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수학을 왜 배우느냐며 따져 묻는 아이들에게

새 날 2017. 1. 1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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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모아나'가 '겨울왕국'에 버금가는 역대급 스코어로 오프닝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개봉 당일 9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 이와 동시에 개봉한 경쟁작 '얼라이드' '어쌔신 크리드' 등을 모두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입니다. 예매 점유율에서도 21.2%를 기록한 '모아나'는 현재 1위인 '너의 이름은'을 바짝 뒤쫓는 형국입니다. 시기적으로 겨울방학 특수를 맞긴 했지만, 어쨌든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모아나'는 바다가 선택한 소녀가 부족의 저주받은 섬을 구하기 위해 신이 택한 전설 속의 영웅 마우이와 함께 모험에 나선다는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장르의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3위로 등극, 전세계 흥행 수익 4.5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앞서 개봉한 해외시장을 통해 일찌감치 흥행 돌풍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작금의 흥행 신화는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CG 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 작품들보다 훨씬 사실에 가깝고 정교해진 측면도 흥행에 한 몫 단단히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나는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우리가 관람하며 즐겁게 웃거나 때로는 슬픔에 빠져들게 하곤 하는, 요술 같기만 한 이러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 CG의 기저에 실은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인 수학이 깔려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 아이들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지 않을까 싶군요. 가뜩이나 딱딱하고 재미없는 수학이거늘, 그 끔찍한 녀석이 어떻게 이토록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느냐고 하면서 말이죠.


때마침 그와 관련한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끕니다. '모아나’에서는 다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사실적인 바다 풍경이 등장하는데요. 실제 바다보다 더 현실감이 느껴지는 이러한 연출을 가능케 한 것은 다름아닌 수학 덕분이라는 내용입니다. 지속적인 물의 흐름이나 파도가 치는 장면 등에는 예측이 가능한 영역부터 그렇지 않은 지점까지, 매우 다양한 변수들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이렇듯 다양한 변수를 반영시켜야 하는 장면 연출을 위해 수학자를 포함한 과학자와 개발자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수학자는 물리적 성질을 기반으로 하여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함수식을 제작하고, 공학자와 개발자는 이러한 함수식을 바탕으로 감독이 원하는 CG 영상을 구현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 '모아나' 제작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뮬레이션 기법이 사용되어 훨씬 자연스러우면서도 세세한 표현이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렇듯 관객의 오감을 즐겁게 하는 해당 장면 곳곳엔 이를 믿든 믿지 않든 수학이란 학문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 등의 CG 시뮬레이션 제작에는 점성을 가진 유체에 대한 일반적인 운동 방정식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도 아직까지 3차원의 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증명하지 못해 이의 해결에 1백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나비에-스토크스방정식이 활용돼왔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수학이 활용되는 영역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그 종류도 꽤나 다양합니다. 물론 수학이 이렇게까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데엔 스스로의 능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연의 역할이 아주 큽니다. 이른바 '무어의 법칙'으로 통칭되는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이 바로 오늘날의 수학을 있게 한 장본인입니다. 중앙처리장치의 연산능력이 급성장하면서 비로소 수학이란 학문이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에서 수학이 활용되고 있을까요? 수학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역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컴퓨팅 관련 업계에서의 수학적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보험 은행 증권 등의 직무에서도 수학은 광범위하게 활용되리란 점 누구나 예측 가능합니다. 의약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령 신약이 개발되어 사람에게 임상실험을 해야 하는데,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직접적인 투약에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를 경우 사전에 여러 조건과 다양한 변수들을 반영시킨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애니메이션의 사례에서도 살펴봤듯 사실상 컴퓨팅의 발전이 이뤄낸 성과가, 우리가 누리는 생활공간 및 삶의 영역 곳곳에 수학이란 학문을 접목시키는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군요. 아무리 그래도 살아가면서 그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을 직접적으로 써먹을 일이 얼마나 있겠냐고요.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초등학교 수준의 수학 실력만 갖춰도 우리가 일상생활을 누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그 따분하고 지겨운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느냐며 따져 묻곤 합니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솔직히 어른 입장으로서 답변하기가 궁색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아이들에게 단 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수많은 논리와 이론을 끄집어내어 차근차근 이를 접목시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논리력이 쑥쑥 성장한다고 말한다면 외려 더욱 혼란스럽기만 할 것 같습니다. 자, 이런 아이들에게 '모아나'를 보여주면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 실감나게 재미있고 감동까지 주는 애니메이션 안에 너희들이 가장 싫어하는 수학이 들어있다고 말한다면, 그나마 끄덕끄덕하면서 조금이라도 수학을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요?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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