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말라뮤트의 찜통 더위 탈출법 소개

새 날 2016. 8. 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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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견디기 힘든 무더운 여름이거늘 털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는 개로선 더욱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 노릇일 테다. 아무리 시원한 그늘을 찾아 몸을 숨긴 뒤 잠을 청해본들,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훌쩍 넘는 물리적 환경으로부터 애초에 멀찌감치 달아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알래스카가 원산지인 우리집 개 미르 또한 비슷한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다. 


그나마 해가 떨어져 기온이 조금은 내려가고 아직은 시답잖더라도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저녁 무렵부터 아침까지는 녀석의 움직임이 제법 있는 시간대다. 뜬금없이 정원에 구덩이를 파놓는 등 가끔 말썽을 부리기는 해도 역으로 이러한 결과는 그만큼 살 만한 환경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해가 점차 중천으로 옮겨갈 즈음이면 우리의 시야에서 녀석은 멀어지기 시작한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집에서 가장 시원한 곳을 찾아 터를 잡고 잠을 청하기 위해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더위에 맥을 못 추는 건 매한가지다. 우리도 찜통 더위에는 몸이 축 늘어져 괜시리 잠이 늘곤 하듯 녀석 또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늘상 잠을 청하기 일쑤이다.


물론 녀석이 여름을 잘 날 수 있도록 주인의 세심한 배려와 주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말라뮤트는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견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쿨매트를 깔아주거나 페트병을 이용, 얼음을 얼려 녀석에게 이를 활용토록 배려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일 테다. 하지만 우리집 미르 녀석은 얼음을 던져주어도 활용법을 딱히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직접적으로 녀석으로 하여금 더위를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심한 끝에 결국 사람의 시간과 노력 없이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딱히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개에게 물을 뿌리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겠으나 미르의 경우는 물을 매우 싫어하는 터라 결코 좋은 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얼음을 이용하는 방법이 더욱 바람직스러울 것 같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얼음을 어떻게 활용한다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물을 얼려야 할 텐데, 생얼음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입구가 좁은 음료수 및 맥주 페트병 등은 일단 선택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에게는 입구가 넓고 손에 쥐기 적당한 크기의 얼음을 만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뭐가 좋을까? 나름 고심해 보고 직접 실험도 해본 끝에 내린 결론은 요즘 빙과 제조사들이 시중에서 많이 팔고 있는 '팥빙수' 제품의 빈 통을 활용하는 경우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아니 무조건 '팥빙수' 통이라야 한다. 물론 빙과 제조사와 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으니 괜시리 오해 마시라. 이를 추천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어떻게 이를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다 먹고 난 빈 팥빙수 통에 물을 가득 넣어 얼린 후 얼음만 쏙 빼낸다. 고난이도의 일이 아니기에 누구든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그렇다면 냉동실에서 꺼낸 해당 용기를 물에 살짝 넣었다 빼보자. 얼음 덩어리가 쑤욱 하고 쉽게 빠진다. 이로써 완벽한 밭빙수 통의 모양, 그러니까 윗면보다 아랫면이 더 좁은 형태의 원기둥 모양의 입체도형 얼음 덩어리 하나가 탄생하게 됐다.


얼음을 그냥 손에 쥐게 될 경우 손이 무척 시릴 가능성이 높으니 미리 장갑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팥빙수 용기 크기의 얼음은 한 손으로 쥐기에 무척 적당하다. 얼음을 손에 쥐었으면 이후 활용법은 그야말로 단순함의 극치다. 얼음을 이용해 애견의 얼굴부터 몸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마사지를 해주면 그만이니 말이다. 더위에 헐떡거리던 애견이, 얼음이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훑으며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꿈쩍 않고 있는 걸로 봐선 이를 즐기고 있는 게 틀림없다. 



물론 이러한 얼음 마사지는 비단 개에게만 좋은 건 아니다. 여러모로 이롭다. 우선 개의 체온을 내리는 효과와 한동안 더위를 쫓아버릴 수 있게 하는 건 두 말 하면 잔소리일 테다. 더불어 주인의 손길이 애견의 몸 구석구석에 닿으며 서로 간의 애정을 돈독히 쌓을 수 있는, 애견과의 관계 형성 촉진에도 그만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한다는 사실과 얼음 마사지의 부산물인 개털이 손에 잔뜩 묻을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으나 더위를 쫓는 기본에 가장 충실하다는 측면이나 애견과의 교감을 누리는 데 있어 이만한 효험을 거둘 수 있는 수단도 드물 듯싶어 아주 만족스러운 방법이라 할 만하다.


이중모로 된 털가죽을 덮어 쓴 채 섭씨 35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알래스칸 말라뮤트에게 있어 얼음 마사지는 여름을 이겨내는 특효약이다. 물론 다른 견종에도 얼마든 적용 가능할 테니 한번쯤 시도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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