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평창동계올림픽, 의외의 매력 포인트

새 날 2018. 2. 17. 18:03
반응형

강원도 평창 일원의 설원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평창 동계 올림픽, 선수들이 쏟아내는 땀과 열정은 메달 색상, 그리고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연기를 잘 펼쳤음에도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넘어져 분루를 삼키거나 실수를 범해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여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게 된다. 왜일까? 잘하면 잘하는 대로, 또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언젠가부터 잊고 지내온 열정 따위를 다시금 느낄 수 있기 때문일 테다. 


그런데 경기 중계를 넋 놓은 채 시청하던 난 이번 평창 올림픽과 관련하여 의외의 매력 포인트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장은 물론이거니와 시상식장 및 각종 행사장과 그 주변에는 평창 올림픽 엠블럼을 비롯, 이를 응용한 디자인이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난 눈 결정을 묘사한 디자인에 주목하게 된다. 멀리서 바라볼 땐 그냥 평범한 듯싶었으나 카메라가 조금 가까이 클로즈업하니 뜻밖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켈레톤 경기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 선수의 시상식 당시 배경 위에 그려진 눈 결정 디자인은 우리의 한글 자음과 모음으로 이뤄진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자음과 모음만을 나열한 게 아니었다. 이들을 조합하면 특별한 의미를 지닌 하나의 낱말이 완성된다. 윤성빈 선수의 뒤로 펼쳐진 눈 결정에는 '사람어울림'이라는 낱말이 씌어져 있다. 



그러니까 한글을 모티브로 삼은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아주 특별한 의미까지 담아 지구촌 사람들의 감성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을 목에 건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덕분에 우리 한글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은 더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시아 최초로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김민석 선수가 메달 세리머니를 펼칠 당시 뒤쪽 배경에도 눈 결정 디자인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우리말로 '힘'이라는 낱말이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당 눈 결정으로부터는 다른 형태와는 달리 실제로 강한 기운 따위가 전해지는 게 아닌가?



윤성빈을 포함한 스켈레톤 경기 금 은 동메달 수상자들이 시상식을 마치고 차례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당시 배경 오른쪽으로는 또 다른 형태의 눈 결정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언뜻 봐서는 무슨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지만, 어우러져있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보니 이내 '어울림'이라는 낱말이 그 숨은 정체를 드러낸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일본 선수 다나케 게이지가 연기를 펼치는 도중 넘어지던 장면 뒤쪽에도 눈 결정은 존재한다. 완벽한 형태의 육각형 모양에는 '평화'라는 낱말이 숨어 있다. 



서로 다른 모양일 경우 눈 결정 역시 각기 다른 의미의 낱말을 품고 있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지향하는 바를 함축적인 단어 여러 개로 묘사한 것이다. 세계를 바라보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요소로 채워진 이번 대회는 그래서 더욱 멋진 행사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은 평창의 초성인 'ㅍ'과 'ㅊ'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ㅊ'은 눈, 얼음 그리고 동계 스포츠 선수를 형상화한 것이고, 'ㅍ'은 하늘, 땅 그리고 사람들의 어울림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즉,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평창의 눈과 얼음에서 선수들 및 지구촌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열린 세상을 의미하고 있다. 



이렇듯 한글을 활용하여 형상화한 디자인은 시각적인 요소를 만족시켜줄 뿐 아니라 이번 올림픽이 품은 정신과 이념 그리고 의미까지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다. 자음 모음을 하나 둘 끌어모아 완성한 디자인, 이는 매우 멋스러운 데다가 자연스러우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한글이 지닌 과학적인 우수성은 물론, 심미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활자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사례다.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은 여러모로 매력 덩어리다. 그 중에서도 이러한 요소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의외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 이미지 출처 : 노컷뉴스, 연합뉴스, 동영상 캡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