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세대를 잇는 질곡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새 날 2016. 5. 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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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등에서 모터사이클 연기를 선보이며 떠돌이 인생을 살아가던 루크(라이언 고슬링)는 한때 사귀었던 여성과의 사이에서 탄생한 자신의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가 성장하던 환경과는 달리 이 아이에게만큼은 올바른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무척 애를 쓴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이미 루크보다 훨씬 성실한 다른 남성이 곁을 지키고 있는 등 현실은 절대로 그의 편이 아니다.

 

결국 돈으로 환심을 사는 방법밖에 없다고 작심한 루크는 동네에서 우연히 알며 지내온 카센터 사장의 말에 솔깃한 끝에 함께 은행을 털기 위한 모의에 들어간다. 마침내 모 은행 지점을 습격하고 짭짤한 돈맛을 제대로 터득하게 된 루크, 반복적으로 다른 은행을 습격하는 등 강도짓을 일삼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결국 그의 뒤를 추격하던 경찰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는데...

 

영화는 사건의 흐름과 시간적 배경에 따라 크게 세 단락으로 나뉜다. 앞서 요약한 줄거리가 첫 단락이고, 에이버리가 등장하는 대목이 두번째 단락이다. 마지막은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루크와 에이버리의 2세가 각기 청소년으로 성장한 뒤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이렇듯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전혀 색다른 분위기로 옷을 갈아입는다.

 

극의 초반 라이언 고슬링이 나올 때만 해도 흔한 액션 영화로 흐를 듯한 분위기는 브래들리 쿠퍼의 등장과 동시에 급반전된다. 브래들리 쿠퍼의 출연만으로도 왠지 묵직한 무게감이 전달되는 형국이다. 그의 역량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이 이 작품을 통해 입증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중반 이후 주로 그가 이끌던 극의 흐름은 서서히 막을 내리며 곧 끝날 듯싶으나 그들의 2세 등장과 함께 영화는 또 다시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 작품은 주로 스케넥터디라는 도시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실제로 그곳에서 촬영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곳의 이름은 모호크 인디언 언어로 '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다름아닌 이 영화의 제목이다. 현실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영화 속에서의 미국 경잘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비단 범죄집단과의 커넥션과 불법자금 수수와 같은 고질적인 부패 행위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다른 작품 등을 통해 흔히 접해온 터라 그다지 감흥이 없다.

 

오히려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작은 사안들이 더욱 우려스럽게 다가온다. 이를테면 영장도 없이 마구잡이로 집을 수색하거나,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고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함부로 다루는 등 몹쓸 행태들이 엿보이는 까닭이다. 픽션과 현실은 전혀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과연 그럴까?

 

루크와 에이버리 두 사람은 쫓고 쫓기는 관계로부터, 둘 중 한 사람은 죽임을 당하는 비극적인 관계로 얽혀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는 건 숨진 사람은 은행 강도라는 파렴치범이 되어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들의 삶마저 꼬이게 하고 있다는 사실과 반대로 그를 죽인 사람은 되레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 받고 있다는 점 때문일 테다.

 

숨진 루크에게 자신의 아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에이버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그로부터 연민 내지 죄책감 따위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는 에이버리의 남은 삶의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흡사 나비효과와도 같다. 두 사람은 범죄자와 경찰이라는 관계로 우연히 엮여 한 사람은 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죽게 되나, 물보다 진한 피의 속성은 어느덧 질곡이 된 채 세대마저 뛰어넘으며 그들 사이를 교묘하게 옭아맨다.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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