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사회적 비용 늘리는 취업률 제고, 재고돼야 한다

새 날 2017. 12. 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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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만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층 실업률은 9.2%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체감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21.4%에 달하는데요. 이 정도의 비율이라면 작금의 청년층에게는 IMF 외환위기 직후 수준과 매우 유사한 고용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듯 청년 계층의 취업이 너무 어렵다 보니 어떡하든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그러다 보니 각종 무리수가 빚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취업을 알선하고 지원해주는 기관은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발길이 쉽게 닿는 곳마다 위치해 있습니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정책 영역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곳부터 지자체, 그리고 민간위탁업체까지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합니다. 그런데 최근 고용노동부의 자체 조사 결과 구직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워크넷'의 취업 알선 전산망에 등록, 취업 지원을 담당하는 상담사 32명이 취업자 숫자를 허위로 기재, 7551명이 취업한 것처럼 부풀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워크넷'을 활용하는 상담사는 전국적으로 76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에 밝혀진 것과 비슷한 형태의 취업 부풀리기 현상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번에 적발된 상담사들이 주로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로, 일정량의 취업을 성공시키지 못할 경우 계약이 해지되는 까닭에 이러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렇듯 실적에 목을 매야 했던 결과물이 비단 지자체 기간제 근로자라는 사실 때문에 빚어지게 된 현상일까요? 물론 절대로 그럴 리 만무합니다.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정부의 주요 고용서비스 정책 가운데 하나인 취업성공패키지(이하 '취성패')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답은 명확해집니다. 민간위탁업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외주화하면서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로 저소득층 등 취업 취약계층과 미취업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취성패는 1단계 취업상담, 2단계 직업훈련, 3단계 취업알선에 이르는 단계별 취업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책의 방향이나 취지로 볼 때 전혀 나무랄 데 없어 보이는 매우 훌륭한 정책인데요. 하지만 지나친 실적 쌓기식의 무성의하고 질 낮은 상담 그리고 참가자의 적성과 흥미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마구잡이식 취업 알선 등으로 논란이 된 지 오래입니다. 


실제로 취성패에 참가했던 이들의 다수는 위탁업체 소속 상담사들이 참가자에게 적절한 취업 알선을 제공하기 보다 실적을 올리는 데 그들의 역량을 더 집중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취성패는 태생적으로 앞서 언급한 부작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엿보입니다. 위탁업체는 취성패 참가자들의 취업 실적에 따라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조금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사람 장사 비슷한 개념입니다. 즉, 참가자를 취업에 성공시킬 경우 그 머릿수에 해당하는 만큼 일정 액수의 인센티브가 위탁업체에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돈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요. 


ⓒSBS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모 민간위탁업체의 취성패 상담사 역시 비슷한 처지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애초 직업을 찾으려는 이의 삶에 개입, 그의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여 한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한다는 점에 이끌려 직업상담사라는 직무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으나 현실은 그와 전혀 달랐던 겁니다. 어떡하든 취업을 성공시켜 정부 지원금을 따내는 게 지상 최대의 목표로 둔갑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위탁업체들은 참가자를 고려한 질적인 취업보다는 단순히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만 급급하기 일쑤입니다. 


사람 머릿수에 비례해 현금으로 지급되다 보니 업체는 더 많은 구직자를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이들을 어떡하면 빠른 시간 내에 취업시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까 하는, 본질보다는 곁가지에만 몰두하게 되는 현상이 일상처럼 둔갑하곤 합니다. 앞서도 살펴봤듯 취성패는 총 3단계에 걸쳐 취업 지원이 이뤄집니다만, 이러한 연유 때문에 1단계인 상담 단계부터 무성의하게 진행되기 일쑤여서 참가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취성패 종료자 40%가량은 월평균 임금이 150만 원 미만인 곳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2018년도 최저임금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열악한 조건입니다. 일자리 알선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뤄졌는지는 고용유지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지난해 취성패 종료자의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절반 수준도 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취성패는 참가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알선해주기에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업률, 당연히 높여야 합니다. 특히 사회 진출에 애로사항을 느끼는 청년층이나 취업 취약 계층에게는 더욱 더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이는 시대적 소명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어느 정도의 실적 독려는 비단 일자리 정책이 됐든 그렇지 않든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계속 고수한다면 겉으로는 높은 취업률을 달성한 듯보이나 현실적으로는 미스 매칭 남발과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하는 꼴이 되기 십상입니다. 


이에 따르는 후유증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시키지 못한 부담으로 인해 결국 구직자는 물론,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비용으로 전가되기 쉽습니다. 성과를 높이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취업률이 요구돼 왔으며, 그의 반대급부로 현장실습에 나간 특성화고 학생들의 비극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우린 끊임없이 지켜 봐왔습니다. 단순히 일자리 몇개를 늘리고 또한 억지로 취업률을 높이려다 보니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하는 현상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제 구직자와 구인업체 그리고 사회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나치게 가시적인 실적만을 추구하면서 그와는 반대로 비용은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부문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민간에 위탁하거나 직무상 매우 중요한 위치인 직업상담사의 자리를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근로자로 채워 빚어지는 현상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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