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현대인들이 반려견에 빠져드는 이유

새 날 2016. 12. 30. 12:54
반응형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이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21.8%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 인구가 5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니 흔히 인용돼오곤 하던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라는 구호는 바로 이를 근거로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근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말이다. 이렇듯 반려동물 인구가 급팽창하고 있고, 그와 함께 해당 시장의 규모 또한 점차 커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득이 늘어난 사실이 한 몫 하겠지만, 1인 가구의 급증 및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같은 사회의 구조적 변화의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구 형태의 변모로 인해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그로 인해 정서적인 결핍을 메우거나 의지하고픈 사람들이 그 대상을 사람으로부터 찾기보다는 반려동물로부터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결코 틀린 분석이 아니다. 실제로 그러한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들이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뉴스1


아울러 단순히 반려동물이 예뻐서 이를 키우거나 주변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기르다 보니 얼떨결에 이에 합류하는 경우도 더러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애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주변에 흔해지다 보니 그에 영향을 받는 경우 또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다. 혹은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그만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가 된 점도 관련 시장 급팽장의 원동력인 듯싶다. 


뿐만 아니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사람들 간의 관계도 함께 진화해 가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소통하겠노라며 서로가 서로를 촘촘하게 옭아맨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어느덧 소통이라는 제법 그럴 듯한 형상을 갖춘 온오프라인 도구의 덫에 깊숙이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른바 소통 과잉의 시대라 칭해도 될 만큼 사람들의 관계는 더욱 많아지고 복잡다단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간에 그토록 많은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무슨 연유인지 정작 주변에서는 정이 그립다거나 외롭다며 정서적 결핍을 호소해 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 이유를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우리가 촘촘하게 맺고 있는 관계 속에 그와 관련한 해답이 숨어있는 까닭이다. 현대인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대부분은 사실상 크고 작은 계약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하물며 커뮤니티의 시작점이자 가정의 근간이랄 수 있는 부부 간의 관계마저도 실은 계약으로 이뤄져 있다.



결국 직장 등 여타의 활동을 통해 맺은 수많은 관계의 기저엔 대부분 당사자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모종의 계약이란 게 성립되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계약 없는 관계가 전혀 없지는 않다. 친구 사이는 예외다. 다른 만남보다 친구들과의 그것으로부터 부담을 덜 느끼게 되고 왠지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것도 실은 이러한 이유가 한 몫 단단히한다. 


근래 스마트폰이라는 전자기기와 메신저라는 소통도구가 발달하면서 무수한 대화 채널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단톡방'이라 불리는 채널의 다수는 메신저 이용자들에게 있어 족쇄로 작용하기 일쑤다. 더구나 늘 누군가와 비교하기 좋아하고, 원치 않게 비교 당하며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수많은 관계는 외려 떨쳐내고 싶은 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분명히 관계가 늘고 소통이 증가하였음에도 그의 반대급부로 정서적 결핍을 호소해 오는 이러한 현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과 반려견과의 관계만큼은 사람과 사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반려견은 사람의 개인적인 성취 여부와 관계 없이 무조건 주인을 따르며 좋아하는 동물이다. 여기서의 성취란 돈이 될 수도 있겠고, 아니면 권력, 사회적 지위 등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응당 좋아하고 그 뒤를 좇을 만한 그러한 성질의 것을 말한다. 반려견은 주인이 돈이 많건 많지 않건, 젊었건 늙었건, 까칠하건 친절하건 그러한 류를 자신의 충성심 표현의 잣대로 활용하려 들지 않는다. 늘 한결 같다.  


ⓒ한국일보


이렇듯 아무런 조건이나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반겨주는 반려견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 생긴 상처가 쉽게 치유되거나 아물곤 한다. 편견 가득한 사람들 세상과는 달리 주인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을 헤아림 없이 언제나 그를 굳게 믿고 따른다. 속상하고 말 못할 사연들을 반려견에 털어 놓으며 때로는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반려견의 한결 같은 성향 때문이다. 


촘촘한 관계 속에서도 왠지 정서적으로 의지할 곳이 마땅치 않은 현대인들에게 있어 반려견만큼 그의 결핍을 메워줄 대상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관련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도 반려견과의 교감이 사람들의 심리적 위안과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는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과도한 경쟁에 치이고, 늘 상대방과의 비교를 통해 불만과 불안을 느끼면서 상처 받은 채 살아가야 하는, 아울러 정에 굶주리고 정서적 허기마저 마땅히 견뎌내야 하는, 초인과 다름없는 지친 현대인들이 반려견에 깊숙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