도의 평화로 가는 길엔 여야가 따로 없다.  정치적 이익에 매몰되어 이번 대화 국면마저 정치인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 

 

아울러 우리 정부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만을 애타게 기다려 오며 북한의 회담 제의와 우리의 화답에 누구보다 기뻐했을 개성공단 입주업체와 그 가족들,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남북 이산가족들, 아울러 우리 민족의 앞날과 한반도의 평화 모두를 염두에 둔, 정부 및 정치권의 신중한 판단과 대응 기대해 본다. 

 

이명박 정권 이후 모처럼 찾아온 천금과 같은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다.  이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  한반도 내에서의 전쟁 공포 분위기 고조와 같은 상황이 또 다시 연출되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전쟁 공포 없는 한반도를 염두에 두자.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희 대표가 맞잡은 손, 북한의 강경했던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변화를 불러 왔고, 때문에 이는 앞으로 펼쳐질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활짝 열린 미래를 상징할, 평화의 제스처라 해도 손색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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