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독일 메르켈 총리와 일본 아베 총리

새 날 2013. 1. 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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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일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1945년 소련군에 해방된 날을 기념하여 만든 세계 홀로코스트 기념일입니다.  아울러 1월 30일은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지 8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를 불과 며칠 앞 둔 지난 26일(현지시각),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인은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대학살) 등 나치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며 자신의 사이트에 이와 같은 취지의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총리직에 오른 일본의 아베 신조, 그는 현재 기존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바꾸는 새로운 담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1993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와 1995년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등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담았던 기존 담화를 번복하고, 일본 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마저 부정하는, 우경화의 종결자로 재탄생시키려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아베는 집권 전까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무라야마와 고노 담화를 수정하겠노라 밝혀 온 바 있으며, 일본 내에서도 아베가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게 된다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에 대한 무력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의 과거사 부정에 대한 도발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지난 3일 '일본 역사를 부정하는 또 다른 시도(Another Attempt to Deny Japan's History)'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의 과거사 부정 움직임에 대해 "한국, 필리핀을 비롯한 주변국의 분노를 촉발하고 그들과의 긴장관계에 불을 붙여 관계를 악화시킬 '중대한 실수'를 하려는 듯해 보인다"며 이례적으로 그의 우경화 행보에 강한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과거사를 언급해 올 때마다 곧잘 비교하는 나라, 독일과 일본입니다.  우린 이제껏 그들의 상반된 태도와 행보를 보아 왔습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과거사를 반성하며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보상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홀로코스트 피해자 중 아직 보상을 받지 못한 이들의 보상 지원 확대를 위한 '룩셈부르크 협약' 개정안에 서명하기도 하였습니다.  툭하면 역사 왜곡을 시도해 오고, 위안부 문제마저 외면해 온 일본의 태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입니다.

끝으로 메르켈 총리의 26일 발언을 통해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며, 일본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나치의 각종 범죄, 2차대전 희생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홀로코스트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  가담하지 않은 제대로 된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나 또한 불운하게도 아주 많은 사람이 스스로 장님이 되기를 자처했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직시하고, 어떤 것도 숨기거나 억누르려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감사하게도 오늘날 이미 그렇듯이, 미래에도 우리가 선하고 믿음직한 동반자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이런 사실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인종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가 다시 발붙일 기회가 없도록 개개인이 용기를 갖고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자손대대로 분명히 말해야만 한다."

관련  NYT "아베, 과거사 否定 시도는 중대한 실수" / 일본과 달라도 너무 다른 독일 / 메르켈 "독일인, 나치 범죄에 '영원한 책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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