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대선 개표결과는 21º의 오리지날 소주맛 같은 것

새 날 2012. 12. 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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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얘기겠지만,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여 한껏 고무되었던 게 사실이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시각인 오후 6시가 임박해 오며, 걱정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일 테고... 그냥 혹시나 했었다. 그런데.. 나의 눈을 의심케 하는 결과가 TV 화면에 뿌려졌다. 개표 과정은 친구와 만나 함께 보기로 하였기에 약속장소로 자리를 옮긴다. 초박빙의 결과이고 여러 정황상 충분히 뒤집을 수 있을 거라는 한 가닥 희망만을 안고 소주를 주문했다. 평소와는 달리 참이슬 오리지날로... 일단 빈 속에 한 잔을 식도에 부어 본다. 쓰다. 당연한가? 쓴 소주와 씁쓸한 마음이 뒤엉켜 왠지 헛웃음이 나올 것만 같다. 

 

문재인 미완의 고군분투

 

투표율이 75%대에 달했다. 15대 이후 최고 수치라 한다. 이 바닥에선 투표율이 높을 경우 야당에 유리하다는 나름의 불문율이 존재해 왔기에, 어느 정도 야당의 우세를 점쳐왔을 터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정반대, 완벽한 패배라 더 이상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차라리 잘됐다. 과반 이상의 의석으로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그들과 이명박 정권의 5년 뻘짓(?) 때문에 문재인 후보가 설사 행정부 수장이 된다 한들 노무현 정권 5년의 재판이 될 터, 그래 차라리 공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바엔 5년을 더 기다리자. 물론 이는 철저한 자기 위안일 뿐이다. 씁쓸하다.

 

패자는 말이 없다. 진짜 사나이 문재인 후보의 고군분투는 안타깝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이후 그의 행보에 대해선 그만이 알 것이다. 진보 개혁세력의 부름에 의해 떠밀려 나오게 된 현실 정치판, 현재로선 그에게 넘지 못할 벽이 되고 말았다. 어찌 되었든 해당 진영의 수장으로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

 

문재인,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민주주의2.0, 아니 시즌2는 도래하는가

 

투표결과 지도를 보니, 나의 서식지는 내륙에 위치해 있지만 졸지에 섬이 되어 버렸다. 연령층의 변화는 생각 않고 무조건 높은 투표율만 의식했던 건, 결과적으로 커다란 오판이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 단계로 접어들어, 장년층 이상의 연령대 비중은 크게 높아졌고, 출산율 저하로 인해 젊은층 연령대는 반대로 크게 줄었다. 때문에 단순 투표율 상승이 야권에 유리하다는 공식은 애초에 맞지 않았던 거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 보혁대결에선 완패했다. 지역별 인구수 차이로 인한 결과이다. 이는 앞으로도 단순한 보혁대결 구도에서는 야권에게 승산이 없다는 뜻일 게다. 따라서 안철수 전 후보가 화두로 던진, '새정치'라는 불쏘시개가 단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념과 계파를 초월한 합리적 가치, 어쩌면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맞는 옷일지도 모르겠다.

 

진보 진영은 대폭발을 거쳐 새로운 이합집산이 이뤄지리라 전망된다. 그 중심엔 여전히 민주통합당이 있겠지만, 당의 존립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비쳐진다. 안철수 전 후보의 행보도 큰 변수이다. 과연 그를 중심으로 야권이 재편될지 아니면 또 다른 세력, 그리고 다른 인물이 다시 등장할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 긴장하시라

 

반대 진영에선 씁쓸하겠지만, 나야 물론 더더욱 씁쓸하다, 어찌 되었든 남성 우월주의 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대한민국에서,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녀가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떠나, 어쨌든 국민 절반 이상의 선택으로 이뤄진 결과이니, 축하를 보내주는 것이 맞겠고, 아울러 5년간 대한민국호를 잘 이끌어주길 한 마음으로 빌어주어야 한다.

 

솔직히 지금의 여권은 과거에 비해 많은 진화를 거쳐 왔고, 분명 달라진 게 맞다. 이는 여권을 견제하며 늘 긴장하게 하는, 건강한 야권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수레가 앞바퀴만으로 또는 뒷바퀴만으로 굴러갈 순 없지 않겠는가. 잠시 전열을 가다듬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순 있다. 기다려라. 하지만 곧 전열이 정비된, 완전 날렵한 야권이 재등장하여, 앞으로 박근혜 정부를 곁에서 더욱 긴장시키리라.

 

박 당선자는 '약속의 정치'를 국민들 앞에서 입이 닳도록 약속(?)하셨으니, 앞으로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 작업도 함께 이뤄지리니... 긴장 타시라, 박근혜 정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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