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아이들의 좋은 성적이 왜 불만이라는 거죠?

새 날 2016. 8. 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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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한창 뛰어놀며 자신의 꿈과 진로를 탐색해야 할 시기인 초등학생들마저도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분량의 학습량과 숨 막힐 정도의 압박감으로 인해 오히려 꿈을 잃고 방황한다면, 단언컨대 그 사회에서 희망을 논한다는 건 사실상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기성세대들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꼴이 영 못마땅한 모양이다. 서울에 위치한 한 중학교 2학년 수학 시험이 쉬워 전교생의 절반 가까이가 A등급을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그래서 되레 문제가 되고 있단다. 이와 같은 결과는 시험 응시자 서로 간의 성적을 견주어 일정한 비율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상대평가 방식이 아닌, 자신이 얻은 성적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을 넘기면 동일한 등급을 배정 받는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된 덕분이다.



수학 시험이 상당수의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한쪽에서는 어떤 특정 이유 때문에 학부모와 학교가 담합하여 이뤄낸 결과라는 소문 아닌 소문도 들려온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이러하든 저러하든 절대평가 체계에서 쉬운 문제 출제를 통해 아이들 모두가 흡족해하고 행복해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반드시 틀려야만 하고 누군가를 내쳐버려야만 하는 기존의 시험 방식이 아닌, 모두가 이해하고 도태되는 사람 없이 함께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이러한 시험 방식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리지 않는가?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 시험이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오고, 덕분에 많은 수의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고 하는 걸까? 왜 이를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걸까? 오히려 바람직한 결과 아닐까? 나로선 많은 아이들이 부담감 없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게 왜 불만인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근래 늘고 있다고 하여 안타까워하던 참인데, 이러한 소식은 더없이 반갑지 않은가? 그동안 줄세우기에 지쳐 의기소침해하던 아이들이 모처럼 그로부터 해방되어 좋은 성적을 받아들고 함박웃음 짓는 모습이 벌써부터 머릿속에서 그려지는데 말이다. 아이들의 행복이 곧 어른들의 행복 아니었던가? 


절대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역시 대체로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상대평가 때는 친구가 곧 경쟁자이기 때문에 견제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절대평가 시스템 하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며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와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를 반긴다. 반면 일등부터 꼴등까지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해 어떡하든 줄세우기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이들에게는 당연히 이러한 방식이 못마땅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테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비단 교육 분야만으로 그 영역을 축소시켜 접근하지 않더라도, 뿌리깊은 줄세우기식 서열주의 관행에 의한 폐해가 요소요소에서 그 시발점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학 줄세우기와 회사 줄세우기는 기본 중 기본일 테고, 심지어 유치원부터 줄세우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등 모두가 남과 비교하여 자신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려는 의욕에 넘쳐 있기 일쑤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레 계급과 서열 구조를 만들게 되고, 반면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점차 줄어드는 환경과 사회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삶 자체가 갈수록 팍팍해지다 보니 금수저 흙수저 등의 수저를 매개로 한 계급론 및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 따위마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는 타인으로부터 인정 받고 싶은 인정 욕구와 시대적 조류가 낳은 까닭 모를 불안감이 한데 뒤섞여 있다.


그러나 이른바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은 하나 같이 무한 경쟁보다 협력과 공존의 가치를 더욱 떠받들고 있는 모양새다. 왜일까? 수월성이나 영재 교육 등 우리처럼 모든 국민이 극히 소수의 엘리트 양성 과정에 희생 당하는 방식이 아닌, 그와는 반대로 서열은 없애고 경쟁보다 협력에 가중치를 두고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방식의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모든 중심엔 사람이 놓여 있으며, 가장 중요한 가치 역시 사람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매일경제


서열주의에서 비롯된, 반드시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성공 가능한 현행 입시 위주의 교육은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기 십상이다. 더구나 극소수의 엘리트를 쫓는 방식은 극히 비효율적이며 비합리적이기까지 하다. 온 국민이 자식 교육에 올인한 채 본의 아니게 저마다 나름의 교육 전문가로 둔갑할 수밖에 없는 우리만의 기이한 구조와 현상을 두고 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음은, 바로 앞서의 이유 때문일 테다. 

 

아이들로 하여금 경쟁을 통해 서로를 짓밟고 올라서서 지금처럼 일등부터 꼴등까지 한 줄로 쭈욱 세우도록 하는 교육 방식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더 이롭게 다가올까, 아니면 친구들끼리 서로 협력하여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달콤한 결실을 함께 누리는 방식이 더 이롭고 바람직하게 다가올까?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쪽은 과연 어느 쪽일까? 답은 이미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벌써부터 자리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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